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주의 논란, 궁지몰린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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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주의 논란, 궁지몰린 ‘이정희’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1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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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 발언에 야권, 진보지식인 “문제 있다”
진보의 새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최근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한 비판 불가론을 설파하자 민노당을 제외한 진보신당, 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지식인들이 잇따라 이 대표의 발언과 민노당의 북한 세습에 관한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8일 민노당의 북 세습에 대한 태도를 비판한 경향신문에 대해 “북의 3대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며 “법정 안 국보법 논리가 진보언론에 들어왔다”고 일침을 가하자 북한과 진보프레임을 둘러싼 이념 논란은 물론, 2008년 민노당의 분당 원인이었던 종북주의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조문을 놓고 민주당 내부 기류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향후 남북간 이념 논쟁을 둘러싼 보수-진보간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민주당 대표는 14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민노당 이정희 대표나 주요 당직자들이 80년대 식의 생각에서 아직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북한에 관해선 우리가 현재 알 만큼 충분한 정보도 갖고 있고 남북관계도 그때와는 다른 만큼 이제 과거의 미몽에서 벗어나 새로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한국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이정희 대표가)옹호하거나 적극 방해에 나서고 싶지만 현재 여론상 가만히 있겠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로 3대 세습을 옹호하려고 하는 자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 뉴시스

앞서 12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노당의 3대 세습 발언과 관련, “북한은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인 동시에 대화의 상대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발언은 신중해야 하지만 북한문제는 한국의 문제,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중요 현상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라며 이 대표를 발언을 꼬집었다.

이어 “발언을 하지 않는 게 어떤 다른 논리로 설명을 한다하더라도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장기적으로 통일일하는 큰 방향으로 봤을 때 분명한 자기 태로를 얘기하는 게 오히려 저는 진보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노당의 경향신문 절독과 관련, “신문절독 등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보진영 내부의 활발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을 통해 ‘北 세습비판은 공안논리이고 오리엔탈리즘인가’을 공개서한을 보내며 이 대표 논리를 반박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아니라 진보정당이나 진보적 사회단체들이 북 세습을 비판한다고 이 대표 주장처럼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느냐”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진보신당과 사회당, 참여연대가 북한 세습을 비판했지만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됐습니까. 그렇다는 징후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의 국가보안법 논리와 관련, “저나 경향신문이 언제 북한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 진보세력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시키라고 했느냐. 북한 세습비판과 국가보안법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공산당까지도 합법화하는 수많은 문명국가들이 국가보안법과 반공주의를 내면화해서 권력의 세습제도를 반민주적 제도라고 부정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말하는 남북 평화와 화해가 단순히 세습지도자들과의 평화와 화해인지 북한민중과의 진정한 평화와 화해인지 자문해보라”며 “진보진영은 북한민중이 스스로 민주역량을 키우도록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J정부-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전 장관은 14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보진영의 이념 논쟁과 관련, “의미 없는 싸움이다. 일종의 진보진영 내의 기싸움 내지는 세력 싸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민노당이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간섭할 수 없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선 것은 좀 앞서가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노당내 NL계열(민족자주파)와 진보신당내 PD(민중민주파) 사이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진보신당 당원들은 아직도 양당간 합당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은 점에 비춰, 북한 세습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의 이념 논쟁이 2012년 진보대통합의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9일 민노당의 새 대표에 선출된 이후 그간 민노당의 급진적이고 경직된 이념화에서 탈피해 유연한 진보를 통한 새로운 진보의 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려던 이정희 대표. 그는 과연 헌정회법에 이은 두 번째 정치적 난관을 풀어갈 수 있을까.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당내 조직력이 약한 이 대표가 과연 그간 민노당의 다수파인 NL계열과 어떤 정치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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