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그리고 비자금>
‘한화 비자금’ 용두사미로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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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그리고 비자금>
‘한화 비자금’ 용두사미로 그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1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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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300억 원대 이상 차명관리 비자금 정황 포착
법원, 비자금 관리 한화 간부 구속영장 기각 수사 안개속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 ‘공정한 사회’ 화두 제시→8월 30일 김준규 검찰총장 ‘강력한 법 집행과 특수수사 강화’ 천명→檢, 9월 16일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 압수수색 단행→9월 20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비자금 300∼500억 원대 차명계좌 정황 포착→9월 27일 한화 전·현직 임원 10여명 출국금지→9월 29일 경비용역업체인 S사의 한화 측 관리자인 간부 체포→檢, 10월 1일 S사의 한화 측 관리자인 간부 구속영장 청구→법원, 10월 3일 S경비업체 간부 구속영장 기각→10월 13일 현재 수사 진전 없음.
 
MB發 국정철학인 공정한 사회와 검찰의 강력한 법 집행의지가 맞물리면서 당초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권력형 비리의 사정 신호탄으로 이어질 전망이었지만 최근 사정당국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검찰 수사가 과거처럼 용두사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에 대해 이례적으로 각각 9시간과 11시간에 걸쳐 저인망식 압수수색을 단행할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정국을 블랙홀로 빨아드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한화그룹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S경비업체 간부 구속영장 기각하자 검찰의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청와대 등이 한화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일종의 꽃놀이패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집권 3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토착비리와 교육비리, 그리고 공직자와 친인척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의 척결을 천명한 바 있고 이후 지방선거 전인 6월 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도 동일한 언급을 했다.

8·15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철학을 제시한 이후 국정지지율이 40%대를 상회하자 이 대통이 한화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정치권력에 눈치 보는 검찰은 몸통 은폐용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MB정부로서는 한화그룹 등 대기업 비자금 수사 의지만 피력해도 단숨에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일종의 꽃놀이패라는 것.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화그룹의 비자금 의혹은 이전의 삼성그룹 등의 차명계좌 사건과 매유 유사하다”며 “배임, 횡령 등의 혐의가 분명한데도 이전 재벌수사처럼 관대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는 법치에 입각한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법적용에 있어 모든 사람이 예측가능성을 갖게 만들어 신뢰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게 분명한 수사의지를 가지고 한 치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경고한다”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불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한 처벌을 통해 법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 2007년 5월 11일 술집종업원 보복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초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김승연 회장, 과연 어떤 비자금 의혹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비자금 의혹의 시작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금감원)에 2003년 퇴사한 한화직원이 1989∼2003년까지 근무했던 전직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전직 한화 직원은 금감원에 한화그룹 내 비선조직인 ‘장교동팀’이 한화증권 지점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통해 300∼5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3년 한화증권을 퇴사한 한 직원이 그룹 내 비자금을 조성한 계좌가 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검찰 측에 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당초 한화그룹 비자금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지난달 16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수사가 대기업 비자금 관련 사정 신호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대통령이 검찰의 압수수색 3일전인 같은 달 13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공정한 사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공정한 사회에 걸 맞느냐, 공정한 거래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공정사회를 사정과 연결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직후 한화그룹에 대한 비자금 압수수색이 나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7월 금감원이 한화의 5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한 직후 대검찰청으로 넘겼고 대검이 1개월 이상 내사를 거친 다음 8월 말경 서부지검으로 이관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자 당시부터 한화그룹의 비자금 수사가 MB정부의 사정 신호탄이 될 거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당시 금감원이 입수한 한화 비자금 의혹은 한화그룹 내 비선조직이라 불리는 일명 ‘장교동팀’이 한화증권에 차명계좌를 만들어 300억∼500억 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한 정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화증권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도 아니고 검찰과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크지 않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검찰이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그룹차원에서 말을 할 수 없지 않느냐”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후 지난달 29일 검찰은 한화그룹의 비자금 창구로 추정되는 경비용역업체 S사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서울서부지검은 대검으로부터 2003∼2004년까지 진행됐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한화그룹의 수사 기록 자료 일체를 넘겨받고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이 넘겨받은 한화그룹의 대선자금 관련 자료는 2002년 발행한 83억 원의 채권과 이후 새롭게 확인된 10억 원의 채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5월 대선자금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검찰은 한화그룹이 한나라당 40억 원, 민주당 10억 원 등 50억원과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 10억 원 등 총60여억 원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서청원 전 대표에게 10억 원을 건넨 사실만 인정했다.

