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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기본소득, 중산층을 순수혜자로 만들 것”
<동반성장포럼(36)>“기본소득 강점 세가지…세밀히 들여다봐야”
2017년 06월 09일 (금)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지난 19대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복지공약이 있다. 바로 이재명 성남시장(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 대표공약으로 내세우며 화제를 모은 ‘기본소득’ 제도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자산심사 혹은 노동의 요구 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국내에서 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계기는 스위스가 지난해 ‘월 300만 원 기본소득’ 국민투표를 진행하면서 부터다. 기본소득 국내 도입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위스와 같은 선진 유럽국의 사례를 한국에 도입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강남훈 한신대 교수(‘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이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한국 사회 사정에 적함한 제도란 것이다. 강 교수는 지난 8일 열린 제43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경제학적 근거를 세밀하게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역설했다. 특히 강 교수는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중 상당수의 학자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고 강조하며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사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기본소득을 지지한 경제학자들이 꽤 많다. 이 중 폴 사무엘슨은 1968년 당대 유력 경제학자들과 함께 기본소득 청원을 조직했다. 이 청원운동에 12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서명했는데, 소위 ‘토빈세’로 이름을 떨친 제임스 토빈도 이 청원운동에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기본소득 법안을 두 번에 걸쳐 발의하는데 큰 힘이 됐다.

제임스 부커먼 또한 기본소득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공공선택 이론’에 입각해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버트 사이먼 또한 ‘모든 소득에 대해 70%의 평률세율로 과세해 기본소득으로 재분배하자’고 주장했다. 사이먼은 ‘소득’과 ‘부(富)’는 남의 지식을 활용한 대가라고 봤다. 그가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부(富)를 재분배 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주요 이유다. 로버트 쉴러의 경우, 기술이 진보할수록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고 생각한 인물이다. 기술진보가 혁신과 창업을 저해하고, 소득창출에 해(害)를 입힌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소득세 정책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risk)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한다고 봤다.”

   
▲ 강남훈 한신대 교수(‘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이사장)는지난 8일 열린 제43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경제학적 근거를 세밀하게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역설했다 ⓒ시사오늘

◇ 중산층을 순수혜자로…기본소득의 강점

이처럼 수많은 유력 경제학자들이 기본소득에 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교수는 기본소득이 미치는 경제‧사회학적 특징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기본소득의 특징으로 △중산층을 순수혜자로 전환 △소득 재분배 효과 △저소득층 노동 유인(誘因) 등 세가지가 꼽힌다.

“국민소득이 1천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저소득층은 100만원, 중산층은 200만원, 고소득층은 800만원의 소득이 있다. 여기서 세율을 ‘역진세(과세 금액이 많아짐에 따라 세율이 낮아지는 조세)’를 통한 ‘기본소득’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중산층의 순수혜택은 ‘-6’(세율 18%)에 불과하다. 반면, 고소득층은 ‘-24’(세율 6.75%), 저소득층은 ‘+30’이란 순수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비례세(연봉으로 얼마를 받든지 간에, 같은 세율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하면 달라진다. 마이나스로 주저앉았던 중산층의 순수혜택은 ‘+12’(세율 9%)가 되며, 고소득층은 오히려 ‘-42’(세율 9%)가 된다. 중산층은 세율을 적절히 내면서도 기본소득을 통해 ‘지불한 세금을 충당’받는다. 비례세와 기본소득이 동시에 제공되면서 중산층이 순수혜자로 올라서는 셈이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이 행정비용과 낙인효과를 줄어주는 효과를 줄 수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선별소득보장제도의 경우, (기본소득) 신청자에게 낙인효과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낙인효과가 없다. 인권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또 행정비용에서도 차이가 난다. 선별소득보장제도는 보조금 신청 자격심사를 해야한다. 상당한 행정비용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이러한 절차가 생략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재분배 효과가 동일하고 행정비용이 적게 들고, 인권측면에서 바람직한 기본소득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분배의 역설’이란 스웨덴 사회학자 발테르 코르피(Walter Korpi)가 주장한 이론으로, 선별복지보다는 보편복지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소득격차가 더 줄었다는 내용의 이론이다. 즉, 한정된 예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 투여한 나라에서 오히려 소득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유일한 변수는 ‘복지규모 감소’다. 선별소득보장 제도에서 복지규모를 늘렸을 경우(가난한 시민에게 보조금을 올려줬을 경우), 중산층의 순수혜는 오히려 -6에서 -8로 대폭 감소됐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 하에서 복지규모를 늘렸을 경우, 중산층 순수혜는 +12에서 +16으로 늘어난다. 단, 고소득층은 -42에서 -56으로 순수혜가 대폭 줄어든다. 바로 재분배의 역설이다.”

   
▲ 최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과 노동시간 ⓒ강남훈 교수의 '권리로서의 기본소득 쟁점과 이해'  발췌

◇“저소득층, 노동의욕 높아질 것”

일각에선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저소득층이 노동의욕을 잃고, 일을 안하게 될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선다. 하지만 강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저소득층의 노동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완전고용이 보장된 시대에선 3%의 인구가 놀고 먹는게 전혀 문제가 안됐다. 하지만 인구 20%가 백수인 요즘, 국가가 구직수당을 모두에게 줄 순없다. 결국 선별 지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논의가 나올 당시, 핀란드 정부가 2천명을 뽑아 기본소득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해보자고 했다. 2년뒤 통계결과가 나왔는데, 놀고 먹던 예술가가 기본소득을 받고 나서 오히려 자신의 작품을 팔기 시작했다. 창업신고를 한 것이다. 예전엔 창업신고를 하면 구직수당이 끊겨서 창업을 하지 않았다. 기본소득 정책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창업신고를 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면서, 이 예술가 청년이 소득창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핀란드에선 기본소득 정책 도입 이후 청년실업이 줄어들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의 철학적 정당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버트 사이먼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소득 상위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 축적된 지식을 활용했다. 따라서 모든 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말이다. 최근 컴퓨터 과학자 수마야 케인즈 또한 ‘기본소득은 효율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답하며, ‘기본소득이 기술이 가져온 대규모 불평등을 교정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기본소득은 우리 공유자산의 결과인 셈이다. 시작은 천연자원, 탄소세 등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적으로도 ‘기본소득세’란 딱딱한 용어보단, 국민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국민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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