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권도전] 복잡해진 한국당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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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당권도전] 복잡해진 한국당 손익계산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8.0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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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연합’ 가능성 경계…‘나쁠 것 없다’는 시각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를 경계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나쁠 것 없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자유한국당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국민의당발(發) 녹색 태풍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당은 안 전 대표의 행보를 경계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나쁠 것 없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중도 연합’ 가능성 경계

자유한국당은 6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안 전 대표가 ‘분명한 야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락가락 과거 행적을 볼 때 실천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라며 “국민의당 역시 표리부동에 오락가락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당은 같은 사안을 두고 시작은 야당이었다가 결국 여당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다”면서 “야당인 척하다가 결과적으로 여당의 모습으로 변하는 정당과 누가 연대할 수 있겠나.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의 당 일’이라며 말을 아끼던 출마 당일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중도 연합’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에서 “먼저 제 정치적 그릇을 크게 하고, 같이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며 타(他)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앞서가는 얘기”라면서도 “방향을 잡고 정책에 따라 많은 다른 정당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에 성공할 경우 제20대 국회는 120석의 더불어민주당, 107석의 한국당, 60석의 중도 연합으로 재편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의석수 확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바른정당 흡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당이 ‘안철수의 국민의당’ 탄생을 막기 위해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호남 쪽 의원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다음 수순은 국민의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되지 않겠나”라며 “현실적으로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 어떤 식으로든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국민의당 분당 가능성…나쁠 것 없다는 시각도

반면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당권 도전이 자유한국당을 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가 촉발한 국민의당 내홍(內訌)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4일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내) 40명의 의원 중 30명 이상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안 전 대표 출마를)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그룹인 동교동계 출신 국민의당 고문들도 같은 날 ‘출당(黜黨)’ 카드를 꺼내들면서까지 안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안(反安)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국민의당이 분당(分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당을 살리자는 뜻도 있겠지만, (전당대회 출마의) 더 큰 이유는 안 전 대표가 호남 쪽 의원들을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왔던 묵은 갈등이 폭발한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현실적으로 탈당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이야기를 들어 보면, 민주당 쪽과 접촉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모양”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사분오열(四分五裂)’이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닌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은 ‘미니 정당’으로 축소되고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이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한국당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세력권이 넓어질수록, 또 다른 ‘미니 정당’인 바른정당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당 분당은 민주당의 확대로 연결되고, 민주당이 커지는 만큼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흡수·통합할 명분도 강화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언론에서는 우리가 안 전 대표를 비판한 것이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던데,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 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이 깨져서 민주당과 통합되면 나쁠 것이 없다. 실제로 안 전 대표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당 의원들 몇몇이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안 전 대표를 비판한 것은 원칙론적인 이야기”라며 “중도를 내세운 국민의당이 여론에 따라 철학 없이 움직인 것은 사실 아닌가. 우리는 그런 패턴이 ‘극단적 중도주의’로 더 강화되지 않을지 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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