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뜨거웠던 심상정의 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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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뜨거웠던 심상정의 80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1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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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으로 급상승한 지지율…진보 결집론에 무릎 꿇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제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80일간의 도전을 마감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절반의 성공’이었다. 제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80일간의 도전을 마감했다. 진보정당 후보의 역대 대선 최고 득표율로 남아있던 3.89%(제16대 대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훌쩍 넘어섰지만, 10% 돌파에 실패하며 미완성으로 남은 ‘심상정의 80일’을 〈시사오늘〉이 되돌아봤다.

미미한 출발…TV토론으로 급상승

지난 2월 16일, 심 후보는 정의당의 제19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심 후보는 2월 11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현장·ARS모바일 방식으로 실시한 정의당 대선 경선에서 10239표 중 8209표(80.17%)를 얻어 ‘대표 선수’ 자격을 얻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60년 묵은 기득권 정치를 종식하고, 친(親)노동 개혁정부를 수립하는데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노란 바람’은 좀처럼 불지 않았다. 〈리얼미터〉가 후보 선출 직후인 2월 20~22일 수행하고 2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심 후보는 모든 조사 대상 중 가장 낮은 1.1%를 얻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2~3%를 오가는 ‘저공비행’이 이어졌다. 심 후보는 잘 다듬어진 공약과 치밀한 정책을 무기삼아 끊임없이 유권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마의 3%’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본격적으로 심풍(沈風)이 불기 시작한 것은 대선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4월 중순, 대선후보 TV토론이 전파를 타면서부터다 ⓒ 뉴시스

본격적으로 심풍(沈風)이 불기 시작한 것은 4월 중순, 대선후보 TV토론이 전파를 타면서부터다.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TV토론에서 심 후보는 유일하게 정책 대결을 지향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상대 후보 비방에만 골몰하는 다른 후보들에게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돼서 뭘 할 것인지를 말하자”고 일갈하고, 자신은 철저히 공약 검증에 집중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V토론 이후 심 후보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리얼미터〉가 4월 19~21일 수행하고 21일 발표한 조사에서 그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4.6%를 기록하며 3% 벽을 깨부쉈다. 동 기관에서 4월 24~26일 조사하고 26일 공개한 결과에서는 2.9%포인트 더 오른 7.5%를 획득,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일주일 사이 지지율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당시 〈시사오늘〉과 만난 심 후보 캠프 관계자는 “TV토론 이후 분위기가 좋다. 평소보다 입당자도, 후원금 액수도 몇 배 이상 늘었다. 이제 우리 목표는 두 자릿수 지지율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다. 머지않아 심 후보 지지율이 홍 후보를 넘어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기대감 감추지 않았다. 비단 심 후보 캠프뿐만 아니라, 여의도 곳곳에서 “심 후보 지지율이 10%를 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심 후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터졌다 ⓒ 뉴시스

심상정 발목 잡은 바른정당 탈당사태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터졌다.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등 13명의 바른정당 의원(이후 황영철 의원은 잔류)이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잘 나가던’ 심 후보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탈당은 심 후보에게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다. 홍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와중에 이뤄진 ‘바른정당 탈당사태’는 ‘보수 결집’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7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보수가 대통합해야 한다. 친북좌파·패권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내걸기도 했다.

보수대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자, 더불어민주당도 ‘진보 결집’에 나섰다. 우상호 선거대책위원장은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여유가 있으니까 진보적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흐름을 경계한다”며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하셔도 괜찮다. 이번에는 정권 교체에 집중해주는 게 시대정신에 맞지 않나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심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 이른바 ‘사표론(死票論)’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상(飛上)을 꿈꿨던 진보정당은 이번에도 일보전진(一步前進)에 만족해야 했다 ⓒ 뉴시스

이른바 ‘사표론(死票論)’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심 후보가 모았던 표심은 시나브로 빠져나갔다.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기간이었던 까닭에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에서는 심 후보 표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시기 기자와 만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도 “민주당의 사표론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 심 후보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 또한 “우리 같은 작은 정당은 거대 정당의 한 마디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9일 오후 8시.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심 후보는 5.9%를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최종 투표율은 그보다 약간 높았지만, 두 자릿수를 기대했던 심 후보에게 아쉬운 결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6.2% 비상(飛上)을 꿈꿨던 진보정당은 이번에도 일보전진(一步前進)에 만족해야 했다. 짧지만 뜨거웠던 심 후보의 80일은 그렇게 끝났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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