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휴가법... '계원율림'서 밤나무 가꾸며 '하계구상'
스크롤 이동 상태바
최태원의 휴가법... '계원율림'서 밤나무 가꾸며 '하계구상'
  • 이천=유경표 한설희 기자
  • 승인 2017.08.11 16:1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 키우듯 인재를 육성"…선대회장의 정신 깃든 '밤나무 숲'

M(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천/유경표 한설희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9일 업계 관계자로부터 최태원 회장이 모처럼의 ‘여름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후, 무혐의 처분으로 족쇄가 풀린 최 회장은 중국 상하이포럼 참석에 이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 지휘,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동행까지 하루도 쉬지 않는 치열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가 휴가지로 선택한 곳은 다름아닌 경기도 이천의 ‘계원율림’.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땀과 애정이 서린 장소를 택한 것이다. <시사오늘> 취재진은 야전사령관을 방불케할 정도로 경영의 최일선에서 달려온 그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휴가지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 '계원율림' 내 위치한 최태원 SK회장의 별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계원율림' 인재 중시했던 故 최종현 회장의 뜻 담겨

‘계원율림’은 1971년 故최종현 회장이 직접 밤나무 숲을 가꾼 곳으로 규모는 총 23만6881㎡에 이른다. ‘계원’이라는 이름은 아내 故박계희 여사 이름의 ‘계’와 자녀들의 돌림자인 ‘원’을 각각 따서 지었다.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에 자리하고 있는 계원율림은 44세에 회장직을 맡아 SK그룹을 이끌어 온 최 회장에게 있어, 가족의 채취가 배인 가장 아늑하고 포근한 장소다.

선대 회장이 계원율림을 조성할 당시만 하더라도, 수익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 회장의 취임 이후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SK그룹의 정신이 뿌리내린 뜻깊은 장소라는데 이견이 없다. 

계원율림은 평소엔 철제 펜스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은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숫자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 규모가 거대했다. 약 4000여 그루의 밤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육안으로는 그 끝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늘 끝가지 자랄 기세로 뻗은 밤나무에선 밤톨들이 먹음직스럽게 영글고 있었다.

밤나무 숲 사이로 뚫린 포장도로를 지나니, 최 회장의 별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넓고 탁 트인 잔디밭 가운데 위치한 별장은 불이 꺼져 있었다. 관리소를 찾아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최 회장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관리인은 분주하게 최 회장 맞이를 준비하는 듯 했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0여 년 전에는 음력 8월을 즈음해 마을 주민들이 계원율림으로 가서 밤 수확 일손을 거들었다고 한다. 현재 관리소장은 SK 파견 직원이지만, 과거 마을 주민이 관리소장을 했던 당시엔 넉넉한 인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밤 몇톨을 제사상에 올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지금도 SK가 이천시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장천리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쓰이고 있다.

최 회장은 매년 추석마다 임직원과 지인 등에게 계원율림에서 수확한 밤을 선물해 오고 있다.  

2013년 부재시에도 최 회장은 임직원 800여명 등에게 추석 밤 선물을 보내며 "지난 겨울 매서운 추위와 한여름 뜨거운 더위를 이겨내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밤은 결실을 맺었다"는 내용의 카드를 보낸 바 있다.

▲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에 위치한 계원율림 정문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인재야말로 무한한 자원" SKMS연구소

계원율림 옆에는 SKMS(SK Management System)연구소가 있다. 이 곳은 “인간은 석유와 비교도 되지 않는 무한한 자원이며 경영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누누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부친의 뜻을 받들어 2008년 최 회장이 설립했다. 

최 회장은 SKMS연구소를 세우면서 그룹 경영진에게 "선대회장이 밤 농사를 통해 나무를 심듯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세운 것처럼 우리도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MS는 SK의 경영철학과 경영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헌장이라 할 수 있다. 구성원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이 SKMS의 핵심이다.

SK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천으로 휴가를 갈 때도 SKMS연구소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소 안에는 연수할 수 있는 세미나실도 많고, 실질적인 그룹 연수원 역할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SK는 SKMS연구소 확장 공사에 한창이다. 현장을 슬쩍 들여다보니 쉴새없이 덤프트럭이 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하게 오갔다.

생전에 조림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최종현 회장은 인재를 키우는 일 역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은 묘목이 수십년 후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하듯, 장기적 안목으로 인재를 키우는 일은 곧 회사라는 ‘숲’을 가꾸는 일임을 꿰뚫어 본 혜안이 엿보인다.
 

▲ 멀리서 바라본 SKMS연구소 전경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2.0…"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 확대경영회의’에서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딥체인지’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 경영 환경 아래 변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급사)할 수 있다”며 경종을 울렸다.

그로부터 1년 후, 최 회장은 보다 진화된 ‘딥체인지2.0’을 꺼내들었다. 공유인프라를 중심으로 누구나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목표다.  

지난 6월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은 딥체인지2.0을 선언하며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최 회장은 ‘사회와 함께하는 SK’를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회문제 해결에 SK CEO와 임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2.0 선언 이후, 2·3차 협력사 지원 전용펀드 1600억원을 신설하고 기존 48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6200억원으로 확대하는 ‘상생협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최 회장의 뜻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8일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건설 등 주요 5개 관계사 최고경영자들과 협력사 경영진들은 ‘상생협력 실천 결의문’을 작성했다.

이 결의문에는 △법규와 제도를 철저히 준수, 공정거래 실천에 앞장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 노력 △경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상생 추구 등 3가지 사항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최 회장의 ‘딥체인지2.0’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호프 미팅’에서 문 대통령은 최 회장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어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유경제를 통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이룬다는 최 회장의 전례없는 실험이 '계원율림'에 심긴 무수한 밤나무처럼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정현 2017-08-11 18:47:18
그들이 어쩌다 이 사회의 앞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 사회의 구성원인 입장에서 고역이고 한없이 실망스럽다. 국민에게 무릎꿇어 사죄하고 공인의 자리에서 물러나라!!

김정현 2017-08-11 18:35:52
그들은 그런 무책임한 ‘솔직’에 앞서 인생을 바르게 사는 정직함과 책임감,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우선 배워야 하리라. 공인인 그들은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해온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평생을 참회하라. 그리고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남편을 괜스레 의심의 얼굴로 흘깃거리게 된 이 땅의 아내들에게, 또 정직하게 살아 온 그들의 남편들에게 용서를 구하라. 또한 ‘사랑’과 ‘신뢰’를 모독하고 짓밟았음을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