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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주의 면접갑질 방지법] “면접과정 녹음·녹화하라”
<법안 톺아보기⑭>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2017년 08월 21일 (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그냥 하던 일을 하시지 왜. 용기가 가상하다고 하기도 뭐하고…. 사람이 다 자기 역량이 있는 거지. 마지노선의 개념이 없나?”
“면접관님이 저랑 만난 지 10분도 안 됐는데, 면접관님이 제 역량을 어떻게 아세요.”
“나이도 헛먹었네. 압박면접 대응력도 바닥이시고.”
“이게 압박면접인가요? 인신공격 같은데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면접에 참여할 때마다 ‘인신공격’을 당한다. 나이가 많아서, 학력이 낮아서, 스펙이 없어서 등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자존심을 짓밟히던 주인공은 결국 “저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면접장을 박차고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 가혹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에 절박함만 늘어가고 있는 현실의 취업준비생들은 ‘압박면접’의 탈을 쓴 인신공격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에 절박함만 늘어가고 있는 현실의 취업준비생들은 ‘압박면접’의 탈을 쓴 인신공격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 뉴시스

모욕 받는 연습하는 구직자들

“제가 기분 나빠서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의 질문을 부탁드립니다.”

21일 〈시사오늘〉이 방문한 신촌 소재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는 ‘면접 스터디’가 한창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동석한 기자 앞에서, 자신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결정체’라고 소개한 30세 취업준비생 A씨는 다짜고짜 “나를 화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내 외모의 결점을 지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그 밖의 스터디 참가자들도 낮은 학점이나 부족한 대외활동 경험을 비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그 상황을 ‘웃어넘기는 연습’으로 2시간을 보냈다.

A씨는 이 상황을 의아하게 지켜보던 기자에게 2017년 상반기 공채에서의 경험을 털어놨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30살이 됐는데, 취업을 하려고 하니 나이가 약점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어찌어찌 해서 2~3군데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다들 ‘그 나이 되도록 뭐 했냐’, ‘인생을 무계획적으로 산 것 아니냐’, ‘그 나이 때까지 취업이 안 됐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같은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화도 나고 당황스럽고 해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떨어진 것 아닌가 싶어서 압박면접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B씨가 되돌아본 상반기 공채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장을 해서 말을 좀 더듬었더니, ‘좋은 대학 나왔는데 말은 고등학생 수준으로 하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긴장해서 머리가 하얘지고…. 그래서 매맞는 연습하러 왔습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의 74.1%가 면접관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중 48.8%는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응했다’고 답했다. 절대적 갑(甲) 입장에 서 있는 면접관은 ‘갑질’을 자행하고, 을(乙)조차 될 수 없는 취업준비생은 ‘모욕 받는 연습’을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 8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뉴시스

송옥주, ‘면접 갑질’ 방지법안 대표발의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 8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송 의원은 “면접과정에서 인신공격성 질문이나 성희롱 등으로 모욕감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법안은 성희롱이나 인신공격성 질문 등으로부터 구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면접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하게 함으로써 청년구직자의 권리 보호를 두텁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법안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직과정에서 절대적 열위에 있는 청년구직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구인자는 면접시험 중에 구직자에게 성희롱, 인신공격 등 모욕적인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된다. 또 ‘구인자는 면접시험의 전체 내용을 녹음 또는 녹화하고, 그 자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관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더해진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동법 제17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즉 앞으로는 성희롱이나 인신공격과 같은 면접관의 ‘갑질’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면접 전 과정이 녹음 혹은 녹화돼 보관된다. 만약 취업준비생이 면접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낄 경우, 차후에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 앞으로는 성희롱이나 인신공격과 같은 면접관의 ‘갑질’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면접 전 과정이 녹음 혹은 녹화돼 보관된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법안에 대한 비판과 해명

다만 이 법안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우선 A씨는 “반드시 있어야 할 법”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어떻게 보면 취준생(취업준비생)은 을(乙)도 아니고 을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법이 제일 먼저 보호해줘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다”며 “이 법안이 꼭 통과돼서 취준생들에게 갑질하는 면접관들이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준이 모호한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담당자는 21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취업준비생 카페 같은 데를 모니터링 해보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압박면접을 하지 않는데, 마치 인신공격을 당해 기분이 나빴다는 식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실제 지원자들을 면접해 보면, 이력서나 자소서(자기소개서) 내용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2차, 3차 질문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걸 인신공격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체 인신공격의 기준이 뭐냐”며 “소설 같은 자소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질문하는 것까지 인신공격이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인재 채용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성희롱을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신공격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의원 측은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인신공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인신공격 처벌 규정을 넣어야 할지에 대해 우리도 고민이 많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넣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주목적은 녹음·녹화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본격적으로 법안이 다뤄지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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