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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증거는 無, 증언은 오락가락
<기자수첩> 점차 설득력 잃는 특검‥'구체적 증거' 없는 '빈껍데기' 공판 언제까지?
2017년 05월 22일 (월) 유경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자꾸 되풀이되는 말인데, 사실관계 확인만 하세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임원진 등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가 특검의 태도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사건 관련 증인이 출석해 진행되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특검이 공소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질문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검으로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대통령 탄핵에 있어, 이 부회장은 가장 큰 ‘퍼즐 조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인 만큼, 공판에 임하는 특검의 각오도 비장하다.

하지만 공판이 진행될수록 특검의 ‘퍼즐 맞추기’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국민들의 기대감도 이내 ‘실망감’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참고인 진술조서와 증인의 증언을 감안할 때, 뇌물과 관련한 대가 관계가 명확치 않은데다, 특검의 추측·예단에 의해 공소장이 작성된 측면이 적잖기 때문이다.

공판 초반만 하더라도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특검이 중반을 넘기는 시점에선 반대로 '코너'에 몰리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특검의 가장 큰 문제이자 고민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공판이 시작된 지 한달을 넘겼지만, 아직까지도 혐의를 특정할만 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증인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지난 19일 16차 공판에선 일성신약 윤석근 부회장이 출석했다.

윤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그런데 윤 부회장은 증언에서 “삼성 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승계’, ‘상속’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맞지만 경영권 언급은 없었다”, “삼성측에서 미래 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윤 부회장의 입에서 의미있는 증언이 나올 것으로 특검은 기대했을 테지만,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증언 때문에 혼란만 부추긴 셈이 된 것이다. 변호인단이 “증인의 법정 진술태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빙성이 전혀없다”고 반격했음은 물론이다.


◇ 특검, 국민적 신뢰 얻기 위해선 추측·예단 배제하고 '증거'만을 놓고 겨뤄야

공판이 진행될수록 변호인측의 주장에힘을 싣는 증언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1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은 “박원오 전무로부터 삼성이 정유라를 포함해 마장마술과 장애물을 전체적으로 지원한다고 들었다”면서 “최순실이 중간에서 장난을 쳐 삼성도 어쩔수 없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삼성측이 올림픽 승마지원에서 정유라 외에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려 했지만, 최순실의 개입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박 전 감독이 증언이 특검의 진술조서의 내용을 일부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특검의 조사 과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진술조서에는 박 전 감독이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계약 체결을 언론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으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다른 선수도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박 전 감독은 공판 증언에서 ”구색 맞추기라는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특검을 당혹케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특검은 증인신문에서 공소사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안을 묻는 것에 아까운 시간을 쏟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있어, 핵심이 아닌 지엽적인 사실 파악에만 몰두하다 보니, 공정해야 할 재판부로서는 “사실관계만 파악하라”고 일침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 공판은 특검과 변호인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법정 공방이 가열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특검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할 것은 ‘증거’다. 정황에만 의존해 사건을 풀어가려 하다보면, 아무리 유능한 법조인이라 해도,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검은 자신들이 그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유경표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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