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 김종찬 "승마지원 로드맵, 박원오가 먼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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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김종찬 "승마지원 로드맵, 박원오가 먼저 제안"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5.29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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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유라 지원 아닌 승마국가대표 지원한것"
"최순실 때문에 올림픽 승마지원 계획 변질된 듯"
특검 의혹제기, 뿌리채 흔들리는 모양새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이 정유라 단독지원으로 변질된 이유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 해외 전지훈련 계획 보고서인 ‘승마 지원 중장기 로드맵’의 최초 제안자가 삼성이 아닌,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라는 증언도 나와 특검의 의혹제기가 뿌리채 흔들리는 모양새다.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0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간 용역 계약이) 정유라 지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 승마선수단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전무는 “삼성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정유라 말고도 다른 승마선수들을 지원키로 올림픽 승마지원 로드맵이 짜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11월 삼성의 지원으로 승마선수를 독일로 전지훈련 보내기로 얘기됐는데 이후 모두 ‘스톱’됐다”며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박원오 전무에게 들으니 최순실 때문에 (승마지원 계획이) 변질된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 과정에 관여한 만큼, 이 부회장 공판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특검은 증인신문에서 김 전무에게 △최순실 모녀의 영향력을 언제 알았는지 여부 △승마지원 중장기 로드맵의 작성 경위 등을 추궁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0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전무에 따르면 정윤회와 최순실이 딸이 정유라 라는 사실은 승마 시합 때마다 정윤회 부부가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윤회의 영향력을 실감한 것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 이후 였다.

당시 대회에선 정유라가 은메달에 머무르자, 판정시비가 일었고, 상주경찰서가 심판과 승마협회 위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대회 심판에는 김 전무도 끼어있었다.  

김 전무는 “심판들이 혐의없음으로 끝났지만, 나중에 보니 정윤회와 연관 있다고 소문이 났다”며 “승마계에서도 정윤회를 알게 됐고, 안민석 의원의 ‘공주승마’ 의혹 제기를 통해서 정윤회가 박근혜 정부 실세인 것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다만 김 전무는 “2014년 11월 이후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박원오가 ‘정윤회보다 최순실이 더 실세’라는 얘기를 하긴 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고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해 당시 최순실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김 전 전무는 2014년 12월 대한승마협회가 개최한 ‘승마인의 밤’ 행사에 정유라가 참석한 것으로 안다는 증언을 했다. 이는 앞서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지난 17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김종찬 전무가 정유라를 불참토록 조치를 취했다”고 한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특검은 이영국 상무가 장충기 사장에게 행사가 끝난 후 보낸 문자를 보여주며 정유라가 당시 불참했음을 언급했다. 이 문자에는 “언론매체에서 정윤회씨 딸 수상 참석을 취재하려는 의도기 있었던 같으나 사전에 불참하는 것으로 조치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특검은 “증인이 정유라를 행사에 불참토록 조치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 전 전무는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전 전무는 “당시 행사는 승마 메달리스트들에게 표창하고 상 주는 자리였다”며 “수상자가 너무 많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는 모두 참석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을 통해 ‘승마인의 밤’ 행사에 이영국 상무가 개입해 정유라를 불참시켰다는 특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승마협회 회장사는 한화그룹이었고, 삼성은 아직 회장사를 인수하기도 전(2015년 3월 인수)이므로 이영국 상무가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전무도 “누가 정유라를 행사에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선 모른다”면서도 “당시 이영국 상무가 실질적인 실무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원오 전무가 박상진 사장에게 전달한 승마지원 중장기 로드맵에 대해서도 특검과 변호인간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특검은 삼성이 정유라 승마지원을 목적으로 먼저 박원오측에 로드맵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 반대신문에서 김 전무는 “로드맵의 최초 제안자는 박원오 전무가 맞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측 주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만일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유라 승마지원에 적극 나선 것이라는 특검의 논리가 뿌리채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무는 “2015년 6월 초순 커피숍에서 만난 박원오가 로드맵을 설명했고, 저도 좋은 취지라 생각해 승마협회 직원을 불러 도와주라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처음 로드맵이 정유라 개인에 맞춰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올림픽 승마 출전에 단체 선수가 나간다는 것은 승마협회의 꿈이었고, 삼성에서 올림픽 승마를 지원한다고 해 (협회에서도) 다들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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