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사퇴" vs. "지켜보자"…대우건설, 대표이사 거취 놓고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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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사퇴" vs. "지켜보자"…대우건설, 대표이사 거취 놓고 '내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7.1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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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대우건설이 사령탑 박창민 대표이사 사장의 '최순실 낙하산' 의혹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 대우건설 CI

대우건설이 '최순실 낙하산' 의혹이 휘말린 박창민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둘로 분열된 눈치다. 박 사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와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매각 중단하고 박창민 즉각 사퇴해야"

18일 전국 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 지부는 서울 영등포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이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며 "박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추진에 대해 "최순실-산업은행-박창민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것은 의혹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매각이 진행된다면 최 씨의 계획이 실행될 수 있다. 매각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최 씨의 영향력 행사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강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매각주간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오는 9~10월께 공식적으로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어 노조는 "박 사장의 선임 이후 회계감사 의견거절, 해외수주 실적 저하 등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CEO 리스크로 시장에서도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며 "더 이상 대우건설에 누를 끼치지 말고 하루 빨리 박 사장은 사임하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최 씨가 지난해 7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에게 박 사장을 대우건설 신임 사장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그해 8월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이 전 본부장이 최 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왔을 정도로 최순실 일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 씨가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능력있는 사람인데…매각 후 판단해도 늦지 않아"

하지만 사내 일각에서는 박 사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여럿 포착된다. 박 사장이 지휘로 대우건설이 견고한 실적을 거둔 데다, 매각을 매듭진 뒤 거취를 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한 과장급 인사는 지난 주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워낙 큰 사안이어서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박 사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임직원들도 많다"며 "선임 배경을 떠나서 능력을 갖춘 사령탑이라는 평가"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빅 배스' 단행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17년 1분기 매출 2조6401억 원, 영업이익 2211억 원, 당기순이익 191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171.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에도 대우건설이 전년 동기 대비 80~90% 가량 오른 영업이익 2000억 원대를 올리며 깜짝 실적을 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아울러, 현대산업개발 출신 박 사장이 대우건설 '성골(聖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노조가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대표이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여느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대우건설 역시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다. 좋게 말하면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그런 문화가 박 사장의 거취문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이 첫 외부 출신 사장이라는 우려에도 자기만의 방식을 대우건설에 접목시켰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며 "거취는 매각작업 이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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