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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마광수 단상] 슬픈 사슴이 죽었다
2017년 09월 07일 (목) 윤진석 자유기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자유기고가)

   
▲ 故 마광수 전 연세대학교 교수. 생전 그의 서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 모습이다. ⓒ시사오늘 DB

마광수가 죽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니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추방 당해왔던 것에 대한 복수였는지도 모르겠다.

마광수의 죽음 앞에서 문득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알베르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유명한 첫 구절이 떠올랐다.

그건 그가 우리나라 문단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일 게다. 그의 자진은 세상으로부터의 항거였을지도 모른다.

마 교수를 본 건 몇 년 전, 2013년 6월에 <시사오늘>을 통해 그의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가늘고 긴 목과 안경알 사이로 보이는 단춧구멍 같은 눈, 창백하고도 기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른 잎 같은 피부, 근육질하곤 거리가 먼, 가냘프고 왜소한 몸, 이따금 보이는 소년 같은 미소, 허스키하고, 거침없고 권위적이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 손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했던 담배.

슬픈 사슴 같았다. 자신의 창작물이 오랜 기간 불온서적으로 내몰린, 문학계로부터 거세당한 현실에 이따금 핏대선 목소리로 이팔저팔 거칠게 분개하면서도,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야만성, 폭력성, 위협감 등의 육식동물 같은 느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민덩어리의 초식동물 같은 모습이 슬픈 사슴을 연상케 했다.  

성 문학을 썼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잡혀간 최초의 작가. 해서 혹자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성문학의 희생자라고 했다.

"무차별 폭력이 나쁘지, 왜 섹스가 나쁜가? 살인이 나쁘지 왜 섹스가 나쁜가? 강간이 나쁘지 왜 섹스가 나쁜가? 사람을 잔인하고, 끔찍하게 살해하는 영화나 책은 되는데, 왜 서로 취향 맞아 섹스하는 마광수 책은 안 되는가."

인터뷰 당시 그는 이런 것들에 분노했다.

문학의 사회성을 인정한다면 탐미성, 예술성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상을 잡아간다면 창조적 문학은 형성될 수 없다고도 했다. 성을 억제하는 우리나라가의 인구 당 성범죄 비율이 성문화가 발달한 일본보다 무려 7배나 많음에 아이러니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내숭문화이고, 진짜 진보도 없다고 했다. 진짜 보수도 없고 수구적봉건윤리 세력들이 권력당을 만들고 주류를 형성한다고 했다. 다양성, 다원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칭타칭 진보주의자들, 그들의 솔직하지 않음과 이중성을 냉소했다.

“우리나라 진보는 상투를 튼 진보다. 옛날 진보운동 하는 애들이 한복 입고 꽹과리를 치지 않았나. 그래서 마광수를 지지하는 신문이 하나도 없다. 한겨레도 나한테 원고청탁 해본 적 없다. 진보라고 하는 곳도 내 글을 실으면 욕먹거든. 그러니까 이상한 거다. 더 웃기는 것은 빨갱이 서적 풀어달라는 것은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섹스 물에 대해서는 아주 경멸한다….”

그는 자신의 책이 한창 백만부 이상 팔리던 시절, 현행범으로 잡혀갔다. <즐거운 사라> 전체 분량의 2퍼센트의 묘사. 그걸로 마광수는 현행범으로 잡혀갔다. 그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 '섹스는 허망하구나' 하고 끝나면 봐주고, '섹스는 즐겁다' 고 하면 안 봐줘. 내 판결문중에 이런 것이 있다. 사라가 반성을 안 한다고. 이건 코미디다. 코미디. 서양에서도 보봐리 부인을 자살시킨다. 안나 까레리나도 자살 시킨다. 그래야 안 걸리거든. 우리나라를 봐도 최인호 선배의 별들의 고향도 자살, 영자의 전성시대도 자살, 이런 거 아닌가. 야하게 행동하다가 이래서 파멸했다, 이래서 허무하다, 이래서 반성했다, 이런 건 봐 준다. 그러면 봐주니까 나 역시 그렇게 써야 하나? 내 사상은 그게 아닌데 시류에 편승해야 하나? 그건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내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집단 왕따를 당한 것이다.”

마 교수가 프로이트나 페티시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인상에 남는다.

“프로이트는 클리토리스로 성감을 느끼는 건 음탕한 여자라고 그랬다. 지금은 누구나 클리토리스로 느끼지, 여자가 질로 느낀다고 하지 않지는 않나. 그런데 프로이트는 질로 느껴야 정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사디즘, 마조히즘이 다 변태라고 했다. 내가 프로이트여 안녕, 이런 거 많이 썼는데 난 변태라는 걸 인정 안 한다. 테이스트. 취양이다 이거지. 섹스도 플레이 아닌가?. 내가 말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페티시즘 이런 걸 아무도 몰랐다. 페티시라는 말을 한국에서 처음 쓴 사람이 나다.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가끔은. 페티시는 나한텐 공부다. 논문도 썼으니까.”

또 그는 당돌함을 사랑했다.

“내가 ‘모든 사랑에는 불륜이 없다’에 김용옥 이론을 집어넣었다. 거기서 김용옥씨를 비판했다. 내가 그 사람 책을 열권을 봤는데 뭘 주장하는지 모르겠더라. '나 이렇게 많이 안다' 이것밖에 없었다. 김용옥씨는 누가 봐도 무난한 책만 낸다 이거다. 당돌한 사람이 없다. 모든 문화의 발전은 당돌한 사람에 의해서 이뤄진다. 예컨대 프로이트를 보라. 엄청나게 비판받았다, 로렌스의 채탈리 부인의 사랑도 당시 엄청난 욕을 얻어먹었다. 그치만 나처럼 현장에서 잡혀가진 않았다. 현장에서 잡혀간 것은 내가 최초다. 당돌한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 쉽게 얘기해서 괴짜를 인정하는 사회, 더 재밌게 얘기하면 모난 돌이 좋은 돌이 되는 사회다. 내가 그런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모난 돌은 좋은 돌이다.”

그리고 그는 천재였다. 놀라운 상상력을 지닌, 어떤 적나라함도 쉽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이리 말한 혹자는 마광수의 죽음에 애석해하면서 <광마 일기>를 읽었던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여자들한테 사랑을 구걸해봐야,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져봐야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외면뿐이다. 오직 작전만이 여자를 잡을 수 있다’ , 이 비슷한 구절이 책에 나오는데, 흔히 남자들끼리 술 마시며 주구장창 여자들에 대해 늘어놓는 얘기를 단 서너 줄로 압축한 것에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그제 ‘마광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라는 속보를 접한 뒤, 그에 대한 이런 것부터 저런 것 등이 생각났다.

단 한 번 방문해봤던 이촌동 집의 마 교수, 그리고 그와 함께 살던 노모께서 우두커니 앉아계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엄마. 빵 들어요.” 그렇게 다정하게 말 붙이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서재 벽면에 걸어둔 직접 그린 그림도 떠오른다. 단순한 도형으로 에로티시즘을 유쾌하게 표현했던 그림에 관심을 표했더니 마 교수가 유쾌하게 웃으며 답했었다.

"글과 그림은 친한 것 같더라고…대체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글도 잘 써요. 글 잘 쓰는 사람이 그림에도 소질 있고…근데 음악가들은 그림이나 글이랑은 잘 안 친하단 말이지….”

그의 노모께서는 재작년 작고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제 자살했다. 모르겠다. 더 오래전부터였는지도.

   
▲ 故 마광수 전 연세대학교 교수. 생전 그의 서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 모습이다. ⓒ시사오늘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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