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일주일 남은 결심…결국 스모킹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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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일주일 남은 결심…결국 스모킹건은 없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7.3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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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기대한 '안종범 수첩', '캐비닛 문건'…부정청탁 사실 여부 입증 부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48:60"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 회수와 출석한 증인 수이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공판의 결심은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 만료일도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공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맹탕 공방’ 논란이 가라않지 않는 양상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한다면, 현재까지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내용을 전혀 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판은 48차례가 열렸고, 출석한 증인 수도 무려 60여명이 넘는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 재판이 시작될 당시만 하더라도 각종 매체에 등장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총수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특검은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도움받는 대가로 정유라 승마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동계영재센터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재판에서 특검이 공개한 증거들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의 대가관계를 입증하기엔 ‘함량미달’로 그치는 것들이 많아 보인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 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특검은 제3자 뇌물수수에 따른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서로의 현안을 미리 인식하고 있던 상태에서 뇌물을 제공받고 도움을 줬다는 것. 따라서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 증거를 통해 대가관계 성립을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묵시적 청탁이 성립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 현안을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가졌고, 이 부회장측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특검조차 언제부터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교감을 이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최순실 뇌물 관련' 35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 '정유라' 이름 단 한차레도 나오지 않는 '안종범 수첩'..직접증거 인정도 못받아

특검이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기대를 걸었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하 안종범 수첩)은 재판부로부터 끝내 ‘직접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36차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 채택 여부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직접·진술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다만, 간접사실에대한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은, ‘안종범 수첩’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독대 내용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가 있기 이틀 전인 2015년 7월 25일자 수첩 메모에는 ‘삼성 엘리엇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글로벌스탠다드’, ‘대책지속 강구’ 등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35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수첩의 내용은 안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독대에 참석해 적은 것이 아니라, 독대가 모두 끝난 후 대통령이 전화로 한 말을 받아적은 것에 불과했다.

안 전 수석도 증언에서 “수첩의 내용은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 적은 것”이라면서도 “말씀자료는 비서실 등에서 취합한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실제 독대에서 대통령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호인단이 지적한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 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기업들의 현안이 서로 뒤섞여 기재된 경우도 발견돼, 신빙성에 의문을 더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을 급하게 받아 적다보니 안 전 수석 자신조차 알아보기 힘든필체가 가득했다.

수첩 내용 중 ‘빙상·승마’ 메모가 기재된 것과 관련해서도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장시호, 최순실·정유라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실제로 ‘안종범 수첩’에는 ‘정유라’라는 이름이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측 주장대로 해당 수첩이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오간 부정청탁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시스

◇ 특검 '캐비닛 문건'으로 막판 뒤집기 노렸지만..허사로 그치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캐비닛 문건’ 역시 마찬가지다.

특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실제로 부정청탁이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선 입증 하지 못했다.

지난 25일 4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 행정비서관(現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은 해당 문건은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문건 작성 시기에 대해 이 담당관은 “날짜를 정확히 특정하긴 어렵지만 이메일 출력물 등을 종합해 봤을 때, 2014년 7~9월 무렵”이라며 “당시 언론 등에서 이건희 회장의 와병을 많이 거론하던 상황이어서 그러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고 했다.

특검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삼성의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삼성 구체적 요망사항 파악’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나,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따른 처분 지분’, ‘바이오로직스 상장’,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 등의 내용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담당관은 증언에서 공판에서 문건 작성 과정에서 삼성측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삼성의 불법적 경영 승계를 돕거나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기업에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이 담당관은 “민정비서관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는 “그런 기억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메모에서 보았듯, 지분 강화나 불법적인 차원이 아니라, 삼성 사업에 대한 내실강화 등이 강조된 내용”이라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상호 현안이 공통 인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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