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의 임금채권보장법] “떼인 임금, 국가가 대신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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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의 임금채권보장법] “떼인 임금, 국가가 대신 지급한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9.0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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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⑮>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7월 1일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뉴시스

10만 명.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청년 임금체불자 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청년(만15~34세) 임금체불자는 9만9701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해 임금을 받은 사람은 1만4150명에 불과했다. 전체 청년 임금체불자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소액체당금 제도란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받지 못한 급여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활용하는 청년 임금체불자는 극소수다. 소액체당금 제도의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한 이유가 크다.

소액체당금 제도, “이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현행법에 따르면,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청에서 체불임금을 확정 받고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민사소송에서 확정판결이 난 뒤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소액체당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데는 4~5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청년 임금체불자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길고 지루한 싸움이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청년 임금체불자 중 상당수가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소액체당금 신청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는 한 20대 대학생은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작년에 알바(아르바이트)한 곳에서 월급을 못 받았어요. 사장님이 계속 사정이 어렵다고, 다음 달에 주겠다고 하셔서 믿고 있었는데 그냥 문을 닫으시더라고요. 알아보니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소송을 해야 한다고 해서…. 너무 복잡해서 그냥 포기했어요. 이제 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 뺏기기도 싫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어떡하겠어요. 그냥 세상 공부한 셈 치고 잊어버리려고요.” 

▲ 박 의원이 발의한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였다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7월 1일 ‘임금채권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행법은 기업이 도산 등으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거나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 명령, 조정 등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근로자에게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기간제, 단시간 근로 등을 하는 청년 근로자들의 경우 소액의 임금 체불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재판이나 조정 절차 등을 거칠 여력이 없는 등의 이유로 체당금조차 쉽게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청년 근로자들이 고용노동부장관의 임금 체불 등의 사실 확인만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체당금의 우선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청년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임금이 체납된 청년 근로자가 체당금 신청을 하면 정부가 사업주를 직접 조사해 사실 확인을 거친 뒤 체불임금을 지급한다. 민사소송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던 이전보다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는 셈이다. 

▲ 이 법이 통과되면, 임금이 체납된 청년 근로자가 체당금 신청을 하면 정부가 사업주를 직접 조사해 사실 확인을 거친 뒤 체불임금을 지급한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혈세 낭비? 오해일 뿐!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국고를 털어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거나 “사업체 차려서 임금체불하면 국가에서 대신 갚아주는 것이냐”, “악덕업주가 이 법을 악용해서 결국 혈세만 축나게 될 것”이라는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 법안은 오히려 국가가 ‘대신 받아주는’ 개념에 가깝다.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이 기업·사업주를 상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국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겠다는 의도다.

우리 법을 봐도,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는 ‘고용노동부장관은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하였을 때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근로자가 해당 사업주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대위(代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가 우선 임금체불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그 금액만큼을 사용자로부터 ‘대신 받아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태훈 노무사는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노무사들이 체당금 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며 “노무사 도움 없이는 신청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당금 제도가 많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법안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또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이미 체당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세금이 지금보다 더 들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다만 “근로감독관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미 근로감독관들의 업무는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근로감독관 확충이 빨리 이뤄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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