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승부는 ‘단일화’, 실현 가능할까
문재인-안철수, 승부는 ‘단일화’, 실현 가능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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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洪·劉 모두 미온적…‘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유일한 가능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다자 구도에서는 文이, 양자 구도에서는 安이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조사 추세다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역대 대선은 ‘단일화’ 싸움이었다. 제13대 대선에서는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와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군부세력’인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제15대 대선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손을 잡아 승리한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를 끌어안지 못하면서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제16대 대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분위기를 띄웠다. 제18대 대선에선 비록 패하긴 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공동전선을 구축한 덕분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제19대 대선도 이런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다자 구도에서는 文이, 양자 구도에서는 安이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조사 추세다.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면, ‘필승 공식’인 단일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단일화 주장 어려운 安

문제는 이번 대선이 전례 없는 ‘진보 대 중도’ 양강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념스펙트럼 상, 문 후보는 진보와 중도진보에 걸쳐 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중도진보와 중도보수를 오가는 위치다. 중도보수인 바른정당과는 교집합이 있지만 완전히 겹친다고 할 수는 없고, 자유한국당과는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아예 다르다.

이러다 보니 안 후보 입장에서는 쉽게 단일화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높아짐에도, ‘보수 단일화’를 말하는 순간 현재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 특성 상, 안 후보가 나서서 보수 정당과의 연합을 주장할 경우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공산이 크다.

유인태 전 의원은 지난달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일대일 구도를 기대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대일 구도를 만들려면 한국당과도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호남이 문 후보에게 확 쏠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다.

안 후보 역시 지난달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는 정권 교체가 아니라 계파 교체가 되는 것이다. 나눠먹기식밖에 될 수가 없다”며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는 단일화를 대선 승리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하지만, 안 후보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완주가 목표인 洪·劉

안 후보뿐만 아니라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또한 단일화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선 승패 자체보다, 대선 이후 찾아올 보수 주도권 다툼에 시선이 쏠려 있는 상태다. ‘좌파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 후보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홍 후보는 결국 보수 양당이 통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합당 시 ‘누가 중심이 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대선에서 자신들이 ‘국민이 지지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향후 보수 주도권 싸움에서, 나아가 통합 보수 정당의 당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유 후보는 대선 이후 한국당이 소멸하고, 바른정당 중심의 보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정부가 ‘친박(親朴)’ 실세들을 상대로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을 조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만약 친박계가 차기 정부의 타깃이 된다면, 보수 주도권은 바른정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단일화보다는, 완주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 입장이다.

13일 기자와 만난 한국당 측 관계자는 “바른정당이면 몰라도 국민의당과 통합할 가능성은 아예 없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당과 단일화하는 것은 문 후보를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명분도 없고 (문 후보를 막을)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도 홍 후보도 유 후보도, 단일화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남은 길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쪽은 안 후보가 주장하는 ‘국민에 의한 단일화’다. 중도보수·보수 유권자들이 문 후보의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 자신에게로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같은 안 후보의 계산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도,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대선에서 국민들이 ‘전략적으로’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사례는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권 교체 열망이 높았던 제13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각각 28.0%와 27.0%의 표를 갈라먹으며 36.6%를 기록한 노태우 후보에게 패했다. 보수 진영의 총 득표율이 훨씬 높았던 제15대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각각 38.7%와 19.2%를 기록, 김대중 후보에게 당선증을 내줬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는 ‘전략 투표’의 기운이 감지됐다. 국민들은 지역구에서는 당선 확률이 높은 민주당 후보를 택했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오히려 민주당(25.54%)보다 국민의당(26.74%) 손을 들어줬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찍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획득을 저지하고, 거대 양당을 견제하기 위해 정당 투표에서는 국민의당에 표를 주는 전략 투표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전략 투표 흐름이 포착된다.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2.4%포인트 오른 36.5%를 기록한 것과 반대로 홍 후보는 0.8%포인트 빠진 8.1%을 얻는 데 그쳤다. 이념 성향을 봐도 보수의 50.3%가 안 후보를, 25.4%가 홍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같은 날 야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역대 대선에서 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이뤄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의 대선과 지금의 대선은 양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다들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구도기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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