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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봉 “권력 구조, 문화적 정합성 고려해 결정해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06)>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
2017년 05월 31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언어 습관을 소개하며 이것이 한국인의 신념 체계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시사오늘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제23회 행정고시 합격자지만, 공직생활을 한 기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과 교수로 일했기 때문이다. 교수 시절에는 〈한국 행정학〉이라는 책을 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통하는 수험서다.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깜짝 등용’됐고, 제20대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로 ‘깜짝 발탁’됐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 덕분에, 유 의원은 여타 의원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행정학자로서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유 의원은 한국인들의 기저에 깔린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 적합한 정치 제도를 탐색하는 ‘독특한’ 시간을 선사했다.

“생활 방식 차이, 문화적 특성과 연관”

유 의원은 먼저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언어 습관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한국인의 신념 체계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먼저 음식을 보자. 우리는 도시락이든 밥상이든 반찬 여러 개가 한 상에 나오고, 거기 두 명이든 네 명이든 둘러앉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먹는다. 반면 서양은 에피타이저부터 순차적으로 하나씩 들어온다. 한국은 면(面), 서양은 선(線)에 가까운 문화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아이를 작은 침대에 넣어두고 독립적으로 키운다. 아무리 울어도 그냥 놔둔다. 우리는 어떤가. 아이가 울면 데려다가 부모님 사이에 재운다. 어릴 때부터 한쪽은 개별생활에, 한쪽은 공동생활에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 그는 우리나라의 이런 특성이 집단주의와 상대주의, 수직적 문화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 시사오늘

언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에는 존칭이 있다. 높임말이 있고 하대하는 말이 있다. 이런 언어 체계 안에서 우리는 위계성을 파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로 간다 하더라도,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회는 수직적·계층적인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 존칭과 평어의 존재가 수직과 수평을 구분 짓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이런 특성이 집단주의와 상대주의, 수직적 문화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서양의 한 학자가 서양 언론과 일본 언론의 차이를 비교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차 사고가 났을 때 서양 언론은 ‘어떤 이유로 사고가 났다’처럼 일차적 원인과 결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그것을 확장시켜서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지, 사고가 제3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향은 우리나라 사람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특성이다.

또 우리나라는 상대주의적이다.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친구가 뺑소니를 내면 그것을 사실대로 말하겠느냐’라고 물어보니 1/3만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뺑소니를 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2/3가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더라. 팩트는 하나지만, 누가 연관돼 있느냐에 따라 팩트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대주의는 우리나라의 매우 중요한 문화적 특성이다.

집단주의와 상대주의는 연고중심의 폐쇄성·패거리 문화와 연관된다. 또 혼자보다는 집단에서 힘을 느끼는 실리적 사고와도 관계가 있다. 여기에 수직적 가부장문화가 결합되면 1인 중심의 패권적·제왕적·군주적 파벌 집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대통령제, 한국 문화에 어울리지만 시대정신 반영 못 해”

유 의원은 이와 같은 문화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권력구조가 대통령제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제는 시대정신을 담지 못하는 까닭에, 문화와의 정합성과 시대정신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우리는 집단주의·수직문화·상대문화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3부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나 5부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보다 한 계급 위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수직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체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가장 정합성이 높은 제도는 4년 중임제다. 문재인 대통령 업무지시만 봐도 분권이나 견제보다는 가부장적 속성이 더 강하다. 그리고 대통령이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판단되면, 국민들은 가부장적 업무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독선을 예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자식이 아버지에게, 사원이 사장에게, 학생이 선생님에게 ‘이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하기 힘든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문화에서의 대통령제는 사실상 삼권분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유 의원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 시사오늘

그는 대통령제가 우리나라와 문화적 정합성은 높지만,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의원내각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원내각제는 시대정신이나 국민요구에 부합하지만, 문화정합성이 낮다. 여러 당이 서로 합의하고 양보하고 협치하는 훈련이 돼있지 않다. 자연히 교착상태에 빠지고, 5년 내내 어떤 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의원내각제에 가깝지만 대통령이 있다. 의회에 혼돈이 오더라도 비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대통령제에 문제가 많으니까 내각제로 가자, 제2공화국 때 내각제를 해보니까 안 좋더라 이원집정부제로 가자,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국민직선제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대통령은 비상시에만 역할을 하고, 평상시에는 총리가 행정부를 관할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의원내각제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 우리 문화의 특수성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치 제도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친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내 주변부터의 변화’를 부탁하며 문을 닫았다.

“지금 우리는 시대정신과 문화가 불일치한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대정신을 앞세워 이상으로 갈 것인지, 문화를 고려해서 현실에 바탕을 두고 개선시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 스스로가 내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분권·자율·자립·책임 등을 훈련해야 한다. 가부장적 지시가 아니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생산적 결론을 만들어가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작은 집단의 DNA가 변화할 때, 대한민국의 정치 DNA도 변할 수 있다. 정치권만 바라보지 말고, 나부터, 내 주변부터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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