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운영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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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운영의 문제인가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7.09.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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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우리보다 권한 적은 미국 대통령도 제왕적이라는 평가…제도 개선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는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운영의 문제인가. 권력구조의 개편을 주장하는 세력은 대통령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통령제 유지를 주장하는 세력은 대통령제도 자체보다는 운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선거제도·정당제도 등 정치관계법과 권력기구의 집중 문제를 이야기한다. 필자는 지난 7개월 동안 국회 개헌특위 정부형태분과에서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 문제로 논쟁 중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가 운영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가 아니다. 이 말은 1973년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 2세(A.M Schlesinger. Jr)가 그의 저서 ‘제왕적 대통령제(The Imperial Presidency)’에서 닉슨(R. M. Nixon) 대통령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알다시피 미국은 국가연합단계를 거쳐 연방국가로 발전했다. 건국 초기 미국 대통령은 현재 EU 대통령과 유사하거나 조금 더 많은 권한을 갖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주정부(state)와 의회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사법부는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한국 대통령의 권한에 미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미국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을 받은 것이다.

삼권분립이 확실하고 연방제에 의해서 지방분권이 실시되고 양당제로 정당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나왔다면, 대통령제 유지를 주장하는 세력이 주장하는 각종 정치개혁에 성공해도 집행권을 독점하는 대통령제 하에서는 언제라도 제왕적 대통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실용적이고 타협적인 미국과는 달리 명분에 강하고 갈등적인 정치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는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정착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개헌에서 권력구조에 관한 한 대통령과 행정부의 집행권 독점 구도를 타파해야한다. 총리로 대변되는 의회 권력이 일정 부분 집행권을 공유함으로써 정책결과에 대해서 대통령과 행정부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의회도 책임을 질 때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가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다.

모든 제도가 하나의 제도로 완벽할 수는 없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실패했지만 프랑스 5공화국에서는 성공했고, 내각책임제가 프랑스 3·4공화국에서는 실패했지만 1949년 이후 독일에서는 성공했다. 문제는 큰 틀에서 한 제도가 요구된다면 그 제도를 채택하면서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채택된 건설적 불신임제가 좋은 예다. 우리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한다면 건설적 불신임제도와 책임 장관제도를 함께 채택하고, 국무회의를 합의제 의결기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개헌 추진과정에서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 간 공감대를 이루는 것 중에 하나가 정당의 지지율과 의회 내 의원 수의 비율이 근접할 수 있도록 비례성을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논의된 것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다당제가 보편화될 것이고, 더욱이 전국단위가 아닌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다당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 여소야대는 일상화되고 연정은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승자독식의 다수결제에 기초한 대통령제보다는 합의제에 기초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튼 지난 30여 년 동안 사회적 요구로 법률조항에 의존했던 선거제도와 정당체제 등 하위 정치제도는 크게 변했는데 헌법조항인 권력구조는 변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제도와 권력구조 간 미스 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한 다당제의 일반화 그리고 향후 비례성의 강화 등 정치제도의 변화 추이를 고려할 때 하위 정치제도와 권력구조의 조응성 면에서 대통령제도보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문제로 접근할 때 누가 대통령이 돼도 그리고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해도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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