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정부가 자초한 먹거리 대란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동성칼럼>정부가 자초한 먹거리 대란
  • 시사오늘
  • 승인 2010.10.12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행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
먹거리 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시는 느닷없이 낙지에 다량의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들어 있다고 공표 했다. 그것도 내장이 밀집한 머리 부분에 집중 돼 있다는 친절(?)하면서도 그럴듯한 주석까지 달았다. 

서울시가 살림살이 규모나, 행정력에서 ‘정부 다음의 정부’로 평가받는 만큼 이 연구 결과의 신빙성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평소 같아선 거래가 한창이어야 할 수산 시장과 재래 시장 등에서 낙지의 유통이 급속히 감소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낙지로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전문 식당가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신뢰 있는 지자체가 시민들의 건강을 생각해’ 내놓은 연구 결과에 국민들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뉴스가 나가자마자 손님들의 발길은 말 그대로 ‘뚝’ 끊겼다는 게 상인들의 장탄식이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이와는 크게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의 발표가 표본 등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연구 결과다. 

식약청이 식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 서울시의 발표로 이미 식성을 잃은 소비자의 구미를 되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서울시의 발표로 소비자의 뇌리에 ‘중․금․속’이라는 세 글자가 또렷이 박혔기 때문이다.

최근엔 또 다른 먹거리가 대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무, 배추, 파 등 채소류다. 이들 채소류는 지난달 추석을 전후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산지가 초토화되다 시피한 탓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로 인해, 우리네 식단에 자연스레 올라야할, 김치가 금값보다 비싸다는 뜻에서 ‘금(金)치’로 불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요즘엔 이 말이 어느 때 보다 실감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곧 있으면, 한국인의 월동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장철’이 도래한다. 현행 채소류의 시가대로라면, 어지간한 가정에선 김장을 담그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뒤따른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채소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말도 있다. 

사태가 이쯤되자, 이번엔 책임론이 불거졌다. 진원지는 당연히 정치권이다. 특히 국감이 한창인 마당에 정부의 실정보고서 제1 목록에 ‘채소값 대란’이 올라왔다. 야권은 채소값 급등 원인이 4대강 사업에 따른 경작지 감소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근거도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4대강 사업에 의해 하천 둔치에 시설 채소 재배지가 약 16.4% 정도 격감됐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야권에서 제시한 보고서다. 

평소 이들이 4대강 사업을 미운 털로 봐왔다고는 해도 결과엔 일면 신뢰가 간다. 그렇다고 해서 4대강 사업을 채소값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어디까지나 그럴 것이다’라는 가설이 성립될 뿐이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급해진 정부가 채소값 폭등의 범인을 태풍에 돌렸지만, 엄연히 수요가 폭등할 시기에 앉아서 구경만 한 꼴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말처럼, “정부가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결과다. 

‘서울시의 낙지 해프닝’과 ‘정부의 채소값 폭등 불구경’은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당사자, 혹은 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선 대란이 분명하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에 정부의 무책임과 무사안일한 일 처리가 그대로 엿보여 씁쓸함을 던진다. 

사태가 사태니 만큼, 이를 만회하려는 당국자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지체 높은’ 서울시장과 여권 요인들이 체면 불구하고 낙지를 통째로 삼키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여야 할 지경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행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것 같아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