(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신한금융그룹(이하 신한금융)의 새로운 회장이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등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혁을 내세우기 보다는 안정에 매진하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조용병 신임 신한금융 회장은 임직원 및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새 지평을 여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에는 △조화로운 성장전략 △Globalization(세계화) 가속화 △디지털 신한 △신한문화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4대 경영전략이 담겨있다. 더불어 사람·조직·리스크 관리 등 3대 핵심역량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하지만 기자간담회 종료 후, 조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그간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이 제창해 온 4대 핵심과제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앞서 한 전 회장은 2017년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차별성 확보 △고객중심의 One Shinhan 가치 창출 △미래를 위한 자원 재배치 가속화 △변화의 본질을 읽는 리스크 관리 등의 내용이 담긴 4대 핵심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이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는 게 한 전 회장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 회장은 지난 주총을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고문 직위를 유지 중이다. 신한사태 후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신한금융의 구원투수였다는 점, 불안정한 신한금융을 국내 1위 금융지주사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예우 차원의 인사였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그룹 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 전 회장이 조 회장의 개혁안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전 회장이 신한금융의 주요 주주인 재일교포들에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은 물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핵심 요직과 영업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영업통’이자 ‘기획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전례가 지금도 그룹사 직원들에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조 회장은 어제 열린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전 회장이 (신한사태 관련) 말을 할 수 없던 것도 이사회에서 아직 스톱옵션에 대해 결의가 남았고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신한사태에 대한 질문에도 한 전 회장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1인자에게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조력자로서의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이다. 조 회장이 한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지 않는 한 1등 금융지주사의 리더가 아니라, 영원한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