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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노무현②] ‘친노’의 꿈, ‘문재인’을 담다
위기와 부활…영욕의 친노 변천사
2017년 05월 27일 (토)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한때 ‘폐족’이라 불렸던 ‘친노(親盧)’가 부활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은 친노 진영의 부활을 알리는 장이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뒤 9년만이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이번 추모식에서 이들의 표정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과 연이은 선거 참패, 또 극적인 정권교체까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친노’는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실패에 부딪힐 때면 사분오열(四分五裂)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친노’라는 딱지를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엔 기적적으로 결집되는 힘을 보여주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시사오늘>은 2007년 17대 대선 참패 이후 ‘친노’ 진영의 변천사(變遷史)를 되짚어 봤다.

   
▲ 지난 23일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걸린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벽화.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위기 - 2007년 17대 대선 참패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
안희정 당시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현 충남도지사)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반성문 중 일부다. 그만큼 17대 대선 결과의 여파는 컸다. 친노 진영이 거의 해체되다시피 한 것이다.

이같은 친노의 하향세는 2008년 4월, 18대 총선으로 이어졌다. 친노 17여명이 공천을 받고 선거에 출마했으나, 대부분 낙선한 것이다. ‘생존자’는 이광재, 백원우, 서갑원 의원 등 일부에 불과했다. 또다시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심판을 받으며 ‘친노’란 이름은 조금씩 정계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친노의 몰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또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하면서 이광재, 서갑원 당시 의원에게 돈을 줬고, 안희정 당시 최고위원은 상품권 5000만 원어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이광재, 서갑원 당시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안희정 현 충남지사도 상품권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 총선에서 그나마 살아남았던 친노 세력이 정치적으로 처단된 순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까지 ‘박연차 게이트’ 의혹에 휩쓸리면서 야권은 ‘친노’들과 등을 돌려버렸다. 당시 민주당을 이끌었던 정세균 당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사실상 삼갔다. 비주류들이 ‘정세균 체제는 친노’라고 거세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시 민주당 소속 당직자였던 한 정계 관계자는 <시사오늘>에 “친노의 최대 위기 아니었나 싶다”라며 “가족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인물까지 휩쓸렸던 시기다. 나서기 힘든 분위기였다. (조용히 있던 친노들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무작정 비난하기엔…”이라며 말을 아꼈다.

   
▲ 지난 23일 봉하마을 한켠에 마련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生前) 사진.ⓒ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약진 -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당 집권
위기의 친노가 다시 약진(弱震)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멸(滅)했던 친노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을 등에 업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작은 성공을 이뤘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좌희정 우광재’가 각각 충남도지사와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것이다. 여기에 김두관 의원까지 경남도지사에 오르며 친노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같은 흐름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당대표 선거로 이어졌다. 총선을 지휘할 당대표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선출됐으며, 대선을 이끌 인물로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에 올랐다.

비록 19대 총선에서 패배하며 한명숙 전 총리가 당대표직에서 사퇴했으나, 곧 또다른 대표 친노, 이해찬 의원이 당을 이끌게 됐따. 이에 따라 ‘이해찬 체제’ 민주통합당은 2012년 8월 25일~9월 16일 전국 순회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문재인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 위기 - 文, 대선 낙선, 4·29 재보궐…연이은 패배
이처럼 친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7대 대선 직후 손학규 전 대표에게 내주었던 ‘당권’을 다시 재탈환하는데 성공했으나, 연이어 선거에서 대패(大敗)했다.

문재인 당시 당대표에 대한 당내 압박도 거세졌다. 재보궐 패배를 책임지라는 이유로 사퇴와 공천권 양보를 요구했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당내 기조로 떠올랐다.

당시 <시사오늘> 2015년 05월23일자 보도에선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정작 '나 친노요'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한명숙, 이해찬 의원 등 원로 친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문 대표의 비선이라 불리던 노영민, 전해철 의원 등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전병헌 의원 측도 '퇴진은 너무하다'는 평이한 주장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의 수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친노가 꼭꼭 숨어있는 모양새다.”

친노가 다시 결집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5년 노무현 서거 6주기였다. 아들 건호 씨는 추도식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무성 당시 당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며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의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권력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키고,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 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당시 대표 또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우리 당 안에서만큼은 더 이상 친노-비노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용어조차 쓰지 맙시다. 고인의 간곡한 바람일 것이다. 그 누구도 노무현 이름을 정치마케팅으로 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노무현 추도식이 돌아올 때마다 친노가 집결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와 부활을 거듭 반복할 수 있었던 연유도 결국 노 전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 23일, 추모객들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친노에서 ‘친문’으로 - 朴 탄핵 그리고 19대 대선 대승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 바야흐로 ‘친문(친문재인계)’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문’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을 강조한다. 검찰개혁, 재벌개혁, 탈권위주의 등 그가 남긴 유산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각종 언론매체에선 노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그를 회고하는 영화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시사오늘>에 “노 전 대통령이 가졌던 꿈이 이상이 컸고, 그러나 당시엔 세력이 적었다. 이상 크기만큼 세력이 좀 적었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만 19명이 국회의원이 됐다. 단체장도 24명 쯤 됐다. 참여정부 시절 기용됐던 젊은이들이 착실히 밑바닥부터 성장해온 결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노 세력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시사오늘>에 “이제 막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산재해놓은 과제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 본다. 친노 세력들의 향후 행보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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