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매각, 한화의 불편한 진실>
"8천억 분식회계 인수자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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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매각, 한화의 불편한 진실>
"8천억 분식회계 인수자격 없었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27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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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판단 끝난 지 8년 만에 大生 매각 재점화
금융당국 법 개정하며 한화의 大生 인수 비호
한화, 02년 당시 부채 232%..출자자 요건 못 갖춰
8078억 원 분식회계로 인수자격 시비 피해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한 지 무려 8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한화그룹의 불편한 진실은 2010년 10월 25일 현재 재계와 정치권을 강타하며 불법매각 논란을 다시 부채질하고 있다.

검찰이 9월 16일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촉발된 김승연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대한생명 매각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착수와 맞물리자 한화의 대한생명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단번에 메가톤급으로 번질 기세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29일 2003∼2004년까지 진행됐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한화그룹의 수사 기록 자료 일체를 넘겨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대한생명 인수 의혹과 대선 비자금이 동시에 터질 경우 김 회장 비자금이 단번에 한화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8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며 다시 정치 쟁점화 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정치권은 MB정부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전(前)정권을 겨냥한 보복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 등은 이미 사법적 판결이 끝난 사건이라며 정치감사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과연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
 

 

▲ 2007년 5월 11일 술집종업원 보복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초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大生 매각, 첫 단추부터 ‘특혜’

“대한생명 매각에 있어 인수자의 자격 적정성보단 가격이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대한생명의 인수자격문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방화벽을 쌓으면 된다. (한화그룹의 인수) 자격은 문제가 없다. 가격을 높여 팔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며 자격문제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전자는 한화그룹 인수 자격에 대한 검증작업이 이뤄질 2002년 6월 당시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의 발언이고 후자는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당국이 애초부터 대한생명 인수자의 자격보단 높은 가격에 매각해 공작자금 회수에 대한 의지가 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같은 해 9월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생명 우선 협상 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로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를 8236억 원에 인수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업을 동시에 진출하는데 성공하는 등 그렇게 한화의 종합금융 역사는 시작됐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였던, 그리고 대한생명을 인수한 해인 2002년 초 한화계열사들이 분식회계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등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던 한화그룹은 어떻게 대한생명을 인수하게 됐을까.

당시 재계 안팎에선 한화종금에만 최소 8251억 원, 최대 1조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2002년 6월 27일 공자위는 보험법상 보험업 진출에 제한을 받아야 하는 한화그룹을, 한화그룹이 주축이 된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에 따르면 당시 금융관련 법률은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은 금융업에 새로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당시 금감위은 금융업법의 하위 인허가규정을 개정해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부실에 직·간접적 책임이 없는 경우엔 금융업 허가를 인정했다.

또 금융당국은 ‘부실금융기관대주주의경제적책임부담기준’을 제정해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 등이 금감위가 정한 경제적 책임을 이행한 경우 금융업 진출을 가능토록 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법을 개정한 게 아닌지 강하게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금감위의 법 개정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을 부실금융업자가 인수하고 또다시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제3의 금융업자에게 인수하게 돼 혈세의 투입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등 뫼비우스 띠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9월 23일 공자위가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자로 최종 확정할 당시 재적위원 8명 가운데 3명이 반대의사를 나타내는 등 공자위 내부에서도 무리한 매각 추진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경실련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부실기업처리 문제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의 제거, 해당기업의 가치, 공적자금 회수 시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공자위는 이 같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민간위원 5명 중 3명이 끝내 반대했음에도 표결로 처리했다”며 공자위 결정자체도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한화, 주요 출자자 요건 갖췄나?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화가 보험업법에 규정된 주요출자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했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의 부실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당시 한화그룹 계열사인 충청은행과 한화종금 역시 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8000억 원의 분식회계를 만들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2001년 3월 20일 대한생명의 매각 계획을 확정했고 같은 해 9월 6일 이미 2조500억 원이 투입된 대한생명에 1조50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 불과 1년 만인 2002년 9월 30일 매각을 의결했다”며 “DJ정권에서 참여정부로 정권이양을 하던 시기인 2002년 12월 21일 대한생명 지분 51%를 8236억 원에 매각하면서 추가로 16%지분에 대한 콜옵션까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험감독규정 규정[별표2] 제1항 바호 및 2항 다호를 보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회사이거나 주채무계열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당해 대규모기업집단 또는 주채무계열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200%이하일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경제개혁연대의 보도자료를 보면 2001년 12월 기준으로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은 238%로 나와 있어 한화그룹이 보험업법에 규정된 주요출자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화그룹은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1997년 1214%, 1998년 332%, 1999년 146%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대한생명 인수 논란이 불거질 시점인 2000년 181%, 2001년 232%로 다시 높아졌다.

