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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筆談]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오기가 아닌 결기입니다˝
2017년 09월 17일 (일) 정호성 자유기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호성 자유기고가)

   
▲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님!

눈부시게 푸르른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는 길목인 3월 31일에 구속되어 깜깜한 구치소의 생활을 한지 어느덧 반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사회 밑바닥에서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게 감옥 생활인데, 평생을 공주처럼 떠받들어져 살아온 대통령님의 그 고생이야 어찌 평범한 국민들 입장에서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심신이 황폐화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한편의 마음이라면 또 한 편으로 드는 더욱 큰 우려와 염려가 있습니다. 아직도 국민과 역사에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는 말 할 것 없고 이 나라를 세우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에 이르게 한 무한 죄업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입니다.

“나는 사리사욕 하나 없이 오로지 국가와 민족만을 위해 일을 했고 개인적으로 1원 한 푼 받은 게 없는 데 좌파들의 모략과 중상, 더 나아가 보수우파 일부의 배신으로 탄핵당하고 감옥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무죄다.”

아직도 이런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설령 대통령님의 생각대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를 했을지 몰라도 전쟁에 패하거나 왕조와 나라를 빼앗긴 군주는 그 자체로 만고의 대역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했던 수많은 국민 중의 한 사람입니다. 80년대 학번으로 김일성 주체 사상을 신봉하는 좌파 운동권들의 실체와 속마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만, 현 정권의 핵심까지 파고든 이들 중 누구도 전향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기에 이들에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보수 우파적인 사고 체계의 소유자입니다.

대통령님의 통치기간 동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큰 틀에서 올바른 것이어서 영국의 대처나 미국의 레이건, 독일의 슈뢰더처럼 선진 국가의 틀을 만들어 주리라고 늘 응원하였지만, 대통령님의 말과 행보에 대해서는 마음 한구석에 늘 찜찜한 그 무엇인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실체를 알게 된 평범한 국민입니다.

사람의 심리에는 기존에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생각과 정면으로 모순될 때, 합리적인 결론보다는 부조리하지만 명백한 판단 착오였어도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님은 이러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인 것이 분명합니다,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탄핵을 당했지만 이를 수용하고 있지 않고 있는 심리상태말입니다.

하기야 조선시대 이후 군주가 탄핵 비슷하게 쫓겨나서 능지처참을 당한 것은 연산군과 광해군에 이은 세 번째일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므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4월 17일 기소되었으니 구속만기일인 10월 17일을 32일 남겨두고 있습니다. 18개 죄목에다 수많은 증인들의 진술을 들으려면 6개월인 구속만기일 이전에는 1심의 선고가 내려지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변호사들이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재판 지연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과 변호인단, 그리고 일부 극소수 극렬 지지자들은 인지부조화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재판기일을 늦춰 문재인 정권의 힘이 최대한 빠지기를 기다려 판결을 받으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착각입니다.

현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힘이 빠진들, 민심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촛불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여론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더한 것이 밝혀진들, 게임은 이미 끝났습니다. 본인이 이미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랍니다.

재판 대응 전략을 보면 대통령님과 측근들(변호인단)의 무능과 혼미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은 정치하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를 지낸 공인 중의 공인입니다. 크게 보면 재판도 정치과정의 일환입니다. 이렇게 큰 세기의 재판은 더더욱 그렇지요.

그렇다면 재판도 법률적인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재판관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 최고의 재판 전략이고 대통령님이 사는 길이라는 걸 왜 모르는 지 안타깝습니다.

재판과정 생중계를 해달라고 투쟁해도 모자라는 판에 재판 생중계를 거부하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시정 잡범 또는 파렴치범 수준의 모습에 불과합니다. 이제라도 생중계를 요구하고 국민을 상대로 당당하게 정치투쟁을 하시기 바랍니다. 좌파 운동권들은 재판 과정도 정치 투쟁과정으로 이해하고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재판을 하면 80살 넘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할지 모릅니다. 대통령님이 살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민심(民心)을 얻는 것뿐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갑자기 실패하여 사면초가에 빠지거나 보수우파 정권이 다시 들어서서 사면복권을 하지 않는 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국당 당적이 재판과정에서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착각입니다. 대통령님은 재판을 통해서가 아니라 당신 때문에 뿌리 채 뽑힌 보수우파 정당의 복원을 통해서, 가장 먼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살아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0~50%대의 지지율을 구가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10%대 지지율의 박스권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통령님의 존재 자체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부혁신도 외연확장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면 지방선거는 참패하고 이어지는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좌파정권의 실체가 드러나고 국가의 근간을 뒤 엎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다시 보수를 선택하리라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하루 빨리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폐족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내 던짐으로써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재임기간의 죄업도 모두 잊히게 하고 좌파진영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정치지도자는 오기가 아니라 결기가 있어야 합니다. 유무죄를 다투거나 형량에 구애 받는 찌질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마십시오. 정치 재판이라고 생각하시면 정치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러면 보수우파 진영이 살아 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살길이 생깁니다.

정호성 드림

   
 

정호성은…

현) R&B리서치 소장
전) 미주조선일보 기획부장
전) 프로야구단히어로즈 대외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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