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파문]"안전하다는데도…" 전통시장·식당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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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파문]"안전하다는데도…" 전통시장·식당 '직격탄'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7.08.2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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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 21일 식품안전당국은 ‘살충제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살충제 5종에 대한 위해평가를 한 결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드르이 인식을 나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 뉴시스

“식사에 계란이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데 넣어 드릴까요? 빼 드릴까요?”

“손님, 에그 샌드위치 당분간 판매 중단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계란탕, 계란말이 안주 지금 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 드릴까요?...”

직장인 한 모씨(30)가 주말 동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근처 식당(카페·술집 포함)에서 들은 이야기다. 지금 국내는 계란 살충제 파동을 비롯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주요 대형마트는  ‘살충제 계란’이라는 연관검색어를 피해가지 못할 정도다. 현재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시장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정부 적합판정을 받은 물량이나 판매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매출이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 16~19일 계란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줄었고 롯데마트도 16~18일 계란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대형마트나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정부로부터 받은 적합 판정서를 출력해 계란 판매대에 붙여놓는가 하면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임을 알리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오히려 계란이나 관련 제품을 본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계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먹거리에 대해 안정성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장 내에선 대형 유통업체 보다 자체적으로 제품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상인들은 AI(조류인플루엔자) 파동이 일었을 당시보다 우울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시장 내 일부 상인들은 전반적으로 “AI 때도 그렇고 보편적인 먹거리에 대한 불안전성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같은 사람들만 더 힘들어진다”며 “특히나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대체 상품을 내 놓는 경우가 많지만 우린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에서의 흔한 식재료 마저 구입을 꺼려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이 모씨(39)는 “아직 어린 아이 두명이 있는데 계란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역시 시장보단 마트를 찾게 된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마트에서 안전이나 신선도를 확인하고 구입하게 된다”고 터놨다.

식당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시사오늘> 취재 결과 서울의 한 백반집 주방 입구에는 난각코드 ‘08’이 찍혀있는 계란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이 곳은 밥 한 끼 당 계란이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는 곳이었다. 

계란에 찍혀있던 08 번호는 경기도 지역 농장의 식별번호로 살충제 계란 논란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08 난각 코드 계란을 버려라”는 글귀가 퍼지며 공유된 바 있다. 식당 관계자에게 쌓아논 계란에 대해 묻자 음식을 시키는 소비자 의견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식당 주인은 “계란 반찬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식약처의 발표에 따라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고 또 손님들에게 계란 반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뒤 결정한다”며 “안전성이 검증된다해도 손님들의 불신으로 계란 음식을 사 먹지 않으면 우리같은 자영업자들 다 망한다”고 탄식했다.

이처럼 식당들이 아예 계란 요리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계란 반찬을 아예 중단하면 논란이 중단될 때까지 매출 손상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란을 이용한 흔한 음식이 많은 만큼 골목상권의 매출이 자칫 반토막 나는건 시간 문제라고 우려했다.

일부 관련업계는 계란 생산 농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소비자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파동보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며 “정부와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입증을 해도 당분간 판매량이 회복할 조짐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마트, 홈쇼핑, 주류, 리조트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한번 더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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