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포위론에서 TK 고립론으로…정치지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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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포위론에서 TK 고립론으로…정치지형 이동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5.1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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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붕괴·패권론 미련…한국당 ´우클릭´에 우려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제19대 대선은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꿨다. 제19대 대선을 치르며 비유적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지역적인 구도가 변했다. 호남 포위론은 사라지고, 역으로 TK(대구경북)가 고립되는 모양새다. 구 보수의 붕괴와 패권론에 대한 미련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제19대 대선은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꿨다. 제19대 대선을 치르며 비유적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지역적인 구도가 변했다. 호남 포위론은 사라지고, 역으로 TK(대구경북)가 고립되는 모양새다. 구 보수의 붕괴와 패권론에 대한 미련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호남은 정치적으로 소수파였다. 인구 자체가 영남에 비해 적은 탓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지역 전체가 진보 성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호남은 이견(異見)을 가진 집단처럼 여겨졌다.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이러한 성향은 완전히 가시화됐다. 그리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하자, ‘호남 포위론’이 등장했다. 지역적으로 호남을 제외한 민정당(TK), 통일민주당(PK),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공화당(충청)이 뭉쳤다는 이야기다.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러한 구도는 더욱 고착됐다. 포위론 돌파를 위해 DJ는 JP와 ‘DJP 연합’을 만들어 대권을 가져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영남 전체를 아우르게 되면서 이제 정치 지형도는 호남 포위에서 동서대결 양상으로 잠깐 변했다.

하지만 18대 총선과 제17대·18대 대선을 거치면서 다시 호남은 외로운 선택을 한다. 어느새 영남은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를, 호남은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진보를 대변하게 됐다. 제17대 대선에선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으며, 제18대 대선에선 근소한 차이였던 서울과 호남을 제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호남은 이념 프레임과 인구에서 밀리며 ‘나라 안의 섬’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제19대 대선을 거치며, ‘호남 포위론’은 ‘TK 고립론’으로 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정국이 만들어 지면서 제19대 대선이 조기에 열리게 됐다. 민심은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인식된 자유한국당보다는 야권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간 새누리당, 현 한국당의 가장 강고한 정치적 기반이었던 영남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TK와 PK(부산경남)은 다른 선택을 한다. TK는 또 다시 민심을 이반한 채 보수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경남에서도 홍 전 지사가 승리하긴 했으나, 큰 차이는 아니었다. 일각에선 여전히 TK가 ‘패권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19일 “원인이야 어찌됐든 TK는 전국적 여론과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며 “이는 자칫하면 한국 정치의 큰 흐름에서 소수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취임 초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TK의 여론도 어느정도 우호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당이 ‘우클릭’을 하며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돌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문재인 정부와 날을 세우는 논평을 연달아 냈다. 그러나 이들이 건강한 야당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보수표심을 자극하는 무리한 주장으로  ‘TK 고립’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도동계로 분류되는 한 원로정치인은 같은날 "민심과 동떨어지는 한국당의 우클릭 행보는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더 나아가 한국당을 지지했던 TK를 외딴섬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19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꼼꼼히 챙기는 것 뿐”이라며 ‘우리 당은 TK만이 아니라 전국의 보수층을 대변한다“고 설명헀다.

하지만 대구지역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지금 ‘TK 자민련’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새 정부에 좀 무리해서 비판적으로 대하는 감이 있다”며 “이러다 대구가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경북지역의 한 인사도 "지금 한국당의 행보가 마치 경북지역 민심과 동일시 된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된다"면서  "성주 개표 결과로도 많은 공격을 받지 않았나. 정치 견해는 자유지만 괜한 비판과 프레임이 덧씌워 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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