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난민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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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난민 시대
  • 고정길 편집주간
  • 승인 2010.10.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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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황량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축축이 젖은 낙엽처럼 마음은 의지할 곳 없는 벌판을 달리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비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새삼스레 인정의 그리움을 느낀다.
 
좀 더 따뜻하게 살 수는 없을까. 그러나 모든 것이 썰렁하기만 하다. 빈곤률 실업률 소득배분율 부패지수 국내 총생산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용 등 기존의 5개 지표에 값을 매겨 하나로 재구성한 사회통합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라 가운데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어느 곳 하나 밝은 곳이 없다.
 
농민들은 곳간에 곡식을 가득히 쌓아 놓고도 살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생명과 다름없는 다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지 않고 논과 밭을 갈아엎고 길거리로 나섰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더 서럽다. 속절없다는 생각에 악이 받쳐 몸부림을 친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일어 날줄 모른다.
 
고함을 쳐도 답답한 마음 풀릴 것 같지를 않다. 한집건너 빈둥빈둥 노는 젊은이들이 있다. 모두가 울상이다. 음식 장사하는 사람도 못살겠다고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로 경기가 끝 갈 줄 모르고 추락을 하고 있다. 공장을 운영을 하는 사람들마저도 공장을 때려 칠 수밖에 없다고 막말을 쏟아 낸다.
 
 살겠다는 사람은 없고 죽겠다는 사람만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치권은 갈기 세우고 기 싸움하는 동물들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 2004년 우리의 현실이었다. 6년이 지난 오늘도 청년 실업문제가 국가적 아젠다가 되어있다. 청년실업의 장기화, 즉 청년층의 저소득층화와 빈민화는 사회불안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서민의 고용상황을 반영하는 실업자 수는 늘어난다는 우울한 얘기다.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빛, 가을의 모든 것 처연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끝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서리가 내리기전에 방바닥을 고치고 바람 들어 올만한 곳도 고치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하지 않은가.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자. 비가 개면 해가 뜬다. 처마 끝에 앉아 질척질척 내리는 비만 하염없이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툭툭 털고 일어나 넘어진 울타리를 고치자. 세상사 다 그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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