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의 휴가사용 촉진법안] “연차, 남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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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의 휴가사용 촉진법안] “연차, 남기지 말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6.2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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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⑫>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 4월 유급휴가 사용촉진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휴가 / 왜 가 / 그냥 / 잘 가. 휴가에 이유 따윈 필요 없다. 바른 휴가 운동.’

최근 〈진에어〉가 론칭한 TV광고다. 눈치 보지 말고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으로,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광고에 대한 호평은 역설적으로 혹독한 현실을 드러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TV광고에서 ‘바른 휴가 운동’이라는 캠페인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이 ‘바르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또 제5항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직장인은 8.6일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어진 유급휴가의 60%를 조금 넘는 사용률이다.

실제로 같은 날 〈시사오늘〉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원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차를 쓰기는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연차 사용은 회사 바이(by) 회사, 팀 바이(by) 팀”이라며 “어떤 회사인지, 누가 팀장인지에 따라 연차를 얼마나 쓸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팀장은 ‘한 명이 연차를 쓰면 다른 사람도 써야하니까 구멍이 숭숭 난다’며 연차를 못 쓰게 하는 팀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김병욱, 유급휴가 사용촉진법안 대표발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 4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근로자의 재직기간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해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많은 근로자가 연차의 일부분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업무과다, 대체인력 부족, 휴가 사용을 꺼리는 직장 내 분위기 등으로 비롯된 경우가 많으므로 근로자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2016년 말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이 개정돼 정부가 직장인 휴가사용실태를 조사·공표하도록 했지만, 그 실태를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이 미비하다”면서 “이 법안은 사용자가 개인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 사용일수 등을 기록한 서면을 매월 근로자에게 교부해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고, 사업장별로 연차 유급휴가대장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연차 유급휴가 사용 실태에 관한 체계적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개인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와 사용일수 등을 기록한 서면을 매월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각 사업장별로 연차유급휴가대장을 작성하고, 근로자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 사용일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록해 매 반기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개인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와 사용일수 등을 기록한 서면을 매월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취지 좋지만 실효성 ‘글쎄’

다만 이 법안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연차 사용 촉진을 위해 개인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와 사용일수를 기록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배부하고, 연차 유급휴가대장을 매년 2회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는 것이 본 법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노동청의 한 감독관은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유급휴가대장만으로는 연차보상비 때문에 휴가를 안 쓰는 것인지 회사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안 쓰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며 “현실을 고려하지도 못했고, 그다지 실효성도 없는 전형적인 탁상공론형 법안인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금 노동 분야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데, 저런 보여주기식 법안이 통과돼서 일거리만 늘어나면 정작 중요한 부분에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면서 “법안 숫자 늘리려고 아무 법안이나 막 내놓는 것이 아니라면, 현장 상황을 잘 고려해서 꼼꼼하게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근본적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대책만 내놓는다는 평가도 따른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원은 “우리 회사의 경우 연차를 쓴다고 눈치를 주는 일은 없지만, 월급이 너무 적기 때문에 연차를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 의원의 법안 내용을 들은 뒤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한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며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연차보상비라도 받아야 살 수 있다”고 현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살린다 살린다 하면서 정작 정책이나 법안 같은 것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휴가사용촉진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의 귀책으로 1년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의 귀책으로 청구권을 1년간 행사하지 못한 후에 근로자가 금전 대체를 희망하는 경우 △법정일수를 초과한 경우 연차유급휴가수당 청구권이 발생하는데, 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사원들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인 51.3%였다.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기 이전에, 연차유급휴가수당이라도 받아야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현실부터 고쳐야 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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