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선D-29] 부산 민심, ‘양자구도’…세대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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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선D-29] 부산 민심, ‘양자구도’…세대차 극명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7.04.10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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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중·장년층, "무조건 문재인...서민 마음 잘 이해"
노년층, "문재인보다는 안철수...文 안보관 불안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간 팽팽한 양자구도 대결이 형성된 가운데, <시사오늘>은 지난 8~9일 이틀간 PK(부산‧경남) 지역 중 부산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북구 덕천로터리. ⓒ 시사오늘

5·9 장미대선이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역전하는 결과도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이처럼 팽팽한 양강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시사오늘〉은 지난 8~9일 이틀간 PK(부산·경남) 지역 중 부산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PK는 대한민국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인 만큼, PK민심을 잡는 게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기도 한다. ‘영남 패권주의’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호남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전부 영남지역에서 배출됐다. 19대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고향이 부산인 만큼, 어떤 후보가 부산의 민심을 잡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부산의 대표적인 번화가 서면이 있는 부산진구와 북구 시내를 돌며 들어본 민심은 세대별로 확연히 갈렸다. 20~40대에서는 “문재인을 찍겠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반면, 50대에서는 두 후보가 팽팽했고, 60대 이상부터는 “안보관이 불안한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뽑겠다”는 여론이 강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간 팽팽한 양자구도 대결이 형성된 가운데, <시사오늘>은 지난 8~9일 이틀간 PK(부산·경남) 지역 중 부산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북구 화명동. ⓒ 시사오늘

“나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찍는다)이다”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원 박 씨(남·29세)는 “나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찍는다)’이다”며 “살아온 것을 봤을 때 문재인 아저씨는 자수성가했고, 항상 서민의 편에 서 있었다. 문재인만한 사람이 없다”며 강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작년에 울산의 한 소방관이 순직했을 때 문재인 아저씨가 장례식장에 방문한 동영상을 봤다. 그때 동료 소방관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다 이야기를 들어주시더라. 요즘에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선공약도 내놓고 있다”면서 “국민의 말을 잘 들어주고, 서민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면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 씨(여·37세)는 “문재인은 너무 사람이 물러 보인다”면서도 “문재인 뽑을 것이다. 도덕적으로 아주 청렴하고, 눈빛이 너무 선해 보인다. 박근혜가 했던 짓은 안할 사람이다”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북구 덕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 씨(여·56세)는 “무조건 문재인이다. 믿음이 간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안철수는 촛불집회에도 안 나온 사람이다. 오로지 표만 끌어 모아서 일단 대통령만 되고 보자는 심보로 그런 것 같다”며 안 후보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원래는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지지자였다고 밝힌 부산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남·52세)는 “내가 그동안 새누리당에 많은 지지를 보냈는데,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다. 바보 취급을 당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한국당에 대한 지지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文, 북한 먼저 가겠다고 한 것 아주 치명적”

북구 덕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현 씨(남·56)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문재인보다는 안철수한테 마음이 쏠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유로 현 씨는 “문재인은 너무 좌편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당선되면 북한 먼저 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안보관이 너무 불안하다”며 “안철수는 보수성향이 좀 있는 것 같다. 보수입장에서 보면 그쪽(안철수)으로 마음이 더 간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관해서는 “인지도도 낮고, 지지율도 낮아서 좀...”이라며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덕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던 한 씨(남·74세)는 “안철수를 뽑겠다”면서도 “안철수가 좋다기보다는 보수진영에서 지금 ‘대통령 감’이 없다. 그나마 안철수가 중도보수라서 마음이 간다”고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문재인은 좌익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북한 먼저 가겠다’고 하고 북에 대한 태도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와 유 후보에 관해서는 “대통령 감이 안 되는데 지금 너무 설치고 있어서 싫다”고 덧붙였다.

서면 롯데백화점 지하상가에서 만난 김 씨(남·75세)는 “홍준표는 지금 지지율 너무 낮아서 찍어줘 봤자 사표밖에 안 된다. 홍준표가 어느 정도 되면 홍준표를 찍겠다”면서 “지금은 그나마 안철수가 가능성이 있으니까 안철수를 뽑겠다. 대선까지 한 달 남았는데, 지지율 많이 올라갈 것 같다”고 밝혔다. 문 후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은 안보관이 문제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북한 먼저 가겠다’고 한 게 아주 치명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에 관해서는 “아예 생각도 안 든다”고 덧붙였다.

같은 장소 인근에 있던 박 씨(남·82세)는 “찍을 사람이 없다. 투표하기 싫다”며 정치권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뽑으러 간다면, 안철수를 뽑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문재인은 정직해보이지만, 안보관도 불안하고, 말이 오락가락한다. 또, 주변 사람들을 관리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사람을 뽑을 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그냥 무작정 데리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로 북한에 간다고 하던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참”이라며 거듭 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정치권에 대한 가득한 불신으로 이번 대선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민들도 종종 있었다.

북구 만덕동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노 씨(여·30세)는 “(정치인들) 아무도 못 믿겠다. 투표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면서 “당선되기 전에는 누구나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자기네들 권력싸움만 한다. 이때까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리더는 단 한명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김 씨(남·71세)도 “정치에 관심 없다. 투표 안 한지 오래됐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하지 않을 작정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겠나.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서 정치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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