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전 공론화, 공정성보다 전문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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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 공론화, 공정성보다 전문성이 문제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7.07.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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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정부 발표 계기로 원전에 대한 관심 제고되기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7월 24일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10월 21일까지 90일 동안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를 맡게 된다. 그런데 9인 위원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 원전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국무조정실은 인선 배경과 관련해 ‘중립성 논란’ 때문에 이해 관계자를 처음부터 제외한 것이라 했고,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은 대법관 출신답게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며 ‘공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이 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폐장 부지 선정 등과는 달리 중대한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의 비전문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전 중단 판단 여부는 원전의 안정성과 사용 후 핵폐기물 최종처리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정부기관의 자문위원으로 17개 광역단체의 다양한 프로젝트 보고서 평가 작업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데, 전문지식이나 물리적으로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의를 주도하는 행정부서의 의도대로 평가가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평가를 마치고 귀가할 때면 본인이 제대로 평가했는지 회의가 들곤 했다. 일부 식자들은 이번 ‘공론화위원회’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이미 ‘탈 원전’을 공약했고,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부터 잠정적으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급한 탈 원전정책 기조위에 국민 배심원단이 동원되거나,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것이다.

한때 편의성, 효율성, 경제성, 안정성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대안으로 인식돼 오던 원전이 핵폐기물 처리와 사용 후 원전 폐쇄에 따른 비용과 원전 외부 불경제 요인이 부각되고, 소위 원전 선진국에서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잇따르면서 탈 원전 또는 제로 원전 선언이 이어졌다. 그동안 원전 선진국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고들을 보면,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쓰리 마일 섬(TMI·Three Mile Island) 원전사고, 1986년 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Chernobyl) 원전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Fukushima) 원전사고 등이 있다.

인류가 원전사고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연재해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연복원이 가능하지만, 원전사고의 경우 상당 기간 동안 자연복원이 불가능하여 폐허화 될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그 피해가 이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협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제도처럼 ‘방사능 배출권’ 제도가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최종 처리 방법이 현재 기술로서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오바바 대통령 시절 쓰리 마일 섬(TMI) 원전사고 이후 31년 만에 신규 원전을 허가했고, 일본도 후쿠시마(Fukushima) 원전사고 이후 취했던 제로 원전 정책에서 다시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3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영광에 6기가 가동 중이고, 울진·영덕·경주·울산·부산 등 경남·북 지역에 19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 규모로 보면 세계 5위이고 기술 수준면에서 원전 수출국이다. 그러나 원전은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테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원전 1기의 위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400배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고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로 우리 원전을 공격할 경우 핵 공격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정부는 원전을 1급 보안시설로 지정해 대공미사일로 지키고 방어훈련이나 대테러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가 성주에 배치된다면, 한반도 동남부에 밀집된 원전시설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학자인 필자가 이번 칼럼을 쓰면서 원전 관련 학위논문과 해당 자료를 검토하고도 원전 관련 칼럼을 쓸 수 있을까 수없이 망설였는데, 필자와 같은 원전 비전문가들이 모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 과정을 설계해서 국민배심원단을 관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심스럽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탈 원전에 대한 정책 결정은 현재와 미래 기술에 대한 전문성의 문제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정부 발표를 계기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실체를 국민들이 인식하고 원전에 대한 철저한 점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재생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과다한 전력 소비문화에 대한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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