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폭주하는 김정은과 북핵, 누가 멈추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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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폭주하는 김정은과 북핵, 누가 멈추랴?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7.09.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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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불행역사 답습
강력 국제공조 북한개혁 끌어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폭주하는 북핵을 과연 멈추게 할 수 있을것인가? 북한의 6번째 핵실험이 전 세계를 다시 혼란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뚜렷이 제재할 방책이 없는 이 심각한 사태에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중이다.

이번 핵실험의 강도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발사직 후 충청 지역까지 건물이 흔들려 주민들의 119 전화까지 있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그 위력이 TNT 50㏏으로 추정,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15㏏)의 3배가 넘는다는 진단이다. 만약 이 포탄이 서울에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200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100km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전자기파에 의해 남한내 전 지역에서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가 무력화되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엄청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6∼7주에 이런 핵폭탄을 1개씩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폭거'는 그동안 핵문제와 관련, '평화적 해법'과 '대화'를 추구해 온 국제사회를 향해 스스로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버린 행위 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한·미 양국은 즉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결정, 군사적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방향을 잡은 듯하다. 미국과 일본은 두 차례의 정상 통화로 상호방위조약을 재확인, 북한에 대해 '전례 없이 강력한 압력'을 함께 행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北 잘못된 타성과 자세

그렇지만, 앞으로의 실질적 해결 전망은 험난하기만 하다. 북한의 해묵은 잘못된 타성과 자세로 볼 때,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드라이버'는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 수립 69주년 기념일인 오는 9일이나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해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속셈은 핵보유국 지위를 무기로 미국과 담판,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관철시키려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남한정부가 아닌 북한정권이 쥐고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그 어떤 대화도 그야말로 유명무실할 수 밖에 없는 형국으로,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리라는 기대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그동안의 오랜 과정에서도 증명되었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거듭된 노력에 아랑곳 없이 ICBM 개발, 핵 고도화 등 도발의 수위만 계속 높혀 왔다.

근 반세기에 걸친 남북대치상황에서 북한이 보여준 자세와 핵문제와 관련된 행위들은 이를 선명하게 상기시킨다.

지난 9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한 특별핵사찰요구 직후에도 북한은 연이어 전쟁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바 있으며, 팀스피리트 재개 때는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발표에서도 같은 경고를 내놓았다. 즉, 그 때도 국제사회의 핵사찰 강요는 '북한에 대한 도발'로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이것은 NPT 탈퇴논리이자 전략이기도 했다. 즉, 한반도를 전쟁의 볼모로 삼아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겠다는 적반하장의 대응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당시 북한 외교부장 김영남은 유엔 사무총장에 경고 서한을 발송, 대북 제재를 취할 경우 "세계는 참혹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와도 같은 공갈이요 협박이었다.

당시에도 북한은 저고도 순항미사일인 실크웜을 동해상에서 시험 발사했고, 중거리 탄도형미사일 '로동1호'를 쏘아 올렸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결상황은 이같이 한반도에 수시로 긴장을 몰고와 안보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90년 발생한 '땅굴사건'은 북한정권의 잘못된 타성을 더욱 확연하게 보여줬다. 새 땅굴의 발견으로 북한 당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논리가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북한이 제 4 땅굴을 판 것은 유사시에 병력을 기습 침투시키기 위한 속전속결 및 후방교란 전략에 목적을 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땅굴은 차량 탱크 야포 등 중장비까지도 통과시킬 수 있고, 중무장한 전투병력이 3∼4열로 행군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북한의 이같은 대남 무력적화통일 전략은 그간 북한측 평화 선전이 결국 '위장평화'에 다름 아니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다.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가고 있던 국제 평화질서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전쟁 모험주의 행위였던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후 대량 살상용 화학무기와 핵무기 개발은 물론, 10만 특공대 및 각종 전폭기로 무장된 공군력, 수도 서울 북방에 집중적으로 전진 배치되어 있는 위협적인 북한병력 장비들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었다. 지난 90년 5월, 북한이 돌연 현대그룹과 맺은 금강산 공동개발계획을 취소하는 등 남북경제협력을 거부하고 나섰던 일도 표리부동의 자세를 잘 드러낸 경우다. 남북간에 맺은 약속들이 이렇게 헌신짝 팽개치듯 자행되는 상황에서, 상호 거리가 좁혀지거나, 진정한 신뢰회복은 결코 이뤄질 수가 없었다.

