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냐 산토끼냐, 딜레마 빠진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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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냐 산토끼냐, 딜레마 빠진 홍준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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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으로 보수 내분…지지층 붙들기 vs. 외연 확장 고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대선에 나설 ‘대표 선수’로 홍준표 경남지사를 선출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자유한국당의 선택은 홍준표였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대선에 나설 ‘대표 선수’로 홍준표 경남지사를 선출했다. 이로써 ‘창녕 촌놈’ 홍 지사는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상경한 지 40여년 만에 대선에 도전할 기회를 손에 넣게 됐다.

그러나 홍 지사의 ‘인생 역전’ 스토리가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지사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7.5%에 그쳤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4.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8.7%라는 점을 고려하면, 홍 지사와 권좌(權座)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다.

두 가지 조건

홍 지사가 진지하게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강성보수’ 집합인 한국당 지지층을 확실히 잡는 것, 둘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대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표를 주기를 꺼리는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결집과 확장’은 홍 지사가 대권으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홍 지사가 지지 기반으로 삼아야 할 강성보수는 15~20%로 추정된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3%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응답자 15~20%가량을 강성보수 성향을 지닌 유권자로 본다.

확장 대상인 중도층의 특성은 ‘반박반문(反朴反文)’으로 요약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는 찬성했지만, 문 전 대표에게 투표하기는 꺼리는 사람들이다. 각종 조사에서 30% 전후를 유지하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과 15~20%의 강성보수를 제외한 50~55%가 중도층인 셈. 홍 지사의 과제는 강성보수의 지지율을 유지한 채로, 최대한 많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30%의 민주당 표와 20%의 한국당 표는 상수(常數)”라며 “홍 지사가 50% 정도 되는 중도 표심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변수(變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이 홍 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택한 것은 김진태 의원보다 홍 지사의 중도확장성이 우세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홍준표의 고민

문제는 결집 대상인 강성보수와 확장 대상인 중도의 이념적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9%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가운데, 보수층에서도 절반가량(47.3%)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층에서 탄핵 찬성은 14.2%에 그치고, 반대 여론은 82.9%에 달했다. 루비콘 강을 사이에 두고, 강성보수와 중도층이 마주보고 서 있는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홍 지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홍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힘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가 30% 전후, 안 전 대표가 20% 전후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 없이는 대권을 노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것 역시 외연 확장의 일환이다.

하지만 외연 확장 노력이 강해질수록, ‘선명한 보수’를 바라는 강성보수의 불만은 축적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강성보수는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중도층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강한 까닭이다. 실제로 같은 날 〈시사오늘〉과 통화한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한국당 관계자는 “언론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배신자들과 합치면 홍준표 안 찍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홍 지사 입장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딜레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한국당 지지율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니 어떻게든 중도로 확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당 지지자들은 저쪽(중도보수)을 배신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외연 확장 노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홍 지사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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