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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용 선고공판, 법리적인 판단 기대한다
오는 25일 선고 공판 열려…법 원칙에 근거한 판결해야
2017년 08월 24일 (목) 유경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하루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12년을 구형한 이 부회장의 운명은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에 의해 판가름난다.

이 사건은 수사기록만 총 3만여 페이지에 이르고, 59명의 증인이 152일간의 공판기일동안 출석했다. 핵심 증인이 출석하는 날에는 특검과 변호인단 사이에 법리적 공방이 가열돼 자정을 넘기기도 일쑤였다.

일견 복잡해보이는 사건이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이 부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정유라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통해 거액의 대가를 건넸느냐는 것이다.

특검은 이 같은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써 왔지만,  결심공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증거를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부회장과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독대 내용을 입증할 ‘핵심증거’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수첩에는 ‘정유라’, ‘경영권 승계’ 등의 메모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이 수첩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결국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정황증거로 채택되는데 그쳤다. 다시말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를 한 것은 입증할 수 있지만, 독대의 내용까지는 입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검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주가조작을 했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합병이 무산됐다면 막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제외하더라도 특검의 주장대로 경영권 승계가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다면, 어떻게 이 부회장이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임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수족처럼 부렸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 22일 오전 7시 50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10명이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방청권 공개추첨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세기의 재판'에서 '증거없는 재판'으로...재판부, 여론 아닌 원칙대로판결해야

박영수 특검은 지난 7일 있었던 이 부회장 결심공판 최종의견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사안을 확인·판단했다”며 “법률가로서 품격을 지키고 편향된 가치 시각을 갖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경계하면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말들은 공소사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입증했는지 언급하는 대신, 추측·예단의 단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부 법조계에서도 “주장만 있을 뿐, 혐의 입증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실제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일관되게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서도 이번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다는 내용의 의미있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단도 이 부회장이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전에 사실상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며 수많은 자료와 증언, 수치로 설명했지만, 특검은 이를 단지 ‘근거없는 주장과 변명’ 내지는 ‘허위진술’로 치부했다. 기가 차는 일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특검이 혐의입증의 모자란 공백을 ‘여론’으로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이다. 이는 최종의견에서 자주 등장한 ‘정의’, ‘경제민주화’, ‘국민주권’, ‘국민염원’, ‘국격’, ‘경제성장’, ‘화합’ 등의 수많은 단어들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그 누구보다 재판부의 심적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된다. 당연한 일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이 재판에 국민 모두의 눈이 쏠려있다. 지난 23일 재판부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의 방송 생중계를 불허한 사실도 이 같은 심적 부담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압이나 여론을 철저히 배제하고 법리적으로 이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 여론에 흔들려 잘못된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17세기에나 있을 법한 ‘마녀재판’이지 21세기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의 재판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법부 역사에도 두고 두고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국민들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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