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까칠뉴스]'콘텐츠 기획자'에서 '불법 복제자' 된 현대카드②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 기자의 까칠뉴스]'콘텐츠 기획자'에서 '불법 복제자' 된 현대카드②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7.05.08 0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우리·국민카드에 베끼기 공격, 이젠 자신이 표절 의혹…웃기는 불법복제 경쟁
현대차그룹 사위 정태영 취임 후 공격적 마케팅…경영능력 인정 때문? 의구심 '솔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현대카드가 삼성·우리·국민카드에 베끼기 공격을 하다가 최근엔 되레 자사가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

삼성에서 숫자카드 먼저 내놓자, 현대 뒤늦게 “우리가 먼저”

2012년에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간에 한 판 다툼을 벌어졌죠. 이번 신경전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간의 CEO 자존심 싸움이었다는 시각이 강합니다.

우선 베끼기 의혹입니다. 2012년 출시한 ‘삼성카드4’가 2011년 11월 출시한 ‘현대카드 제로’의 ‘무조건 0.7% 할인’ 혜택을 주는 특화 서비스를 모방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숫자카드’를 놓고 ‘누가 먼저냐’ 공방이 벌어졌죠. 삼성카드가 삼성카드2, 삼성카드3 출시를 알리는 TV광고 하루 전에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숫자카드인 ‘현대카드 제로’ 출시를 밝히면서 베끼기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삼성 측은 “현대카드가 뒤늦게 베끼기로 따라온 것”이라고 공격하자, 현대카드는 “정태영 사장이 2003년부터 영어 알파벳, 카드색상, 숫자를 3대 기둥으로 구축해 왔는데 삼성이 기둥하나를 빼갔다”고 반박합니다.

현대카드의 반박이 좀 거시기 하다는 생각 안 드나요? 진작 숫자 마케팅을 펼치던가 미리 공개하던가, 삼성에서 카드 시리즈를 내놓자 뒤늦게 “우리가 먼저”라니….

이 외에도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에 대해 △VVIP카드 영업조직 △셀렉트 콘서트 △라움카드 등이 현대카드의 것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현대와 삼성 간의 다툼은 신경전을 넘어 법적 소송 전초단계로까지 확산됐었죠. 현대카드가 2012년 3월 삼성카드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입니다.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은 바로 소송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죠.

숫자카드 놓고 삼성에 내용증명…삼성 반박하자 슬그머니 꼬리

이후 그해 4월 3일 삼성카드는 그룹 내부 게시판에 현대카드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문을 게재합니다. 삼성의 반박문이 발표된 후 현대카드는 “더 이상 확전시키지 않겠다”면서 한 발 물러납니다.

마치 삼성카드가 모든 것을 훔쳐갔다며 소송까지도 불사하던 현대카드였는데, 왜 갑자기 주춤한 것일까요? 당시 현대카드의 이같은 태도는 여론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었습니다. 현대카드가 베끼기 쟁점으로 나온 것은 삼성카드에 도덕적 흠을 흘려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죠. 암튼 현재 현대-삼성 카드의 표절논란은 휴전상태입니다.

게다가 현대카드는 2013년 8월엔 일간지 광고에 ‘COPY & PASTE’(복사해 붙이기)라는 광고를 싣고 경쟁사의 베끼기를 지적하며 또 다시 베끼기 논란을 확산시키기도 합니다.

광고는 “감탄스러운 어떤 것 앞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칭찬이 아니라 모방이다. 넘어서고 싶지만 해낼 수 없을 때 결국 따라하는 방법을 택한다. 우리가 만든 알파벳, 숫자, 컬러시리즈의 쉽고 직관적인 카드 체계를 따라한 그들을 비난하지도 불쾌해하지도 않는다. 세상이 놀랄만한 것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누군가들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광고는 삼성카드를 겨냥했다는 의혹이 충분히 일만한 내용이죠. 바로 1년 전 삼성카드와의 베끼기 다툼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 외에도 현대카드는 △KB국민은행의 사원증 △신한카드의 글씨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용기 등 끊임없이 자사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건전한 경쟁은 활력 불소시게, 하지만 오너家 자존심 때문이라면?

타사와의 베끼기 공방은 현대차그룹 사위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뉴시스

그동안 이처럼 끊임없이 자사 브랜드 활동에 자부심(?)을 갖던 현대카드가 올해에는 역전이 된 상태네요. 자기네가 베끼기 의혹을 제기했던 KB국민카드의 것을 표절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인데요.

왜 그랬을까요? ‘네가 베꼈으니 나도 베낀다’ 인가요? 그동안 자사는 ‘콘텐츠 기획자’인 것처럼 포장을 하더니 결국에는 자신이 표절 의혹을 제지했던 타사처럼 ‘불법 복제자’가 된 것이나 다름 아니네요. 웃기는 불법 복제 경쟁이네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네요. 베끼기 했다며 타사를 그렇게 욕하더니…. 정태영 사장의 과욕으로 인해 업계에 왕따(?) 신세가 된 것은 아닌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현대카드의 타사를 상대로 한 베끼기 공방은 지난 2003년 취임한 정태영 사장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기인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정태영 부회장(2015년 승진)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입니다. 즉,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家 사위죠.

카드사의 ‘모방’은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하네요. 예 좋습니다. 모방이든 새로운 시도를 위한 카피든 동종업계 간의 건전한 경쟁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소시게입니다.

하지만 일련의 베끼기 논란이 오너일가 한 일원의 경영능력 평가를 높이기 위한 자존심 세우기 때문이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죠. 동종업계 간에 소모적인 공방으로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구심도 왠지 풍기지 않나요?

대기업은 오너 일가의 것도, 몇몇 개인의 것도 아닙니다. 그 기업에 종사하는 전 직원의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