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총수부재' 삼성, 미래 경쟁력 '불투명'…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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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총수부재' 삼성, 미래 경쟁력 '불투명'…어쩌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8.2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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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사장단 인사 등 '올스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신성장 동력 사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삼성이 전문경영인체제를 가동하고는 있지만, 총수부재 상황으로 인해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업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 등이 등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들에 대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관련 부정청탁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도 징역 4년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에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삼성 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투명해진 만큼, 대규모 투자건과 의사결정에 상당부분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또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사장단 인사가 무려 2년 가까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용의 '부재', 삼성의 리더십 '부재'로…브랜드 가치 하락도 '복병'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일선에 전면 등장해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경영 전략을 내세워 차세대 먹거리사업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왔다. 지난 2015년 3건, 지난해 7곳 등 주요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8월 미국의 고급 주방가전 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했다. 이는 북미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해 11월에는 미국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깜짝'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만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점유율 24%, 1위), 텔레매틱스(시장점유율 10% 2위), 카오디오(시장점유율 41% 1위) 시장 선도업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했고, 그보다 앞선 2015년에는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IT기업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했던 ‘핀테크’ 분야에서 삼성페이가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기소 이후, 숨가쁘게 돌아가던 삼성의 '시계'도 멈췄다. 올해들어 삼성은 대형 M&A를 단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업계에선 인수합병이 대규모의 투자와 함께, 오너의 빠른 경영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학계에선 이 부회장의 장기적인 부재가 결국 삼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오늘날 삼성이 높은 실적을 구가하는 것은 과거 절묘한 의사결정을 용기있게 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장기간 경영 공백이 생기면 미래의 삼성은 없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부패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도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악의 경우 삼성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한 기업은 미 정부의 공공사업입찰에서 배제될 뿐만아니라,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올해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8984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14조7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나타냈다.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사업이 순항중인데다, '슈퍼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사업이 세계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서는 등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은 과거 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투자와 기술개발이 있어 가능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리더십 부재 상황에 빠진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단지도 2년전에 투자한 것이었다.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두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발목이 잡히게 됐다"고 평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삼성이 경영에 발목을 잡히면서 결과적으로 중국·일본 업체들이 득을 보게 됐다"며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막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가 최근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한 평택 반도체 단지. ⓒ뉴시스

2심 공판, 치열한 법리공방 예상…이재용 '옥중경영'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은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각자도생하는 길을 걷고 있다. 삼성의 59개 계열사들은 자체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에 나선 상황이지만 부분적인 이행으로 그치면서 신사업 추진과 함께, 업무효율성 문제 등에도 적잖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에선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로 인해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통상적으로 연말 때마다 이뤄지던 정기 사장단 인사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일정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나온 후, 대략적인 인사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이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어질 2심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부재 당시 사장단 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만들었고,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경영 부재 상황에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해 대응한 바 있다. 반면, 정경유착 의혹으로 미전실을 해체했던 삼성이 다시 비상경영체제를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로 경영 주요 현안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위원회는 지난 2분기 기준 4월 24일과 6월 12일 등 두차례 개최돼 각각 4건의 안건을 처리하는데 그쳐,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꾸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의 경우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오너의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전문경영인은 투자 결정에 대한 실패를 책임지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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