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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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 황선달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1.22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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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집 드나들듯…한번 만나도 친한척
의원과 친분 내세우며 ‘터무니없는 청탁’ 일쑤
의심가는 사람에 보좌관 명함주면 낭패 당하기도
로비스트라고 우겼지만 “알고보면 실체는 브로커”

의원회관에는 하루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각종 행사가 늘 펼쳐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행사 관계자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의원회관을 찾아오는 대부분은 피감기관 관계자와 민원인, 그리고 바로 브로커들일 것이다. 

 
보좌관들은 그들을 브로커라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로비스트인 냥 거들먹거린다. 의원회관에 찾아오는 브로커들은 대부분이 이권개입을 통한 이익편취가 주 목적이다. 어느 정부부처의 사업을 특정업체에게 주게 해달라든지, 아니면 특정 지역에 사업이 실시될 수 있게 해달라는 식이다. 이 정도 급이면 로비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안 되는 것들을 떼쓰듯이 달라붙어 하게 해달라고 치근대는 브로커들이 있다는 것이다. 의원회관을 들락거리는 브로커, 과연 어떤 부류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A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B라는 사람을 수행비서로 고용한 적이 있었다. 그런 친분을 내세워 보좌관에게 접근한 것이다. 말이 좋아 민원이지 거의 협박 수준의 청탁이었다. 청탁의 요지는 서해안의 피조개어민들의 육성수면면적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육성수면이란 수산물의 자원보호 차원에서 물 속의 수산물을 잡는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육성수면범위를 벗어나 어획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 민원은 해당 시청이나,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거의 성사가능성이 없는 민원이었다. 결국 되지도 못할 민원을 의원 친분을 내세워 들고 온 것이다. 내막을 알아본 보좌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벌써 이 일을 처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B씨는 상당한 금액을 챙긴 후였다. 피조개어민들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내려 보내는데 무려 한 달가량이 걸렸다. 악질 브로커 때문에 한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 뒤 B씨는 다시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보좌관과의 통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보좌관은 B씨 인 것을 알고는 바로 끊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삼성그룹이 사재 7천억 원을 털어 사회에 환원하고, 장학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의 이 같은 발표 직후의 일이다. 어느 날 C의원실에 반듯하게 양복을 입한 중년의 남자가 한 명 찾아왔다.

보좌관을 찾은 그는 자신을 지역구에 살았던, 지역구 사람들을 많이 아는, 지역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라며 본인을 먼저 띄웠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좋은 사회복지사업계획안이 있는데 이 사업을 지역구에서 하고 싶다는 것이다.

보좌관은 지역구에서 사업을 한다는 말에 혹해서 귀를 종긋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사업을 하려는데 자금이 모자라는데, 삼성에서 사회에 출연한 7천억 중 일부를 자기가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보좌관은 “역시 또 브로커구나”하는 생각에 적당히 타일러서 그 남자를 돌려보냈다. 그래도 지역구에 친분이 많다는 말에 내치지는 못하고, 검토는 해보겠다며 사업계획서를 받아뒀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냉정하게 내치지 못한 것이 얼마까지도 혹이 되어 보좌관을 피곤하게 한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대 어떻게 됐냐는 식으로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사청탁을 하는 자는 패가망신하도록 하겠다는 노무현대통령의 말에서 봤듯이 공직사회에서의 가장 적나라한 비리는 인사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에는 아직도 이런 인사청탁이 하루가 멀다하게 들어오고 있다.

D의원에게 어느 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지역구에서 꽤나 유지로 평가받는 어느 인사의 전화였다. 의원들을 이런 전화가 올 때마다 바짝 긴장하고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뭐 해준다는 말은 없고 대부분이 뭐 해달라는 민원성 전화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전화 내용은 딸이 항공사 면접까지는 붙었는데, 최종합격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의원은 보좌관에게 이 일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한마디에 정부나 일반기업이 허리를  굽실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보좌관은 난처했다. 항공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K항공사였기 때문이다. 웬만한 정치적인 외압에도 꿈쩍 않는 그 기업이 일게 국회의원의 인사 청탁을 들어줄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교통위원회 의원실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결과는 ‘NO'였다. 되지도 않는 민원이라는 것을 안 건교위원회 위원실 보좌관이 민원 청탁을 거절한 것이다. 결국 이렇다할 작업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항공사 합격자발표는 났다. 운 좋게 붙어줬으면 했는데 탈락했다고 한다.

다음 날 의원은 보좌관을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보좌관에게 질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원도 알면서 질책을 한 것이다. 청탁을 제기한 지역의 유지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브로커들의 특징은 어느 의원실이고 간에 먼저 명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명함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탁을 의뢰한 자에게 보좌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생색을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명함에 적힌 전화로 수시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원실에 누가됐던 간에 브로커와 처음 대면하는 보좌진이 명함을 건 낸 다면 그 날로부터 그 보좌진은 코가 꿰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명함 한 장만 받아들어도 일단 청탁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끈질기게 명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오늘도 의원회관 곳곳은 반듯한 양복에 머릿기름 잔뜩 바르고 가슴에는 알 수 없는 각종 배지를 달고 활보하는 브로커들이 은밀히 이 방 저 방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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