결국 한화그룹 비자금 중 대선자금의 핵심은 서청원 전 대표에게 건넨 돈 1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건넨 의혹이 있는 50억 원과 김 회장이 지인에게 빌려줬다고 진술한 23억 원의 채권, 새롭게 발견된 10억 원의 채권의 진실 규명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당시 검찰이 한화그룹 등 재계의 비자금 사용처만을 수사하고 비자금 조성 경로에 대한 입구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 거물급 정치인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검찰은 9월 29일 S사의 한화 비자금 관리자로 의심받는 김모(41)부장을 긴급체포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에 따르면 김모 부장은 9월 29일 경비용역업체 S사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운영팀장 김모 부장가 S사와 관련된 한화 측 내부자료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다.

검찰은 한화 임원 출신 오모씨가 대표인 S경비업체가 지난 1988년 설립된 이래 한화그룹의 경비업무를 전담에 온 점에 비춰볼 때 S경비업체가 사실상 위장계열사로 비자금 조성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비업체 S와 관련, “경비업체 S사는 2009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2억2000천만 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라며 “소규모 회사를 통해 불법 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비상식적이지 않느냐”며 한화그룹과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또 검찰의 비자금 착수와 관련,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됐던 계좌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조성된 김 회장의 개인재산으로 실명화 되지 못한 일부 계좌가 2004∼2005년 방치됐던 것뿐”이라며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밝혀진 차명계좌와 나머지 차명계좌에 예치돼 있는 돈은 다른 계좌로 이체되지 않고 금액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비자금이 아니다. 일부 한화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그룹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한화그룹 압수수색 당시 문서 파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모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의 수사의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헌법 제27조 제4항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하지만 과연 한화그룹 비자금과 관련된 자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해석에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 검찰의 한화그룹 압수수색 당시 내부 자료를 파기하고 경비용역업체 S사 직원들에게 검찰 수사관의 진입을 막게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자가 바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모 부장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일각에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금감원으로부터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을 넘겨받은 뒤 한 달 가까이 내사를 진행하다가 서울서부지검에 이첩한 배경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통상적인 대기업 비자금은 그간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하거나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지만 대기업 비자금의 사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한화
그룹의 비자금은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검으로 넘어갔다.

서부지검 이원곤 부장검사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에 참여했고 남기춘 서부지검장과 봉욱 서부지검 차장검사도 회계분석 등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검 중수부가 비자금의 단순 확인뿐 아이라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사용처 등까지 밝혀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효성 비자금 사건도 같은 해 6월 대검에서 8월 28일 중수부, 12월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되자 검찰이 2007년 12월 19일에 치러진 결과에 부담을 느껴 사건을 재배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 최근 한화 비자금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검찰 수사가 과거처럼 용두사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소액주주 무시하는 한화그룹

한화그룹의 문제는 비단 비자금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19일 한화 소액주주들과 경제개혁연대 등은 2005년 6월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에스앤씨의 지분 66.7%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 동관씨에게 저가에 매각한 것과 관련, 김 회장을 포함한 한화그룹 전·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총4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08년 6월 11일 경제개혁연대 등은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가처분으로 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구할 급박한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월 12일 주주대표 소송의 제기는 회사의 소송 제기 청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한화 측에 소제기청구를 했지만 한화 측 감사위원회는 소송불가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05년 6월 한화는 자회사인 한화에스앤씨의 지분을 처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분 66.7%(40만주)를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에게 주당 5100원이라는 저가에 매각해 회사에는 손해를 입혔다.

당시 한화 측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미래현금흐름에 따른 평가와 프리미엄을 가산해 매매가격 산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은 2004∼2010년까지 유일하게 3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2004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의 비상장주식 주가 계산방법과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경우 당시 한화에스앤씨 주식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면 주당 12만2736원이 된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한화그룹이 장남 동관씨에게 매각할 주식의 금액은 20억4000만원(40만주*5100원)이 아닌 490억 9440만원(40만주*12만2736원)이라는 의미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주주대표소송을 한 원고들은 피고 8명에게 200억 원, 김 회장과 남영선 대표이사에 대해선 2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수십 개의 차명계좌에 조성된 돈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한화그룹 측은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상속·증여 재산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한 비자금 의혹의 정황을 포착해 한화 게이트가 될 것인지, 아니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나 CJ 차명계좌 사건처럼 조세포탈 혐의로 끝날지 국민들의 눈길이 검찰과 한화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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