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7 일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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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증세논쟁 역사(歷史)와 해법
문재인 정부 '부자증세' 논란 격화 양상
과거 세제(稅制)변경 격동 혼란, 교훈 삼아야
2017년 07월 29일 (토)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이병도 시사평론가)

역사는 반복되면서 흐르는가? 세계사적으로, 또 한국사(韓國史)에서 종종 뜨거운 감자로 최대 쟁점이 되곤 했던 '증세논란'이 문재인 정부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겨우 조각이 마무리 된 정권 초기, 예상보다 빨리 문 대통령이 이른바 ‘부자증세’를 공식화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자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추 대표가 제기한 증세 주장을 사실상 추인, 취임 후 처음으로 증세 문제를 거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여당은 2017년 7월 19일에 발표한 5개년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첫 준비 단계로 증세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5년간 최소 178조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100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자연 세수 증가분 60조 5000억원, 재정지출 절감 60조 2000억원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지만, 과연 현실성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었다.

세금은 국가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며, 증세는 정치적으로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최근 이웃 일본에서도 소비세(부가세) 인상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이에 아베 총리가 두번씩이나 소비세 인상을 연기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증세논쟁의 파장은 국가운영의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고, 때로는 국가존망의 문제와 연결되었을 정도다. 통치자는 나라 살림의 예산 확보를 위해 때로 증세가 불가피했고, 납세자인 국민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냉정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역사속에선 징세가 지나쳐 납세자의 원성이 폭발하면 흔히 민란과 혁명이 일어나고, 역사는 격동기로 돌입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백골징포(白骨徵布)나 황구첨정(黃口簽丁) 같은 비리는 무리한 징세를 통한 망국적 폐해의 대표적 사례다.

   
▲ 세계사적으로, 또 한국사(韓國史)에서 종종 뜨거운 감자로 최대 쟁점이 되곤 했던 '증세논란'이 문재인 정부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2017년 세법개정 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박정희.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세제논쟁'

한국 현대사에 들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인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6년여 준비기간을 거친 뒤 신중하게 도입된 세제였지만, 가뜩이나 억눌린 시대상황속에서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2년 뒤 박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된 부마민주항쟁에서 부가가치세 철폐 요구 구호가 등장할 정도였다.

참여 정부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으로 극심한 저항을 샀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야당으로부터 임기 내내 '세금폭탄'이란 비판에 시달렸고, 그 종부세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정권교체의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또 이때 증세와 관련, 국세청이 표본조사란 이름 아래 반도체·전자·조선·자동차 등 매출 300억원 이상 116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 투자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증시가 거의 전례없는 '검은 금요일'의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1년차였던 2008년 세제개편에서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산층 기준을 높게 잡아 '중산층 증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3년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연말정산 부담액이 대폭 증가하는 대란이 일어나자, 수많은 샐러리맨으로부터 "또 다른 세금폭탄"이라는 분노를 샀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내세운 담뱃값 인상도 '서민증세'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유럽 전역이 부유층 세금 부담을 늘리자는 소위'부자 증세'논쟁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에 이어 프랑스 로레알그룹의 상속녀 릴리앙 베탕쿠르 등 유럽의 슈퍼리치(巨富)들이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면서, 당시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던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한다고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경제활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후안 카를로스 에스파다 포르투갈가톨릭대 교수)는 반론들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관련, 당시 포르투갈 일간(日刊) 푸블리코는 "세금은 사회 전체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유럽은 부자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경제주체들에게 자유를 부여해 잘살게 된 것인데, 부자 증세로 경제 동력이 상실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여야 정쟁심화...정기국회 최대 이슈 될 듯

이번 문재인 정권의 증세에서 첫 등장한 가장 큰 이슈도 역시 ‘부자 증세’다. 여권이 증세 대상으로 삼은 대기업은 126곳으로, 이들 모두 한국의 대표 회사들이다. 벌써부터 정치적 논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당 인사들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처음엔 ‘부자 증세’, ‘핀셋 증세’라더니 ‘명예 과세’, ‘사랑 과세’, ‘존경 과세’ 등 작명의 봇물이 터졌다. 추 대표는 “명예 과세라 부르고 싶다”고 했고,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사랑 과세”, “존경 과세”라고 했다. 이런 이름들로 포장해 증세에 따른 반발을 무마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반해 야권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부 증세정책을 ‘세금폭탄’이라 규정했고, 바른정당은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공격했다.

