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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래 한국과 개헌,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다
<강상호의 시사보기>국민 참여 개헌 표방한 10차 개헌, 지속적 관심 필요
2017년 06월 15일 (목)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1980년 쾰른(Koln) 공항을 거쳐 본(Bonn)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정돈 된 도시 이미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 후 수시로 독일을 오가면서 법과 상식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공정하고 생존권 보장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험했겠지만 ICE(독일의 고속열차)나 TGV(프랑스의 고속열차)를 타고 유럽대륙을 횡단하다 보면, 열차가 독일에 들어서거나 독일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차창에 비치는 풍광만으로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독일 민족성에 기인한 사회적 질서라고 생각했는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 그 이듬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구 서독지역에서 1차 회의를 하고 구 동독지역에서 2차 회의를 갖게 되면서 이러한 추론은 무너져 내렸다. 버스로 서독지역에서 동독지역으로 단체 이동 중, 가이더가 “조금 있으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동독 지역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라고 안내 멘트를 했다. 30분쯤 지났을까, 황폐한 도로와 낡은 건물 그리고 무질서한 풍광이 나타났다. 그것은 민족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실체였다. 같은 민족이었지만 44년간의 다른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통일 후 체제가 통일되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구 서독지역과 구 동독지역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사람이 체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제도론자가 아니어도 제도가 행동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에 누구나 쉽게 동의한다. 그런데도 1987년 9차 헌법 개정 후 지난 30년간 우리사회에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최근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높은 지지율이 나타나자, 이들은 “그것 봐라, 대통령이 바뀌니까 정치행태가 바뀌고 많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느냐”며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4년 중임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개헌을 논의하고 새로운 제도를 설계할 때는 1987년 이후 6번의 실패를 분석하고 최선의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설계해야한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여 동안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서는 개헌 논의를 기본권과 총강, 경제와 재정, 지방분권, 정부형태, 정당과 선거, 사법 분과로 나누어 분야별로 진행하고 있다. 이 6개 분과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격론을 벌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분권과 협치, 비례성의 제고 그리고 기본권과 직접민주주의 요소의 확산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는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법과 상식에 따라 집행되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법과 상식으로 행동하면 누구나 최고 권력자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현행 헌법 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과 문재인 정권의 탄생과정에서 가시화된 측면이 있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은 퇴임 후 상당 시간이 흐른 뒤 법의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파면당하고 수갑을 찬 모습으로 호송관에게 팔뚝을 잡힌 채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탄핵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제5부로서 확실한 권력을 행사하였고, 시민들은 체포된 권력을 보면서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광장민주주의의 확산을 우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헌법 개정을 통해서 직접민주주의를 확산하려는 요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제 7공화국 헌법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함으로써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라는 것을 명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남은 1년 임기 동안 개헌에 총력을 기울여 국회 주도의 새 헌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도 국회 주도 개헌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정부 내 별도의 개헌특위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 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18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개헌 발의 후 공고기간 20일, 국회 의결기간 60일 그리고 국민투표 공고기간 30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까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9차례에 걸친 개헌 과정에서 정권이나 소수의 정치 그룹이 개헌을 주도해 왔으나 이번 10차 개헌은 국민 참여 개헌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국회 개헌특위의 적극적인 활동과 언론의 지속적인 심층 보도를 촉구한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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