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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바른정당, 때아닌 ‘YS 팔기’ 경쟁
<기자수첩>YS 외면하고 박정희 내세웠던 보수당의 실기(失機)
2017년 09월 05일 (화)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2011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왼쪽)을 예방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뉴시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갑자기 서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후계를 자처하고 나섰다. YS는 최근 정치권에서 좀처럼 언급되지 않던 이름이다.

이 논쟁은 지난달 31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주범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처단한 것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 YS”라면서 “우리가 호남으로부터 핍박받을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지난 1일,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브리핑을 갖고 “한국당은 YS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 아니라 팔아먹은 정당”이라며 “(홍 대표는)YS를 입에 올릴 자격도 없다”고 받아쳤다.

이어 하 최고위원은 “YS 정신은 한국당이 아닌 바른정당이 계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적으로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뿌리는 모두 YS에 있다.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생겨난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보수의 맥은 이어져왔다.

새누리당이 지금의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리됐지만, 각자 나름의 정통성은 가지고 있다. 홍 대표는 제15대 국회에서 정계에 입문한 YS 키즈고, 바른정당엔 YS 직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이나 정병국 의원이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갑작스럽고, 어색하기까지 하다. 최근 10여 년 간, YS의 이름은 보수를 대표하지 못했다. 민주화 운동과 문민정부의 개혁 성과보다도 IMF 사태에 대한 책임만 주로 조명돼왔다. DJ의 맥을 이은 진보 진영에선 3당 합당을 비난했고, 보수 진영에선 상징적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내세웠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선, YS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계가 분열하고 민정계가 다시 주도권을 잡으면서 시작됐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 결과, YS가 평생 싸워왔던 군부독재 정권이 현 보수당의 뿌리처럼 여겨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의 헤게모니를 잡으면서 더욱 격화됐다.

그 동안 한국당에서도, 바른정당에서도 YS를 언급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15년 YS 서거 당시 잠깐 애도와 재조명의 시간이 있었을 뿐이다. 끊임없이 ‘DJ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는 민주당과는 대조적이었다.

YS와 DJ가 함께 이뤄온 민주화에 대한 경의는 모두 DJ의 후예들이 가져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산업화’라는, 새롭게 보수가 신봉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어였다. 지난 2014년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한 시민은 “YS도 민주화 운동을 했었느냐”라는 반문을 했을 정도다.

심지어 현역 정치인 중 상도동계의 맥을 가장 정통으로 이었다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14년 한 포럼에서 “5·16 혁명”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에 남은 것은 친박계와 비박계 뿐이었다.

그 틈을 타 더불어민주당은 YS의 유산을 흡수해 나갔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YS의 오른팔 김덕룡(DR)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YS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교수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이는 선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동서화합’, ‘민주세력의 재결집’이라는 명분도 획득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난 뒤, 한국당은 지역적으로 TK(대구경북)에 고립됐다. 바른정당은 좀처럼 지지율 반등을 꾀하지 못하면서 고전 중이다. 완벽한 실기(失機)였다.

상도동계의 한 원로정치인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화 운동이 왜 진보의 것인가. 당시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다소 보수적인 YS와, 다소 진보적인 DJ가 함께한 것”이라며 “박정희를 찬양하고, 전두환을 따르는 것이 보수라면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태극기집회와 일부 친박계는 아주 잘못됐다”고 전했다.

이런 측면에서 ‘너무 멀리 간’ 한국당과, ‘침묵하던’ 바른정당의 YS 후계 경쟁은 뒤늦은 'YS 팔기'처럼 보인다. 그래도 한국의 진정한 '보수'라면 찾아야 할 뿌리를 이제라도 깨달았다는 점이 위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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