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탐구-안철수] 천재의 진화하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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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탐구-안철수] 천재의 진화하는 알고리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4.29 1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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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대통령 프로세스 완성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잘 정리된 순서도(順序圖)를 보는 것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정치역정에 대한 감상이다. 시대를 앞서간 IT 천재, 존경받는 젊은 사업가였던 안 후보가 가진 ‘이과형 인간’의 이미지 때문일까. 그의 정치는 실수나 오류, 벽을 마주할 때마다 이를 다시 수정하면서 전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패 시 전 단계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 지난 2011년 사실상 정계에 입문한 뒤 비교적 단시간에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가 됐다. 장미대선의 끝에서, 안철수의 집권 프로그램은 완성될까.

▲ TV토론을 준비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뉴시스

안 후보는 정치 입문 전에도 이미 주목받을만한 인생을 걸어왔다. 부산고를 나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심장 부정맥과 관련된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컴퓨터 바이러스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우연과 본인의 천재성이 더해져 1988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V1을 개발하게 된다. 안 후보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세운 안철수연구소는 1999년 연매출 100억을 돌파하며 대 성공을 거뒀다. 안 후보는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하는 행적과 성공한 사업가, 발명가의 이미지가 더해져 젊은 층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 지난 2011년 단일화를 발표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서울시장에 출마하시겠습니까 : N

정치와 거리가 있던 안 후보의 이름이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물론 이전에도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영입 이야기가 여의도 정가에 떠돌곤 했다. 그러나 이 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열린 보궐선거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무려 50%에 육박하는 놀라운 현상이 일어난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과,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며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만한 안철수 열풍이 일었다.

그런데 승리를 거의 손에 쥔 것만 같았던 안 후보는, 짧은 만남 뒤 홀연히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다. 그리고 선거 초반 지지율이 5% 수준이었던 인권변호사 박원순의 대역전승으로 실체가 없었던 안철수의 힘은 증명됐다. 그리고 이듬해 대선으로 이어졌다. 2012년 9월 19일, 안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인의 길에 완전히 들어섰다.

▲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시스

대선을 완주하시겠습니까 : N

정당도 없고 정치경험도 없었던 그지만 순식간에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3강을 구성했다. 그러나 결국 야권이 둘로 분열해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대선을 1개월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시작, 11월 23일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국회에 들어가겠습니까 : Y

하지만 안철수의 정치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13년 4월 24일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 원내에 입성했다. 유일한 원내 동료 송호창 전 의원과 함께 가칭 ‘새정치연합’이라는 안철수 신당 창당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좀처럼 세력화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여론도 점점 싸늘해졌다. 그리고 2014년 3월, 의석에 비해 터무니없는 고전을 계속하던 민주당에 입당하는 길을 택한다. 민주당은 나름의 파격대우를 했다. 당명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꾸고 공동대표직에 안 후보를 추대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전되지 않았고, 곧이어 치러진 7월 재보선에서 참패했으며, 이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 국민의당 창당 당시 당명을 발표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뉴시스

정당을 만드시겠습니까 : Y

한 차례 신당을 만드는데 실패했던 안 후보는 전략을 수정했다. 기존 정당에서 함께 당을 만들 현직 의원들을 동료로 확보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당권을 잡자,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거 탈당이 일어났다. 안 후보는 민주당 탈당파와 함께 대선을 약 1년 앞둔 2016년 2월 2일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됐던 국민의당은 예상을 뒤엎고 38석을 확보하는 선전을 했고, 안 후보는 원내 제3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됐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은 10% 언저리를 맴돌았다.

대통령에 출마하시겠습니까 : Y

그런데 또다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다. 원래대로라면 2017년 겨울에 치러져야 할 대통령 선거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탄핵 사태로 오는 5월9일 장미대선으로 변경된 것이다. 안 후보에게 온 호재는 당겨진 선거일자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의 붕괴로 야권 내 경쟁이 된 선거 구도야말로 안 후보에게 온 기회였다. 민주당 경선의 후폭풍과 국민의당 경선의 압승 바람을 타고 안 후보는 다시 문 후보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지난 대선의 실패요인 중 하나였던 선명성경쟁 대신 보수층으로의 확장, 문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문 후보로 하여금 전략을 통합으로 수정하게 만든 한 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세력이 없으면 정당을 만들고, 만드는 데 실패하면 들어가 보기도 하고, 선명성 경쟁에 패하자 확장성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보는 등 안 후보의 ‘대선 프로세스’는 착실히 가동됐다.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선거 뒤의 대선 투표함 개봉 뿐 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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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원 2017-05-02 19:45:47
안철수이 정채 행적과 행보를 한 눈에 알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