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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궤멸은 시간문제다
<기자수첩>위기 극복 위해서는 ‘국민이 옳다’는 태도 가져야
2017년 07월 21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좌파 교사들이 교단을 장악해 좌파 학생들이 양성됐다는 주장은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 뉴시스

“지금 보수가 위기를 맞은 것은 YS 탓이 크다. YS가 전교조를 허용해 좌파 교사들이 교단을 장악했고, 학생들 머리에도 좌파 사상이 각인됐다. 그 아이들이 커서 좌파가 되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 아닌가.”

얼마 전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이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측근이 한 발언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허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좌경화(左傾化)했고, 좌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보수를 백안시(白眼視)하게 됐다는 논리였다.

혹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YS가 전교조를 허용했느냐 아니냐(전교조 합법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이뤄졌다), 좌파 교사들이 교단을 장악했느냐 아니냐 등 사실관계를 따지고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민심에 ‘역주행’을 하면서까지 강행됐던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떠올랐다. 또 ‘보수의 몰락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찾아왔다.

좌파 교사들이 교단을 장악해 좌파 학생들이 양성됐다는 주장은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이는 ‘국가가 원하는 내용’을 학습해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국가주의적 교육관에 천착한 결과다.

문제는 이것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점이다. 국가주의적 교육관은 국가 성립 초기의 안보국가·발전국가 수준에서나 동원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OECD 회원국 중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 국가가 지닌 교육의 목표는 ‘다양한 관점’을 학습하고 저마다의 ‘개성적 시각’을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복지국가의 길에 들어선 OECD 회원국 대다수는 과거의 국가주의적 교육이 이뤄지지도, 이뤄질 수도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즉, 보수의 위기는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복지국가의 길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과거의 성공 비결이 유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보수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지금 보수가 겪고 있는 위기가 좌파 교육을 받은 국민 탓이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보수가 해야 할 일은 개혁이나 혁신이 아니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국민의 생각을 ‘올바르게’ 하지 않는 한, 상황이 바뀔 리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보수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국민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때문에 보수는 내부 개혁과 혁신 대신,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국민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미 민주국가·복지국가 시민이 된 우리 국민은 보수의 계몽주의(啓蒙主義)적 태도에 반응하지 않는다.

보수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선택을 인정하고, 국민의 요구에 맞게 거듭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위에서 ‘보수가 옳다’는 생각을 주입하려는 태도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덮어두고 개혁과 혁신을 외치기 전에, 과연 자신들이 하는 일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바뀌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눈높이를 바꾸겠다’는 것인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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