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왜 반대하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수능 절대평가, 왜 반대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8.16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2개 안(案) 내놨지만…교육계 “둘 다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1호’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절대평가를 주장했던 교육전문가들까지도 교육부가 내놓은 안(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정부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 교육 다양성 해칠 것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수능개편시안 2개를 발표했다. 이중 1안은 국어, 수학, 탐구영역(선택 1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현행 절대평가 적용 과목인 한국사와 영어에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추가해 총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2안은 국어, 수학, 탐구영역을 포함한 7개 과목 전부를 절대평가하고, 상대평가 과목은 완전히 없애는 내용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2개 안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우선 1안이 시행될 경우 국어, 수학, 탐구영역 등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과목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현실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은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만큼, 상대평가 과목이 대입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일선 학교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영역 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자연히 학생 개개인이 가진 특장점을 계발하는 교육을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1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지금도 대입을 가르는 것은 수학인데, 1안대로 되면 학교에서는 수학에 ‘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른 것을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좋은 대학에 못 가는 시스템이 제대로 된 시스템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지만,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모든 과목 절대평가, 부·학력 대물림 우려

2안에 대한 평가는 더 부정적이다.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수능은 변별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입 전형에서 ‘내신’과 ‘학생부’의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면 ‘학생 부담 경감’이라는 본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동급생간 경쟁 격화를, 학생부 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부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의 부담은 줄여주지 못하면서 ‘부와 학력의 대물림’ 논란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우려다.

실제로 〈시사오늘〉 취재 결과, 중·고생들 상당수가 학생부 전형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한 고등학생은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데 내신이 확대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가면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비율이 높아질 텐데, 솔직히 학종 평가 기준이 너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현 체제 하에서의 제도 개편은 내신 경쟁 격화와 대입 공정성 시비를 부를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효과 없는 제도 개편…수능 절대평가 재고해야

이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수능 절대평가 방침 자체를 재고(再考)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 서열화가 깨지지 않는 이상, 대입 제도 개편만으로는 학생들의 심적·재정적 부담을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안대로 가면 고2·3 시기의 탐구수업과 진로교육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잠재력, 강점을 죽이는 획일 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전면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수능이 무력화되면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전면화 될 것”이라면서 “학종이 확대되면 대입 공정성은 약화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며 대입 부정비리가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수능을 무력화하고 학종을 전면화하면 기회도 차별화되고, 과정은 불공정해지고, 불평등은 더 심화돼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수능 절대평가 자체를 완전히 재고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상태에서 무작정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제3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