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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막말’과 박지원 ‘상왕’
<기자수첩>박지원, 탄핵정국 거치며 '호감형 정치인' 거듭나
2017년 04월 09일 (일) 윤슬기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 홍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박지원 대표가 상왕노릇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시스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 안철수는 허수아비다. 안철수를 조종하는 사람이 박지원이고, 안철수는 박지원의 각본에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후보의 말이다. 홍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박지원 대표가 상왕노릇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박지원 대표가 기존에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에 ‘상왕’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더해 이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박 대표에게는 언제나 ‘노회한 정객’, ‘구태정치’ 등과 같은 비판적 수식어가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대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북한문제’도 그의 부정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불법송금과 거액의 수뢰혐의로 참여정부 때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당사자다. DJ정부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하며 언론과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그의 모습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덧씌여지고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비호감이던 박 대표가 호감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홍 후보의 발언은 오판이자 착각이란 느낌이다.

박지원 대표는 수많은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합리적 선택과 탁월한 협상력으로 정치력을 최대로 발휘해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합리적인 정치 선택을 통해 ‘호감형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호평이다.

탄핵 정국 당시,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날짜가 지난해 12월 2일에서 9일로 연기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박 대표가 2일 표결에 반대하면서 그를 비판하는 쪽과 그의 선택을 찬성하는 쪽이 대립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박 대표의 신중론’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당시 국회 결정에 거취를 맡기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로 인해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탄핵안의 ‘가결’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비박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9일로 연장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주장이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온당했음을 보여줬다. 적어도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무시한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만났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뜬금없는 행동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박 대표의 합리적 판단을 볼 수 있었던 또다른 사례도 있다.

박 대표는 탄핵 전 국회에서 먼저 총리를 추천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선(先) 총리 후(後)탄핵’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만약 박 대표의 주장대로 그때 국회가 총리를 추천했더라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최순실게이트’ 관련자들을 보다 빠르게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박지원 대표를 향해 구시대 정치를 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 발언 뒤에 생각해 볼 것은 박 대표는 영욕의 시간을 강하게 담금질 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현 정치를 꿰뚫어보는 원동력을 갖게 됐다. 이런 그의 행보가 '상왕정치'라면 이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칠십이 훌쩍 넘은 그는 나이만큼 노련하고 노회하지만 적어도 ‘막말 정치’로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진 않는다.

부정적 이미지와 구태정치라는 이미지가 있을지라도, 그동안 박 대표는 합리적 선택으로 정치력을 보여줬다. 홍준표 후보가 걱정해야 할 것은 박 대표의 ‘상왕정치’가 아니라 ‘막말정치’에 질려버린 민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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