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 기업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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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 기업 사과하라"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8.14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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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가습기넷 등 시민단체 기자회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LG생활건강이 과거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LG119’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단체 등이 진상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LG생활건강은 과거 옥시, 애경 등이 가습기살균제 논란으로 뭇매를 맞을 때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기업으로 꼽혀 비난 여론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가습기넷 등 시민단체가 14일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오늘

LG119, 옥시·애경 이어 판매량 3번째

14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등은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LG 처벌촉구 및 LG 119가습기살균제 피해자찾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미국 환경청(EPA)이 ‘가습기에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한 살균성분 BKC(염화벤잘코늄)로 만든 LG의 가습기살균제 ‘119가습기세균제거’가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약 110만3000개가 판매됐다고 주장했다. 옥시싹싹(415만개), 애경 가습기메이트(165만개)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판매된 셈이다. 

환경부 용역에 따르면 1228명 조사자 대상 중 8.2%가 LG119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였으며 이 제품을 사용한 뒤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2만4900~4만1500명으로 추산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LG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첫 발생한 2011년 이후 5년간 전혀 무관한 양 입을 다물고 모른체 해왔다”며 “LG119가습기제거제 제품이 2003년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을 잘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LG 119 제품 살균성분은 BKC, Tego 51이라는 물질이다. LG 측은 이 살균성분이 정부가 문제삼는 PHMG, PGH, MIT/CMIT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환경청은 BKC와 관련해 “집에서 사용하는 항세균제품의 경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가습기의 호흡노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계속 조사해온 환경독성학자 이종현 박사는 이에 관해 “미국 환경청 보고서의 의미는 LG가 사용한 BKC 살균성분은 가습기에 넣어 호흡기로 노출되는 용도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LG119 제품 사용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인물도 등장했다. 1998년생, 2002년생 아이를 둔 A씨는 해당 제품을 1998년에 구매한 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A씨와 두 자녀 모두 천식 등으로 병원 치료 중이며, 의사 소견서를 바탕으로 3, 4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배상 접수에 이름을 올렸다. 

피해자 A씨는 1998년 12월 17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이브마트 킴스클럽 강동점에서 1900원에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 이 피해자는 물품 구매 영수증을 보관하는 가계부를 작성해오는 습관이 있었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진 뒤 가계부를 뒤져 이 영수증을 찾아냈다. 

A씨는 “천식으로 특히 고생하고 있는 큰 아이는 과거 입퇴원을 반복했고 현재는 4개월에 한번씩 폐활량 검사, 정기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둘째 아이와 저는 4차 피해자 접수를 했고 둘째 딸 아이는 4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 두 자녀와 함께 LG119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는 피해자가 1998년 당시 제품 구매 영수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오늘

LG생건, 제품 단종으로 관심 벗어나

그럼에도 앞서 LG생활건강은 ‘피해자는 없으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왔다.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은 지난해 8월 열린 국정조사 때다. 

다른 기업들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동안 해당 제품이 이미 단종된 상태였던 LG생활건강은 국정조사 직전까지 침묵하며 비난 여론을 피해갔다.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점이 알려진 당시 제품 단종으로 정부 전수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시민단체는 LG생활건강 측이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은 지난해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품 안전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그 당시 흡입독성시험을 해야하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고 기존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권장 사용량을 설정한 걸로 추정한다”고도 말했다. 

가습기넷·가피모 등은 “피해조사에서 LG생건 제품을 사용했다는 소비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유독물을 사용했다는 자료도 있다”면서 “과연 LG생건이 ‘그 당시 법규 내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검찰은 LG생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도의적 책임, 사회적 책임만 물을 게 아니라 철저한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만큼 사건 기류에도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피해자 및 유족대표 15명과 면담을 갖고 이들에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처장은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국민 어느 한명도 자유롭지 않은 문제로, 들여다볼수록 사회 총체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며 “정부가 초창기부터 주도면밀하게 조사했다면 뒤늦게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발뺌하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이어 “언제까지 소비자가 대기업에 돈만 지불하는 봉이 돼야 하냐”며 “기업이 책임을 당당히 지고 본인이 사용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피해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1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의 첫 번째 의결에 따라 3~4차 피해 신청자들 가운데 97명이 피해를 인정받았다. 이번 의결로 조사·판정이 완료된 피해인정 신청자는 982명에서 2196명으로 늘었고, 피해를 인정받아 정부 지원금을 받을 피인정인 수는 280명에서 388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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