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의 하루③]근로시간은 꺾이고 임금은 떼이고…알바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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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의 하루③]근로시간은 꺾이고 임금은 떼이고…알바의 ‘눈물’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7.30 00: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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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유통업계 전반에 만연한 이른바 ‘임금꺾기’와 포괄임금제 악용으로 인한 임금 체불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직원뿐만 아니라 정직원들도 이같은 ‘꼼수 임금’ 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각종 이슈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더해 휴게시간 미보장, 폭언, 성희롱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은 ‘을’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 폭염 속 인형탈을 쓴 아르바이트생들이 서울 중구 명동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그들은 왜 일한 만큼 벌지 못할까

#1. 제가 아르바이트했던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지문인식으로 근무 시간을 계산했어요. 복장을 갈아입고 무전을 착용하는 데 10~15분 정도 걸렸어요. 근로 후에도 비슷한 시간이 들고 때에 따라 탈의실 청소를 하면 더 오래 걸리기도 했는데요. 그런데도 완벽한 복장 상태로만 지문을 찍게 하더라고요. 

#2. 영상 촬영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8시간씩 18회차를 일하고 통계약을 합니다. 작품 하나를 위한 계약이라 계약서에는 초과노동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사실상 정해진 금액을 받고 1.5배 더 일한 것과 마찬가지에요. 

위 사례들은 알바노조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임금꺾기, 포괄임금제 등으로 인한 임금체불 사례들이다.

임금꺾기의 경우 외식·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등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외식 프랜차이즈 애슐리, 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지불해야 할 임금 84억원을 미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임금꺾기 수법은 대체로 초과 근무한 노동자를 정시퇴근으로 기록해 연장 수당을 미지급하는 식이다. 근무 당일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통보하고 해당 급여를 주지 않거나 1번 사례처럼 업무 준비 시간에 대한 급여를 주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주의 통제를 받는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포괄임금제도도 사업주가 보다 ‘효율적’으로 노동자를 부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에 따른 계산 편의와 근무의욕을 고취한다는 취지에서 제도화됐지만 시간외 수당을 연봉에 포함시켜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포괄임금제를 맺은 쿠팡맨의 연장근로수당을 일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쿠팡이 전체 쿠팡맨 약 2200명에게 미지급한 3년치 연장근로수당은 최소 75억에 달한다. 포괄임금제 계약을 통해 시급산정 꼼수, 기본급 쪼개기 등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는 일종의 임금꺾기도 이뤄졌다. 쿠팡사태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쿠팡맨들에게 일요일 2시간 단축근무를 지시했지만 사전에 단축 시간만큼 수당이 삭감된다는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다.

강병준 쿠팡사태대책위원장은 “근로계약서에 단축근무 시 수당을 깎는다는 내용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 측에서는 사전 공지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관리자조차 들은 바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찍 퇴근하라고 한 뒤 임금을 깎는 수법은 임금꺾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외에 주휴수당도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 개인 카페에서 1년여간 아르바이트를 한 대학생 유은지(가명·22)씨는 최근 그동안 받지 못한 주휴수당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일을 그만뒀다.

유씨는 “사장이 원래 그동안 알바에게 퇴직금과 주휴수당은 지급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일한 데 대한 수고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최근 사장과 사이도 좋지 않아져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을 일하고 만근한 주에 발생한다.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으로, 주휴일에는 근로제공을 하지 않아도 되며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을 두 번 울리는 일터

#1. 프렌차이즈 카페 알바 6개월차입니다. 앉지 못하게 하는 사장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 그냥 다녔는데요. 생전 없던 허리디스크가 왔네요. 왜 의자가 없는 건가요? 

#2.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입니다. 중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했습니다.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일 근무를 했는데 사장님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을 20분만 줬습니다. 화장실 갈 틈도, 생리대 갈 틈도 없이 몇 시간을 바빠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3. 한 외식업체에서 일했습니다. 어느날 부점장이 “여자는 안경끼면 안된다”면서 무섭게 눈치를 줬어요. 저는 그날 풀메이크업이었는데요. 더 억울한 건 같이 홀에서 일하던 오빠는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어요. 

이처럼 노동 환경의 열악함도 계속되고 있다. 장시간의 근로에도 휴식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거나 폭언, 성차별, 성희롱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관련법이 존재하지만 사업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의자의 비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춰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 수준에 그친다. 위의 사례에 등장하는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이나 편의점 직원에게 의자 비치는 휴식의 질과 직결된다.

또한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에게는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며, 이 시간에는 사업주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2번 사례자처럼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행으로 통용된 부당대우

이같은 꼼수 임금 체계와 일터의 열악함은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업주들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법이 보장하는 주휴수당, 퇴직금, 휴가 제도 등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상반기 알바 직원 770명을 대상으로 근로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알바 직원 37.8%가 주휴수당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제도에 대해서도 알바생 47.3%가 잘 모르고 있었다.

법의 허점을 손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관련법이 있어도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에게 거액의 임금을 체불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처벌의 전부다.

지석만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체불해도 체불 액수의 10~20%선에서 벌금만 물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징역도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처벌이 미미하다는 점을 악용해 속된 말로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사업주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문제 발생 시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하도급법에는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대금 결제 등을 책임지게끔 명시돼 있지만, 프랜차이즈는 현행법상 하도급에 대한 법적인 의무를 지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업 종사 근로자가 66만명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문제 발생 시 본사의 도덕적 책임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주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본사가 일정 책임을 져야한다는 게 입법이 돼 현재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일용직이나 비정규직들이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임금은 보장돼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임금꺾기 등의 행태는 그동안 업계 전반적으로 오래된 관행처럼 암묵적으로 이어져 왔다”면서 “관행이라 해도 명백한 잘못이므로 앞으로 근절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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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팝팝 2017-07-31 09:55:03
임금꺾기 못하게 돈내나써서 근무정보 따로 축적해놓으면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