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예산안…재계, 대내외 악재 속 '증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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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예산안…재계, 대내외 악재 속 '증세' 부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8.3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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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재원 조달 방안 '실종'…법인세 인상·국채 발행 신중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내년도부터 적용할 429조 규모 첫 예산을 공개한 가운데, 국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재원 마련 방안이 다소 미흡하다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현실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통상 압력 등 대외적 불안 요소와 함께, 정부의 법인세 증세 방침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지난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2018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 총 지출액은 429조원으로 올해 예산 400조 5000억원에 비해 7.1% 늘었다.

내년 예산을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전체의 34.1%를 차지하는 146조 200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예산 대비 증가율도 가장 높은 12.9%를 기록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20%(4조 4000억원) 삭감된 17조 7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된 액수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에서도 올해보다 0.9%로 소폭 감소한 15조 9106억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두고, '사람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구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부자 증세를 의미하는 이른바'핀셋 증세'만으로는 세수 충당에 사실상 한계가 있는 만큼, '보편적 증세'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전반적인 경기활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재원 조달 방법으로는 국채 발행이 거론된다. 정치권 등에선 정부가 내년 20~25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채를 발행할 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7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채 발행이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적자가 누적된다면 국가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인상될 시, 어떻게든 노동자 임금이나 협력업체 대금 등에 영향이 갈 것"이라며 "이럴 경우, 법인세는 더 걷을 수 있더라도 소득세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모양새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수 증가 전망을 낙관적으로 잡아놓고, 증세 노력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결국 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왼쪽부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정부 예산, 5년간 178조원 필요 …'밑 빠진 독' 되나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를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총 178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세재개편안에는 초대기업 명목세율 인상과 초고소득자 과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40%에서 42%로, 3~5억 적용 세율은 38%에서 40%로 각각 2% 인상된다. 법인세도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세율보다 3% 높은 25%를 적용했다.

새로운 새제개편안 적용으로 생기는 증세 효과는 연간 5조 5000억원, 5년간 약 23조 6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정부가 대대적인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11조 5000억원을 절약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엔 역부족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로,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법인세 인상을 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법인세가 과다하게 인상되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제조원가 상승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심리 하락을 부채칠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법인세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많은 현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정부의 의지는 알겠지만 단시간에 너무 밀어붙이려 하는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 방침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긴 힘들지만, 현재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증세가 일반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초대기업에 한정해 증세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법인 중에는 대기업이 아닌 일반기업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실하게 운영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도 모자랄 판에 중과세하는 것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침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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