한화그룹의 출자능력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존재하고 있다.
당시 보험감독규정 [별표 2]제1항 사호를 보면 “주요출자자는 자본금 또는 기금의 납입을 위해 조달한 자금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차입(출자자가 법인인 경우 기업어음·회사채 발행 등 부채성 자금조달을 포함한다)에 의한 것이 아닌, 출자자금의 출처가 명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부터 계속된 한화그룹의 적자규모는 2001년엔 5808억 원에 달했고 금융계 계열사를 포함하며 무려 7332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2001년 당시 한화석유화학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5000억 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 중 1250억 원의 차환발행을 제외한 3800억 원이 운영자금 조달 목적인 것으로 알려져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자금은 대다수 차입에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시 한화그룹은 보험업법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 재무 불건전 기업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 의혹과 관련해 “이미 법원의 1·2·3심에서 특혜 논란과 관련해 모두 문제가 없는 게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2008년 7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서도 승소했다. 왜 8년 전 사건이 이제 와서 다시 불거지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의 감사청구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데 기업이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지금 같은 상생 분위기에서 어떤 의도로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상장된 기업을 흔들려는 거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16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에서 압수수색중인 가운데 직원들이 출입문을 드나들고 있다.     © 뉴시스


한화 분식회계, ‘의혹투성이’

한화그룹은 이같이 보험업법에 규정된 주요출자자 요건을 갖추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황은 악화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한화는 2002년 9월 23일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자로 최종 확정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때부터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에 따른 자격시비를 피하기 위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를 의도적으로 흑자로 만드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4년 발간한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금감원이 2002년 3월 14일 파악한 한화그룹과 계열사의 부의 영업권(負─營業權, negative goodwill)관련 분식회계금액은 한화그룹 3310억 원, 한화석유화학 1214억 원, 한화유통 3554억 원 등 총8078억 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의 영업권이란 A라는 회사가 타회사의 인수하면서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살 때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예컨대 순자산가치가 1천억 원인 지분 80%를 500억 원에 샀다면 순자산가치의 80%인 800억 원에서 인수금액 500억 원을 뺀 300억 원이 부의 영업권에 해당한다.

한화 측의 분식회계는 주로 연말 계열사 간 주식사주기 수법을 통해 이뤄졌는데 한화석화는 한화유통을, 한화유통은 (주)한화를, (주)한화는 한화석화에 대한 주식을 연말에 집중 매입해 주식의 취득금액과 장부가액을 부의 영업권으로 일시에 계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11조의3과 별표1에는 “주요출자자는 관계법령의 위반사실이 없고 건전한 신용질서를 저해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한화 측의 또 다른 결격사유의 추가됐다.

본지가 지난해 9월 29일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화의 분식회계 문제를 지적하자 당시 한화그룹 홍보실은 이 같은 답변을 보냈다.

“한화그룹은 부의 영업권 환입기간을 회사 판단에 의거하도록 한 관련규정에 따라 실무진 및 회계법인의 자문을 거쳐 처리했다. (주)한화 등 3개사가 지분법(持分法) 회계처리에 따라 부의 영업권을 조기 계상한 것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당시 지분법 회계도입(99년 도입) 초기인 점, 처리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던 점, 고의적인 회계조작이 아닌 회계기준 미비에 따른 해석의 차이인 점 등을 고려, 2002년 3월 동부와 SK그룹 등과 같이 유가증권의 발행을 제한받는 제재를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주)한화와 한화석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배주주로 있는 한화그룹의 계열사였고 한화유통은 한화그룹의 지분이 100%였다는 점에서 왜 이들이 추가적인 계열사주식취득을 대규모를 했느냐하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또 한화그룹과 계열사들은 1999년과 2000년 회계연도 말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후 이 주식들의 취득가격과 지분법상 장부가액의 차액을 부의 영업권으로 인식해 당해 회계연도 말에 이익으로 계상, 고의적인 회계분식이 아니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회계관련법은 이같이 계열사 간 상호주식매입으로 얻어진 부의 영업권을 2
0년에 걸쳐 적절하게 분산시켜 회계장부에 반영토록 돼 있다는 점에서 한화 측의 분식회계 방식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은 2005년 3월 31일 한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분식회계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외부 회계법인의 공개적인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범의를 찾을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것도 참여연대가 2002년 10월 15일 한화그룹과 계열사 등을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지 2년 6개월 만에.

8년 전 한화 측에 유가증권발행제한이라는 제재를 가했던 감사원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화의 감사청구안의 채택으로 예비조사를 거쳐 내달 말쯤 감사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연 감사원은 8년이 지난 현재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의혹에 어떤 감사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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