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설 땅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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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설 땅이 무너진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7.0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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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재인의 유연한 우클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보수진영에서 낭보가 들려온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반대로 범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고전(苦戰) 중이다. 사진은 홍준표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보수진영에서 낭보가 들려온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반대로 범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고전(苦戰) 중이다.

인사난맥상을 겪으며 아주 미세하게 떨어지는가 했던 새 정부의 지지율은, 3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주보다 1.1%p 오른 75.3%를 기록하며 다시 반등했다. 반면 ‘보수 정당’의 지지율은 비교적 높게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합쳐서 20%를 넘기 어렵다.

전당대회도 흥행에 실패했다. 3일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는 아예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대표선출로 비교적 부드럽게 끝났고, ‘신선한 시도’라는 평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진흙탕 싸움이 된 전대의 그림자다. 바른정당은 이혜훈 체제가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상승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한 야당 당직자의 평이 상당히 그럴 듯하다. 그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보수가 설 땅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안보관련 행보가 상대적으로 ‘우클릭’으로 비춰질 정도로 균형감을 찾았다”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경제 쪽은 이견이 많이 갈리긴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재벌개혁 등에 공감대가 있는 만큼, 당분간은 문재인 정부의 질주에 흔들림이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게다가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부가 정부에 거센 항의를 시작하면서 소위 ‘갈라치기’도 어려워졌다. 돌파구가 안보이지만 여전히 야권 일각에선 ‘다시 흐름이 돌아온다’며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일 만난 구 새누리당 출신 한 관계자는 “어차피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욕을 먹게 돼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야권에 너무 많다”며 “경험적 안일함 때문에 쇄신이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과거 새누리당의 쇄신을 주도했던 소장파,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전부 한국당을 나가 있는 상태다.

바른정당 역시 TK(대구‧경북) 패권론을 벗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일부 당원들은 ‘결국은 TK가 헤게모니를 쥘 것’이라는 논리를 마치 일반적인 진리인양 믿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해서도 평가는 다르게 나오지만 대세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다.

오히려 정의당의 한 서울시내 시당 당협위원장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심상정 대표가 말했던 민주당이 오른쪽, 정의당이 왼쪽으로 오는 세상이 오는 것 같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극우의 전유물이 된 보수, 축소될 대로 축소된 보수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보수 정권이 내세울만한 요소를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선점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2일 서울 을지로에선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미정권 문재인’이라는 팻말 위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자칭 보수임을 내세우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자문할 때도 됐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보수인가, 아니면 보수 비슷한 적폐인가.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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