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국민연금에 손해?‥오히려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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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국민연금에 손해?‥오히려 '이익'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6.3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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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특검, '삼성-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 연결고리 입증 '난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SK 합병을 두고 전문위 논의 당시 전문위원들이 의사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손실과 책임은 국민연금이 지고 결정은 책임이 따르지 않는 외부인사들이 하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채준규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리서치팀장은 과거 SK(주)와 SK C&C의 합병이 무산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공판에 SK가 거론되는 이유는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 삼성의 경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단, 삼성은 국민연금 내부인사로 구성한 ‘투자위’가 합병을 결정한 반면, SK는 외부인사로 구성한 ‘전문위’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는 것이 둘의 차이점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르면 합병에 관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 산하 투자위가 행사토록 돼 있다. 다만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에 한해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작성한 ‘SK 관련 국내주식운영 의결권 행사(안)’을 보면, SK 합병 건이 전문위에 부의된 이유는 ‘합병 비율은 적법절차로 산출됐지만 최대주주에 유리하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특검은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문위’보다는 ‘투자위’가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청와대에 청탁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압력을 넣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판이 두달여를 넘어 반환점을 돈 현재까지 특검의 ‘청와대 개입’ 주장을 입증할 증언·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투자위 부의는 규정대로 처리한 것이며, 청와대의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 증인으로 출석한 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나아가 삼성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2016년 투자위가 검토한 2165건의 안건 중에는 전문위 부의가 전무했고, 2015년 2158건 중 2건, 2014년 2984건 중에선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건을 전문위에 부의하는 경우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연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 "오히려 돈 벌었다"

2015년 7월 7일 연금공단이 작성한 ‘의결권 행사 관련 쟁점’ 보고서에 의하면, 합병 찬성 3대 요건은 △장기적 주주가치 증대 △기금 이익에 부합 △주주가치 훼손 불가 등이다. 합병의 적법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의 지분가치 상승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1일 열린 31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지분가치가 삼성물산 합병 발표 전보다 2000~3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 22%의 주가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약 2조 2000억원 규모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20%의 주가 하락 시 적어도 4400억원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민연금은 삼성 합병 성사되면서 이익을 봤고,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면 큰 손해를 피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연금이 적정 합병비율(1:0.46)이 아닌, 불리한 비율로 (1:0.35)로 합병에 찬성해 138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특검의 주장과 정면배치된다.

합병비율 산출에 있어서도, 1:0.35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인위적’ 비율로 보는 특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변호인단은 1:0.35라는 비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당시 주가를 반영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출된 것”이라며 특검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의 실적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변호인단은 합병 발표가 있었던 2015년 5월 당시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도 삼성물산의 주가는 11.3%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동종업계인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은 각각 40%, 33%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특검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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