▲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사진은 메르켈 총리와 통화하는 문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제공

'레드라인' 추월...'경제제재'가 관건

북한이 ICBM 실전배치 목전에서 핵을 무기화하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사실상 넘어서버린 이번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강도도 한층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이상 국제사회의 가치를 농락하지 못하도록, 압박과 제재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협상장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6차 핵실험에 대한 중심 대응은 역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대북제재로 그 핵심은 '경제 제재'다. 김정은의 돈줄을 실질적으로 죄기 위해 자금과 인적 흐름을 원천 차단하는 봉쇄 작전을 의미한다.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 북한을 압박하는게 요체를 이룬다.

이번 사태직 후 한국과 미국, 일본의 요구로 긴급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그동안 중국의 반대로 시행이 좌절됐던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송출 전면 금지 방안 등이 집중 거론됐던 것도 그런 이유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예고다. 즉,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 개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경제적 봉쇄는 이미 예정돼 있던 수순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선 초강력 압박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일단 경제 제재 강화에 주력할 태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사실상 중국, 그중에서도 대북 원유 지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북한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대북 송유관을 끊지 않고서는, 북한의 잇단 대형 도발을 중지시킬 수 없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연간 50만t 이상 공급되는 이 원유가 북한 정권 유지의 생명줄 구실을 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90년 9월,  당시 김일성주석이 극비리에 중국 심양을 방문, 북경 최고위급 지도자들과 만났던 것도 경제난 해결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비중은 그렇게 거의 절대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미 지난달 북한의 석탄·수산물 교역을 금지, 총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달러를 봉쇄했지만 이번 '핵사태'는 막지 못했다. 그러나 원유는 다르다. 중국의 원유가 끊기면 북한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고, 군대 유지나 전쟁 수행도 어려워진다. 중국과 원유는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아킬레스건 중국, 어디로 가나

문제는 정작 중국이 실제 어떤 태도를 보일 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는 감지된 바 없다.

이번 일과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북한의 핵실험 사실은 보도하지도 않은 채 외교부 성명만 18면 국제면에 1단짜리 단신으로 소개했다. 자매지 환추시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 “대북 석유공급 중단과 북-중 접경 폐쇄는 중국의 국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만큼 중국은 이런 정치싸움의 선봉에 서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북핵 개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김정은 정권의 항복을 바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경우 중국과의 전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점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에 옮길 지 불투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지 않고선, 대북 국제공조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전환과 관련, 여전히 깊은 불신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북핵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때 한국과 중국간에는 북핵대응을 위한 정상회담이 이뤄진 적도 있긴 있었다. 지난 94년 3월, 김영삼대통령과 강택민주석의 한중 정상회담도 북핵대응 논의가 최대 초점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그 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노력하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동북아의 번영에 긴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인 것으로 발표됐지만, 그 후 실질적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한미 동맹과 문제점

결국, 대북제재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강하고도 원할한 한미동맹이 주요전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청와대는 제재와 압박 외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은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별도의 지적을 하고나선 것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등까지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미 간의 이상기류는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경제ㆍ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 대북 지렛대를 높이려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쟁 결사반대'를 강조하며 엇박자를 낸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맞춰 무려 네 차례 추가 독자제재에 나서고, 일본도 자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아직 한 번도 실질적 독자제재에 나선 적이 없다. 이 또한 한미 관계를 불편케 할 수 있는 요소다.

사실, 불편한 한·미 관계나 한·미동맹의 이완은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현대사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비롯된 남북한 간 긴장 고조나 김영삼·빌 클린턴 불협화음이 1997년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었다는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이에 불안한 한·미 관계를 보는 일본 언론의 따가운 시선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 대화 노선의 헛스윙’(니혼게이자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비꼬았다’(요미우리) 같은 평가 등은 예사로히 넘길 수 없는 대목들이다.

따라서 흔들림 없는 한미 공조로 북한의 핵 폭주에 대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기조가 다르지 않다는 분명한 신호를 행동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 지난 67년 발효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기본 정신으로 양국이 정확히 돌아가야할 것이다.

당ㆍ청 안보-대북의식 결여

그런 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대북 인식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한 바 있고, 지난 4일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실질처방이다.

