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P 모델로 보는 정의당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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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P 모델로 보는 정의당의 미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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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세분화·목표시장설정·포지셔닝으로 분석하는 정의당의 미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의당은 대중정당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으면서, 비기득권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2016년과 2017년은 대한민국 현대정치사를 뒤흔들어 놓은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만하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체제로 등장해 거대 양당 구도를 해체하더니, 2017년에는 ‘보수의 상징’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강고하던 보수 세력을 오합지졸(烏合之卒)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토록 요동쳤던 적은 없었다.

때문에 이제 대한민국 정당들은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격변(激變)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이전과는 다른, 전혀 다른 방식의 전략전술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시사오늘〉에서는 마케팅 기법으로 널리 활용되는 STP 모델을 활용해 ‘미니 정당’인 정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분석해 봤다.

*STP – Segmentation(시장세분화), Targeting(목표시장 설정), Positioning(포지셔닝)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다양한 기준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목표를 설정한 뒤, 타깃층에 어필할 수 있는 위치를 설정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Segmentation

시장세분화란 지리적 변수, 인구통계적 변수, 심리분석적 변수, 행동적 변수 등을 기준으로 집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성별, 연령, 지역, 직업 등을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대표적인 시장세분화 작업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정치에서는 비슷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유사한 가치를 추구하고 동일한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성별과 연령, 지역, 직업 등을 세분화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념과 지역으로 유권자 집단을 나눈 다음, 보수와 영남을 타깃으로 설정해 스스로를 ‘보수·영남 대표 후보’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썼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세대와 지역에 따른 지지율의 편차가 적지 않았다. 성별, 연령, 지역, 직업 등으로 유권자를 구분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Targeting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이었던 지난 3일 〈프레시안〉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다른 후보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었다. 문 후보와 홍 후보, 안 후보는 물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까지도 눈에 띄게 지지율이 높은 ‘텃밭 지역’이 존재했던 것과 달리, 심 후보는 모든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즉, 심 후보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지역주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심 후보 지지율 중 유의미한 차이는 성별과 연령에서 나타났다. 심 후보 지지자 중 남성은 6.9%, 여성은 9.0%였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는 문 후보와 심 후보밖에 없었다. 또한 심 후보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1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에서 떨어져 있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와 정의당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토대로 보면, 결국 심 후보와 정의당의 타깃은 ‘사회적 약자’가 될 공산이 크다.

◇Positioning

문제는 정의당의 타깃층이 더불어민주당과 겹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는 여성과 50대 이하에서 심 후보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얻었다.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지 못하면, 정의당은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난 대선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대선에서 심 후보는 문 후보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동성애나 노동 등 몇몇 문제에서는 선명성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진보를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중도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거대 정당’ 민주당이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정의당이 채워준 셈이다. 결국 정의당은 대중정당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으면서, 비기득권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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