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다시 호남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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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다시 호남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7.07.28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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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잡으려다 호남민심 이반·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은 민심이탈의 결정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 국민의당이 자유민주연합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원내3당을 만든 모습은 1996년 자민련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뉴시스/그래픽디자인=김승종

국민의당이 자유민주연합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원내3당을 만든 모습은 1996년 자민련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자민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충청’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16대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의 의석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4년 총선에서 자민련은 고작 4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종필 전 총재는 당시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지만, 당선자는 한명도 없었다. 김 전 총재는 그 충격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도 자민련이 총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를 ‘충청민심의 이반’으로 꼽았다. 즉 최대 지역기반이었던 충청의 영향권을 상실하면서 캐스팅보터를 쥔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한 것이다.

사실 자민련의 사례는 국민의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안철수’라는 인물과 ‘새 정치’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호남 28석 중 23석 확보라는 성과를 거뒀다. 호남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3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국민들은 기존 정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국민의당의 모습에 기대했고, 그 결과 과거 자민련이 누렸던 캐스팅보터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지난 5·9 대선 경선 당시 안철수 전 대표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진원지 역시 ‘호남’이었다. 안 전 대표를 향한 호남의 뜨거운 지지로 안 전 대표에게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를 시작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구도를 형성하며 대등한 지지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책과 전략은 허술했다. ‘새정치’라는 당의 기치가 무색하게 ‘친문패권 청산’이라는 구태정치 패러다임을 반복했다. 선거 중반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중도보수’라는 ‘산토끼’를 잡으려는 전략도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특히 대선 당시 가장 큰 논란 중의 하나였던 ‘문준용 특혜 채용 주장’에 대해 제보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상황은 풍전등화(風前燈火)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윗선 개입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선거 당시 큰 의혹을 불러왔고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증언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의당을 향한 호남의 지지층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즉 국민의당 존립의 핵심인 호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7월 한 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사실상 지역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1주차 5.1% (3~5일까지 전국 성인 2518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5.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p) △2주차 5.4%(10~14일까지 전국 성인 2525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4.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p) △ 3주차 5.1% (17~21일까지 전국 성인 254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4.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9%p)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 4주차 여론조사에서도 4.9%(24~26일까지 전국 성인 1533명 대상 유무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4.4%,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에 그쳤다. 4주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 ‘집토끼’ 호남 잡기 위해선…구태정치 프레임 넘어서야

전문가들은 ‘제보조작 사건’이 호남 민심에 준 영향이 매우 컸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호남민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의 수습이 빨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제보조작 사건부터 막말파동, 당내 계파 갈등 등 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태 정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인사와 정책에서 호남에 혜택이 돌아가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역시 최대 지역기반인 호남의 발전을 위해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28일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치는 생물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다. 최근 당내 의원들도 지역구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고, 호남 민심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지방선거를 위해선 당과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쇄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선거는 결국 하나의 흐름인데, 내부에서 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고 있고 당이 바뀌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호남 자민련이라는 말을 국민의당 사람들은 굉장히 싫어한다. 자민련과 다른 결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자민련처럼 한 지역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전국정당으로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호남부터 민심을 다시 회복하고, 전국정당이 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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