'핵무장 강력응징' 얘기만 나와도 거부감을 일으키는 정부 여당의 분위기부터가 그렇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북핵 해결방안과 관련, 북한과 미국에 동시에 특사를 파견해 투트랙 대화를 추진하자고 했다. 이 판국에 대북 특사가 가능하다고 보는 건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 대화라는 단어를 12번 언급할 동안 북한 핵실험 규탄은 한 번뿐이었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역설했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정부의 대북 현실 인식 현주소다. 당청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낭만적 인식을 버리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 보도록 해야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사실 대북제재의 구체적 카드가 없다. 그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숱한 위기 징후에도 불구, 북한의 도발 위협을 제대로 감지하고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에게 엉뚱한 레드라인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안보라인의 씻을 수 없는 과오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라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비판들도 그래서다. 그렇다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문 대통령은 기존 대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북핵 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토론회. ⓒ뉴시스

정치권 초당적 안보협력을

한나라의 외교가 여야간의 초당적 협조아래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한국 정치권은 무슨 일이 있으면 냄비처럼 끓다가 식거나 지나친 면역으로 안보 불감증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권이 국가안보에 무감각한 채 할 일을 못다 하는 것은 직무유기일뿐 아니라 안보태만의 심각한 사태다.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북한을 규탄하고 강력한 실효적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 빠진 '반쪽 결의'가 되고 말았다. 그 시간,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임한다”면서 이날 열린 국방위·정보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긴 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뛰쳐나와 고용노동부와 대검을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한심한 제 1야당의 하루를 장식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정당별 대북정책은 다를 수 있지만, 최악의 국가 안보위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비판도 때가 있다. 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차이를 접어두고 합심협력, 북핵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 사태를 맞아 정치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민심도 안정된다. 다급할 때일수록 국민은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게 된다는 사실을 재인식, 여야는 손을 잡고, 또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의해야 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안보상황에 대해 국회를 열어 국민을 대신해서 따질 것은 따지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정부를 도울 것은 돕는 총체적 안보역량 결집에 나서야만 할 때이다.

제네바 북미회담 . 'G7 정치선언' 교훈

'과거'의 잘못은 '오늘'에 교훈을 남긴다. 오늘과 같은 사태가 '어제'도 있었다.

지난 93년 제네바에서 핵과 관련한 북·미회담이 열렸다. 북한이 그해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적 분위기가 강력한 대북제재쪽으로 모아진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간에 공식 회담이 열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 회담결과 북한의 NPT복귀·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대한 확답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책으로 지적되었다. 여기에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제외된 북·미회담이 핵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자주적 역할 상실을 가져온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가해졌다.북한의 핵문제 '해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가를 재확인케 한다.

남북한 간에는 이미 역사적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돼 있고,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도 채택되어 있다. 한국이 대북 정책수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기본합의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깊이 반성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다. 강력한 대북제재의 국제적 합의가 이미 확고히 도출된 적이 있음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지난 93년 세계운명을 좌우할수 있는 선진7개국(G7)정상회담은 가장 중요한 국제현안으로서 '핵고집'의 북한에 대한 정치·안보차원의 타개책을 내놓은 적이있다. 당시 핵 및 재래무기 확산방지와 유엔기능강화 그리고 지역문제등 3개분야를 축으로 한 'G7정치선언'의 핵심과 비중 역시 북한의 핵개발저지에 집중되었다. 북한의 NPT 탈퇴 철회와 IAEA 사찰의무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실현을 위해 G7이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그것은 북한의 핵문제가 남북한이나 미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현안이요 관심사임을 확인케 하는 것이다. G7의 정치선언은 북한의 핵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며, 협상카드로서의 생명도 다했음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였다.

안보위기 경제파장...'특단처방' 결실내야

이같은 안보위기가 국내 민생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는 부문이다.

일 예로, 지난 94년의 경우 북한의 '서울불바다' 엄포가 몰고온 한반도 긴장기류는 한국의 대외신용도에 큰 주름을 주었다. 우선, 해외자금 조달비용부터가 덩달아 높아졌고,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코리아 펀드·주식예탁증서등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차입이자도 급격히 상승했다. 또 북핵 협박의 파장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악재도 되었다.

그동안 여러차례의 안보위기와 정변을 겪으면서도 슬기롭게 이를 극복, 오히려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온 것은 한국의 귀중한 경험이었지만, 핵긴장이 장기화되고 대북제재가 가해지면서 외국투자가들이 느끼는 '리스크'는 실로 적지 않았다. 대외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히 당혹스런 것이다. 정치·안보의 상황변화가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에 주름을 주도록 해서는 안될 일임도 다시 명심해야 한다.

앞서 조감했듯, 그간 숱하게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나왔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하고 오늘날 이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북한이 핵탄두를 ICBM에 실어 무기화할 수 있는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지금, 거시적 관점에서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유일한 길은 남한의 진취적인 대북정책과 북한 스스로의 변화와 개방이 접점을 찾는 경우뿐이란 '진실'을 새삼 상기케 된다. 과연,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우려스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동북아지역의 번영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서도 북한내부가 명실상부 변해야만 한다는 것은 1차적 당위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북핵 사태는 강력한 국제공조하에 '특단의 북한개혁 처방책'으로 반드시 풀어내야만 할 시대적 국면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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