또한, 최근 자유한국당이 담뱃세 2천원을 인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증세 논쟁'과 함께 '담뱃값 인하' 논란도 정치권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증세론이 가을 정기국회의 큰 이슈가 될 전망임을 보여준다. 정책 논쟁은 실종되고 오로지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여론전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본질을 호도하는 여당이나 정쟁의 빌미로 삼는 야당이 되어 나간다면,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은 그 충격파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세율 인상으로 3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지만, 조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세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들이며,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해외로 이전, 결국 일자리도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논거다. 사실, 미국(35%) 독일(30%) 프랑스(33%) 등 선진국의 법인세율은 우리(22%)보다 높아도 2000년 이후 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추세이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15%로 내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만도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246억달러의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것만 국내에 잡아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 몇 조원이 더 걷힌다. 그렇지만 현재 정부여당은 서비스기본법·규제특구법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성화 법제마저 안 하겠다 하고 있다. 해외에 투자한 돈을 국내로 유치했다면 일자리 수십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명확한 통계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렇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국가 낭비요소 개혁, 경제논리로 국민 신뢰 확보를

사실, 국가의 세수(稅收)는 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경제를 키워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가 살아나면 세금은 자연스럽게 더 걷히고 그 액수도 매우 커진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적 접근은 위험하다. 민주당은 “국민 10명 중 8명이 부자 증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증세의 정당성으로 삼았지만, 섣부른 증세론은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의 불씨마저 꺼트릴 공산이 크다. 부자 증세가 형평성에 맞는지도 더욱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상위 1% 기업은 전체 법인세의 75.9%를 물고 있다. 상위 10%로 확대하면 법인세의 91.7%를 부담하게 된다.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물론 증세든 감세든 조세정책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즉 어느 한쪽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하기 어려운 정책임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어려운 정책일수록 우회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설명,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증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세목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 증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추계도 필요하다.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낮추고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도 제대로 해야 정책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재정 누수를 막고 나라 살림살이의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증세를 떳떳이 공표하려면 우선 정부의 지출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즉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무원 숫자부터 늘리겠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 공약대로 공무원을 17만명 늘리면 5년간 28조원이 든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했다.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걸 일자리 대책의 하나라면서 매년 세금 5조원을 더 쓰겠다는 얘기다. 또한,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내년에만 3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최저임금 1만원이 늘면 연간 16조원이 필요하다. 민간 업체 근로자 임금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주는 일을 하면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복지재정 수요 확대...세금감시 국민참여도 중요

따라서, 정부가 5년(2018~2022년 지출)간 추가로 필요하다는 국정과제 예산 178조원의 정확성과 타당성,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공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당초 국정과제 보고대회 때 발표된 재원확보 방안에는 증세안이 명백히 배제됐었다. 세수(稅收) 자연증가분 60조 5000억원, 재정지출 절감 95조원, 정부 여유자금 활용 35조원 등으로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경기를 살려 세금이 늘어나게 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정석 행정’을 표방했었다. 가급적 원안대로 가는 게 설득력있는 해결방안일 것이다.

그 178조원도 정확치 못한 수치일 공산이 있다. 이 예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증과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재원계획은 국민의 의혹과 불만을 키우게 된다. 100대 과제에 대한 단기·중장기 계산서를 하나하나 내놓고 국민적 동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대책,사회안전망 구축,미래대책을 해나가기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면, 확실한 국민적 믿음이 뒤따라 주어야 함은 불문가지다.

증세론은 세계적 감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특히 법인세는 최근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이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큰 폭의 감세에 나설 정도로 국제경쟁력 지표처럼 된 세목이다. 앞으로 복지재정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결국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이런 말만 나오면 증세 논란이 계속 불거지게 될 것이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세금을 내는 건, 국가와 사회의 운영과 존립에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혈세를 공직사회가 낭비적으로 흘려 내보는 경우가 있다면, 국민 입장에선 실망감과 의혹이 클 수 밖에 없다. 예산당국이 성과관리 등 예산제도를 통해 사후관리에 전념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 스스로 예산낭비 요소를 도려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낸 세금 사용은 내가 감시한다’는 국민 참여도 더욱 중요함을 강조치 않을 수 없다. 증세문제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정공법으로 가야만 한다. '증세논쟁'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이를 웅변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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