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 증거 없는 '맹탕' 공방…초조해지는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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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증거 없는 '맹탕' 공방…초조해지는 특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5.1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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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말 한 적 없다" 일부 증인, 특검 진술조서 내용 부인하기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진 5명에 대한 14차 공판이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 공판은 매주 수·목·금 3일 연속 열리며 꼬박 한달여 동안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만 한 뚜렷한 증거 없이, 특검과 변호인 간 지루한 법정공방만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시사오늘은>이 그동안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공판 내용 중 핵심 쟁점을 들여다봤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출연 △최씨 소유 독일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로 개명)와 213억원대 계약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 지원 등 총 433억여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은 삼성이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80억원을 송금하면서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은 ‘재산국외도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수십억원대 명마 ‘블라디미르’를 지원한 사실은 ‘범죄수익은닉’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공판이 진행될수록 특검의 이 같은 ‘퍼즐 맞추기’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참고인 진술조서와 증인의 증언을 감안할 때, 뇌물과 관련한 대가 관계가 명확치 않고 특검의 추측·예단에 의해 공소장이 작성된 측면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 "삼성, 올림픽 승마지원에 다른 선수 선발하려 했지만 최순실이 중간에서 막아"

 

지난 2일 증인으로 출석한 최 모씨(前 삼성승마단 선수)는 증언에서 “지난해 10월 하순 황성수로부터 해외 전지 프로그램 참여 제안을 받아 참가의사를 밝혔다”며 “삼성이 올림픽 승마지원에 정유라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선발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최씨에게 “삼성이 다른 승마선수도 지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정유라 단독 지원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최씨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최순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여러사람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박원오도 난처해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유라의 승마 실력이 부족했음에도 지난 2014년 6월 상주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최순실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나아가 최씨는 “최순실이 정유라의 경쟁상대가 생길 것을 우려, 삼성이 다른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것을 원치 않아 선수지원 계획이 딜레이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의 증언과도 일부 공통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전 감독은 2015년 10월 올림픽 준비 승마팀 단장 자격으로 독일에 파견됐다가, 정유라 단독 지원에 반발해 지난해 1월 귀국한 인물이다.  

지난 12일 1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감독은 “박원오 전무로부터 삼성이 정유라를 포함해 마장마술과 장애물을 전체적으로 지원한다고 들었다”면서 “최순실이 중간에서 장난을 쳐 삼성도 어쩔수 없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유라의 단독 승마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들러지 지원에 승낙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특검의 질문에 박 전 감독은 “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삼성에서 지원해주면 장애물 팀을 맡아 올림픽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공판에선 박 전 감독이 특검의 진술조서의 내용을 일부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특검의 조사 과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진술조서에는 박 전 감독이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계약 체결을 언론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으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다른 선수도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박 전 감독은 공판 증언에서 ”구색 맞추기라는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특검을 당혹케 했다.

▲ 재판을 마친 이재용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송우철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 "1차 독대 이전부터 경영권 확보했던 이재용, 朴 전 대통령에 청탁할 이유 없어"

 

지난달 27일 8차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1차 독대(2014년 9월) 시점을 전후로 정윤회-최순실-정유라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정청탁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 등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삼성의 본격적인 올림픽 승마지원 준비가 2015년 6월에서야 진행된 이유에 대해선, 1차 독대 시기와 정유라의 임신·출산 시기가 맞물려 지원이 미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특검의 진술조서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부회장이 1차 독대 때부터 ‘비선실세’ 최씨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오류가 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측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공통적으로 2014년 논란이 됐던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을 통해 정윤회라는 인물의 존재를 인식했다.

이후 박상진 사장은 2015년 승마협회장에 취임하면서 정유라가 정윤회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고, 최순실의 딸이라는 것까지 알게 된 것은 같은해 7월이었다. 황성수 전 삼성 전무는 승마협회 이사로 발령받은 뒤인 2015년 7월 31일 박상진과의 미팅에서 최순실에 대해 듣게 된다.

아울러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2015년 7월 30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2015년 8월 각각 최순실의 존재를 알게됐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를 알게된 시점은 2016년 8월경이다.

따라서 1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이미 알고 박 전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으로 지목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도 대가성 여부를 특정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경영권 행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별도의 경영권 승계를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삼성생명은 이미 내부지분율이 46%에 달해 추가 지분 확보가 불필요했고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250조원으로 막대해, 이를 통한 지배력 강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명확한 증거 없는 '맹탕' 공판…초조해지는 특검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임원진 4명에 대한 12차 공판에서 김진동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가 증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출석여부를 물었지만 법정 안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이날 증인 출석이 예정됐던 박원오 전무가 모습을 드러내지않으면서 공판은 결국 개정 10여분만에 종료된 것. 재판부는 박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따로 잡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의 불출석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11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폐문부재로 박원오 증인에게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고 전화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측도 “계속 확인중에 있지만 현재 연락이 안된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박 전무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올림픽 승마지원 프로그램인 ‘함부르크 프로젝트’의 실무자다. 삼성과 최순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만큼, 이 부회장 공판의 핵심 증인 중 한명으로 꼽힌다.

‘키맨’ 박 전무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난감해하는 쪽은 특검이다. 12차례에 이르는 공판에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맹탕’ 공판이라는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1일 13차 공판 핵심 증인이었던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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