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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국민내각 특집’이 남긴 것
〈기자수첩〉정치 공학 아닌 정책에 대한 관심, 내 삶을 바꾼다
2017년 04월 04일 (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백과사전에 명시된 ‘정치(政治)’의 정의다. 간단히 말해 정치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활동과, 획득한 권력으로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활동을 모두 일컫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치를 ‘권력 획득을 위한 활동’에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역주의, 후보 단일화, 지지율 변화 등 이른바 ‘정치 공학’에 밝은 사람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평가한다. 언론 역시 정치를 이런 시각에서 다룬다.

물론 이 역시 정치 활동 중의 하나다. 정책 방향은 권력을 잡은 정치인의 성향과 분리될 수 없는 까닭에, 어떤 정치인이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잡는지는 유권자가 주시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치 공학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정치 공학에‘만’ 집중한다는 데 있다.

지난 1일 MBC <무한도전>은 ‘국민내각’ 특집을 방송했다. 국민과 국회의원이 한 자리에 모여 현실을 이야기하고, 법안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온 제안 중 법안으로 만들어질 만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민들의 아이디어가 형편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다 법안으로 만들어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30일 제20대 국회가 문을 연 이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에는 6600개가 넘는 법안이 등록됐다. 이 가운데는 무한도전에서 다뤄진 ‘공짜 야근 금지법’이나 ‘퇴근 후 SNS 금지법’은 물론, 휴가 신청서에 사유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 1년차 근로자에게 최대 12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법안 등과 같은 ‘민생 법안’도 적지 않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훨씬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 법안들은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다. 권력 다툼에 비해 흥미도가 떨어지다 보니 국민은 법안에 관심을 주지 않고, 국민이 관심을 주지 않으니 언론은 ‘더 많이 읽히는’ 정치 공학 기사를 쏟아낸다. 언론이 정책을 다루지 않으니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은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보다 더 자극적인 발언을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쉽게 끊어내기 힘든 악순환이다.

그래서 이번 <무한도전> 국민내각 특집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정책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작은 법안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린 기회였기 때문이다. 국민이 법안의 중요성을 알고 주목하면 ‘표를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은 더 나은 정책, 더 나은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은 그렇게 바뀐다.

우리는 그동안 ‘삶을 바꿔주겠다’는 정치인들에게 수많은 표를 던졌다. 그러나 내 삶은 여전히 황폐하고, 주위는 척박하다. 이제 ‘대신 해 주겠다’는 정치인만 바라보는 대신, 어떤 법안이 내 생활을 바꿀 수 있을지, 어떤 국회의원이 내 어려움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국회의원 사용법’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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