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를 가다①심상정] 꾸밈없는 ‘실무형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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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캠프를 가다①심상정] 꾸밈없는 ‘실무형 캠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2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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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임한솔 부대변인, “민원 처리는 정당이 평소에 해야 할 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여의도에는 ‘선거캠프 명당(明堂)’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캠프를 꾸렸던 대하빌딩,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금강빌딩,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있었던 용산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난 24일 찾아간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캠프 위치는 기자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심 후보 캠프가 입주한 곳은 할렐루야빌딩 9층. 대선 캠프보다는 중소기업 사무실이 들어설 만한 곳이었다. 

▲ 정의당 심상정 후보 캠프는 조용한 연구실 같은 분위기였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지만 심 후보 캠프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의 캠프는 여타 후보들의 ‘보여주기 위한’ 캠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흔한 입간판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정책 연구소’ 같은 느낌이었다. 심 후보의 포스터가 붙은 출입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는 사무실이, 왼쪽에는 회의실이 보였다. 그것이 끝이었다.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는 대선 캠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원들만이 남아 있었다. 

▲ 캠프 구조 역시 응접을 위한 것보다는 실무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심 후보 캠프가 이색적인 모습을 띠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임한솔 부대변인은 ‘캠프가 너무 조용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은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 부대변인은 현수막으로 가려 놓은 벽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저기 대충 가려놔서 좀 이상하지 않느냐”며 싱긋 웃은 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꾸린 캠프기 때문에 그렇다. 입주할 때도 명당이니 뭐니 따지지 않고, 그냥 자리가 생겨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캠프 자체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여타 캠프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 보였다. 

▲ 전날 TV 토론의 여파인지 사무실 곳곳에서는 피로에 지쳐 잠든 직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선 캠프는 일종의 ‘민원 창구’ 역할도 겸한다는 점에서, 실무 중심의 캠프가 자칫 지지자들과의 소통 부재를 낳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임 부대변인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몇 캠프에서는 민원실을 따로 운영하던데, 그런 것은 평소에 해야 하는 일이다. 정당 자체가 국민 민원을 받기 위해 조직된 공적 체계다. 선거 때 급하게 민원실을 만들고 국민들과 의사소통한다고 해서 의견 수렴이 되지는 않는다. 진보정당은 평소에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언론에서 심 후보를 보고 ‘1일 1정책 1공약’이라는 평가를 한다. 평소에 우리 당이 얼마나 국민과 소통해왔는지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선 때 민원실 만들어서 급하게 소통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 심 후보는 지난 16일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제목의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실무형 캠프’의 위력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심 후보는 지난 16일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제목의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373페이지 분량의 이 공약집에는 10대 공약을 시작으로, 생애주기별 공약, 대상별 공약, 5대 근본개혁 과제, 7대 국민 불안 해소, 개헌에 대한 입장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공약이 들어있다. 특히 공약집 마지막 장에는 공약 이행에 드는 재원표와 소요 재원을 조달한 방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 작은 규모였지만, 장애인 화장실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시설을 찾아볼 수 있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심 후보 캠프는 매우 작은 규모다. 공간뿐만 아니라 인력도 적다 보니 한 사람이 서너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 기자가 방문한 24일,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곯아떨어진 직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날 TV 토론이 끝난 후 밤새 발언 내용 확인과 팩트체크, 크로스체크 등의 작업을 마친 여파였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한 캠프를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임 부대변인에게 이처럼 격무에 시달리며 심 후보를 돕는 이유를 물었다. 

▲ 정의당 임한솔 부대변인은 철두철미한 심 후보의 성정이 국민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심 후보는 철두철미하고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국민들께 말씀드릴 때, 제대로 검증되고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의견을 수렴하고 당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직자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이 일을 정말 많이 한다. 완벽을 주문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가뜩이나 인력도 적은데,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하다 보니까 1인 2역 3역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직자나 캠프 관계자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국민들께는 이로운 일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 사명감으로 뛰고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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